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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엔 음악을 좀처럼 듣지 못한다. 출근할 때 손석희의 시선 집중 다운 받은 것을 듣고, 퇴근할 때는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슈 털어주는 남자를 가볍게 들어주고, 그밖에 틈틈이 나는 꼽사리다와 라디오 반민특위, 생방송 애국전선을 들어줘야 하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타박타박 세계사를 녹음해서 듣는다.(이건 따로 올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다운도 못 받음..;;;;) 그밖에도 파업중인 언론사에서 올려주는 뉴스 소식들을 찾아듣는 것도 아주 바쁘다. 그래서 좋아하는 이승환 노래도 요새는 듣기 어렵다. 총선과 대선을 끼고 있는 2012년이니 정치 시사 쪽으로 관심이 더 쏠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집중을 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나꼼수' 때문이었다. 환멸을 쌓아주기 바쁜 정치 이야기를 이토록 재밌게, 쉽게, 그리고 용기까지 불어넣어 주는 방송이 있을 거라고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처음엔 정봉주 전 의원의 깔때기 신공과 과한 웃음소리가 거슬리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그 유쾌한 자아도취에 공감하고 즐기게 되었다. 김어준 총수의 '실패!' 소리도 재밌고, 주진우 기자의 디테일함에 놀라고, 목사아들 돼지 김용민 피디의 성대모사와 방송을 만드는 기술에 감탄했다. 뿐인가. 애청자들은 sns로 실시간 반응을 보여주었고, 실력과 끼로 다양한 장르의 로고송도 보내주며 나꼼수 잔치를 더 신나게 만들었다. 방송을 열심히 들었다면 이 책이 필수품은 아니다. 다만 나꼼수가 만들어지는 환경과 배경, 통계적 이야기, 소소한 궁금증 같은 것들을 해소시켜 주며 소소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이를 테면, 방송 중 원고를 읽는 남자 목소리가 누구 것인지 참 궁금했다. 목소리가 김용민 피디와 닮았다고 여겼는데, 김미화의 '여러분'에서 부장님~ 편에 나오는 목소리와 닮아 있어서 기계 음이라고 어렴풋이 느꼈다. 그런데 책을 보니 정말 컴퓨터 목소리였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읽어주다니, 감탄했다.
애청자들의 질문에 대한 짧은 답변 목록이 꽤 여러 쪽에 할애되었다. 지면 채우기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나로서도 궁금한 이야기들이 나오니 반가운 답변들이다. 이를테면, '나는 가수다'가 없었다면 프로그램 제목은 뭘로 정해졌을까요? 라는 질문에 '명박허전' 혹은 '쥐식채널 李'라는 재치있는 답변이 재밌다. 이런 감은 타고나야 하는가 보다.
정봉주 전 의원이 계획하고 있던 책이 모두 네권이었다고 한다. '달려라 정봉주'가 이미 출간되었고, 감옥에 가신 뒤로 '만화로 보는 BBK 완전정복'이 나왔다. 이것 역시 원래 계획했던 책이라고 한다. 흠, 그렇다면 나올 책이 더 있다는 얘기다. 그때엔 정봉주 전 의원이 이미 출감된 후여야 할 텐데...
책을 읽으면서 해당 방송에 대한 설명을 요약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맨 뒤에 1회부터 26회까지의 방송 날짜와 내용이 짧게 소개되어 있다. 아, 내가 또 헛수고를...;;;;
책은 나꼼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김용민 피디가 시사 평론가로 거듭나는 과정의 이야기도 자세히 담았다. 라디오 키드였던 시절부터, 조선일보를 열독하며 자칭 보수로 살았던 시절, 그러다가 방송국에서 연이어 해고당하며 이땅의 권력자들에 대해 눈치 챈 이야기 등등... 그리고 팟캐스트와 정치, 시사에 눈을 뜨기 위한 조언 등등도 곱씹어 보게 된다. 호흡이 긴 정기간행물을 열심히 읽으라는 조언이 특히 눈에 띈다. 좋은 정기간행물을 찾으려면 매체의 소유구조를 봐야 한다는 얘기는 진리다. 한마디로 '절대 비판할 수 없는 대상이 있는지' 말이다. 우리 집에 날마다 배달오는 국민일보가 그야말로 안습인 순간이다. 항상 의문을 가지라는 조언도 새겨듣게 된다. 의심이 과할 수도 있지만 의심 자체를 죄악시하지 말라는 메시지. 신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신앙에 대해서 의심조차 할 수 없는 영역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오히려 신앙의 담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 두렵고 떨리던 어떤 벽 하나가 금이 가는 기분이다. 고맙다. 의심이 만연하는 사회에 유언비어가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진상을 쫓게 되어 집단지성이 형성될 거라는 얘기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물론 '아님 말고' 식의 반응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무척 재밌게 읽었지만 이것이 나꼼수 방송만큼 재밌거나 용기를 주었던 것은 아니다. 나꼼수의 부록같은 작은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요즘 참 힘들게 보내고 있을 김용민 후보를 생각하며 별점 하나 반올림했다. 노원구 주민은 아니지만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의 진정성도 믿는다. 2012년, 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