1. 지난 번 페이퍼에 회의 취소됐다고 써놨는데, 어김 없이 취소된 다음날 또 다시 회의가 잡혔다. 하하하... 놀랍지도 않아.-_-;;; 말이 회의지 그냥 교장샘의 이해불가 발언을 한 시간 동안 듣고 나오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날 뭣 때문인지 심기가 불편해지셔서 저녁 시간에 아침 회의 내용 필기한 것 검사하겠다고 소란이 벌어졌다. 뒤늦게 우리는 말을 맞추고 수첩스러운 종이에 증거를 만들고, 그것들을 복사해서 교장실로 날랐다. 정말, 별짓을 다 해 보는구나.

 

2.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수업은 두 개밖에 없어서 주말 기분을 내어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헌데 교무실에 들어서니 모두들 종이 접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 아닌가. 읭?? 무슨 일인고 하니, 12일로 잡힌 학교 행사 때문에 초대장을 발송하느라 신문 기사 하나와 안내장 하나를 포개어서 봉투에 담아 봉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긴급 투입되어 열심히 종이를 접는데 행정실에서 '작업중지' 콜이 왔다. 행사 장소 안내에 지하철 출구를 잘못 표기했다고 한다. 종이를 다시 분리하고, 재인쇄한 종이로 갈아 끼우는 이중작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샤랄라 원피스가 슬펐다.

 

3. 학교 관련 호의적인 기사를 써주는 S신문사가 있다. 그 신문을 구독받아오라는 일종의 할당량이 떨어졌다. 나야 비담임이어서 해당사항 없었고, 야간 쪽은 부장님이 마땅치 않아 하셔서 슬쩍 지나가려고 했는데, 완장 차고서 교장 일가의 충신 노릇을 하는 주간 샘이 교실마다 돌아다니면서 40명의 구독을 받아왔다. 본인은 칭찬을 받을 줄 알았겠지만 교장샘은 50명 채워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다음주부터 신문사에서 고맙다고(아니 뭐가?) 조선일보 30부씩을 무료로 갖다 주고 있다. 헐!

 

4. 헬스는 열심히 다니고 있는 중이다. 현충일과 토요일은 쉬었지만, 회의와 학교 행사 없는 날은 빠짐 없이 다녔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는데 매일매일 운동복을 갈아입다 보니 바지가 부족해서 옷 찾다가 평소보다 2분 늦게 나갔다. 보통 28분에 도착하지만 전날은 35분에나 왔기 때문에 오늘도 늦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는데 짤없이 28분에 다녀갔는지 기다리는 사람 없이 휭하다.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켜보니 부팅이 되지 않는다. 에잇! 다시 한시간 뒤에 셔틀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이 문을 서둘러 닫는 바람에 문에 끼었다. 아팠고, 챙피했다. 내가 작아서 앞에 사람에 가려 보이지 않을 사람도 아니고 이 무슨 황당한 실수란 말인가!

 

5. 어제 말고 그 전주 토요일에는 친구를 만나러 수원에 가기로 했다. 가는 김에 큰언니네 오피스텔에 들르기로 했다. 갈 때는 비교적 길을 많이 헤매지 않고 나름 잘 찾아갔다.(물론 처음 간 것은 아니다..;;;) 같이 밥을 먹고 팥빙수도 먹고 친구가 일하고 있는 예식장으로 출발하기로 했는데, 검색해 보니 버스로 30분 거리였다. 그런데 언니 차로 네비를 찍어 보니 10분 거리라는 것이다. 언니가 데려다 주겠다면서 시동을 건다. 옳다쿠나 차를 탔는데, 10분 거리인 예식장은 근처까지 왔지만 좀처럼 찾아지지가 않았다 .주변에 예식장도 많았고 건물들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고... 해서 버스 타고 30분 걸리는 그곳을 자가용으로 30분 걸려 갔다. 그 사이 언니가 얼마나 짜증을 내던지...ㅠ.ㅠ

 

6. 친구는 일이 4시에 끝난다고 해서 우리는 4시 반에 보기로 했는데, 도착해 보니 정신 없이 바빠서 나까지 일에 투입되어야 했다. 알고 보니 6시에 일정이 두 개 더 있었는데 그걸 나중에야 알았다고 한다. 하여 6개월 만에 만난 친구는 지나치게 바빠서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고 9시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무지무지 헤매어서 집에는 12시 넘어서 안착. 하아, 피곤하구나...

 

7. 또 다시 회의가 잡힌 월요일. 형부가 출근하는 길에 태워주셨다. 평소에 한시간 반을 꼬박 찍어서 도착한 그 길을 30분 만에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서 회의 시작까지 한시간 동안 버스 정거장에서 책을 읽었다. 7시 반에 시작한 회의는 8시에 끝났다. 30분 만에 끝난 회의의 내용은 별거 없었다. 다음 날로 예정된 학교 행사에 인원 많이 동원하라는 것과 등록금 미납자 연락해서 돈 받으라는 것. 이 정도 얘기는 그냥 전달하시지 꼬박꼬박 아침부터 불러내어서 미칠 것 같다. 나는 중간에 무려 8시간이나 붕 떴다. 하아....;;;;;;

 

8. 8시간은 나름 즐겁게 보냈다. 김포공항까지 걸어갔는데 20분밖에 안 걸려서 조금 놀랐고, 영화 후궁을 비교적 재밌게 보았고, 점심 먹은 다음엔 카페에서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았다. 추적자 1회를 보다가 펑펑 울어서 챙피한 나머지 2회를 이어서 보지 못했다. 어제 본 스토닝보다 추적자가 더 슬펐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느껴서 그럴 것이다. 오후에는 5시간 연속 수업을 하는데 중간에 어느 반에서 아주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일축하면 교권침해고, 입술에 재갈이 물리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그런 기분 나쁜 이야기. 꽤 깊은 상처가 되었다.

 

9. 그렇게 착잡한 마음으로 귀가를 했는데 집에서도 일이 나를 기다린다. 전전날 수원에서 큰언니가 내게 준 반바지가 문제였다. 둘째 언니도 똑같은 반바지를 먼저 받았는데, 같은 옷을 골라왔다고 둘째 언니가 역정을 낸 것이다. 그게 왜 화가 나는지 나는 이해불가인데, 언니는 노발대발. 그 후로 일주일 가까이 나랑 말도 안 하고 지내고 있다.

 

10. 그래서 오랜만에 야곱을 만나서 맥주 일잔을 기울이고 돌아왔다. 물론, 맥주 한 캔으로 기분이 나아질 리 없다. 뭔가 해결될 수도 없고. 직장이든 집이든 적어도 한 군데는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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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1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헬쓰 매일매일 가세요? @.@ 한 번 가서 얼마동안 운동하고 오세요?

마노아 2012-06-18 00:47   좋아요 0 | URL
매일은 아닌데 공휴일 빼고, 일찍 출근해야 했던 날들 빼니까 6월에 9번 갔어요. 일요일엔 사람이 적어서 오늘도 갈 생각이었는데 페이퍼 쓰다가 시간을 넘겨버렸지 뭐예요.^^;;;;
제가 가는 시간대에는 스트레칭을 40분 정도 시켜요. 그리고 나서 근육 운동 30분 정도 하고, 유산소 운동 30분 하고 샤워하고 돌아와요. 간혹 돌아오는 셔틀이 없는 시간대에는 운동 시간을 줄이거나 집에 와서 샤워를 하기도 하고요. ^^

무스탕 2012-06-1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에 오셨어요? 그럼 나한테도 오시지.. ㅠㅠ 나 수원에서 일하잖아요.
수원시 권선구 탑동이에요. 언제고 기회가 닿는다면 수원에서 한 번 쪼인합시다. 하하하~~~

마노아 2012-06-18 22:47   좋아요 0 | URL
으헤헤헷, 수원에서 세탕을 했어야 했는데 제가 지나쳤군요.^^ㅎㅎㅎ
다음 기회에 꼭 쪼인하도록 해요~ ^^ 안 그래도 무스탕님 소식 넘 뜸하셔서 궁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