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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집사 13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연히 표지 이야기부터 먼저 해야겠다.
겉표지는 화이트의 엘리자베스, 속표지는 블랙 주인공들의 잔치다. 그 사이 핑크빛이 봄빛을 닮았다.
하지만 기대되는 건 언제나 겉껍데기 속의 숨겨진 표지!!
겉표지가 기사도 정신을 보여주는 엘리자베스라면 속표지는 이중 스파이의 느낌이 물씬~ 게다가 미션 임파서블의 이던 헌트 흉내를 내는 세바스찬이 구출해내는 건 무려 고양이! 세바스찬이라면 능히 그럴 만하다.^^
이제 본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12권에서 대반전을 일으키며 독자를 놀래킨 캐릭터는 리지였다. 늘 귀여운 것만 강조하고 어리광만 부리던 리지의 속내가 이번 이야기에서 잘 드러났다. 강한 것을 강조하는 후작 부인 집에서 엄하게 자란 리지였지만 시엘에게는 귀여운 아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한살 더 많은 리지는 시엘보다 발육도 좋았고, 무엇보다 강인했다. 그 강인함을 어리광 속에 감추고 시엘로 하여금 보호받는 느낌 대신 보호해주는 사람으로서의 인식을 주고자 했던 세심한 배려의 리지!
그리고 리지가 시엘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노출했음을 간파한 세바스찬의 배려도 근사하다. 악마 출신 집사의 매너는 영국 신사 누구보다 훌륭하다.(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말 영국!)
이들은 현재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는 배위에 있었고, 그 배 위에는 살아 움직이는 좀비 시체들로 가득하다. 그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큰 위기에 닥친 것이었는데, 그 바람에 사신 일행과 시엘 일행이 연합한 상태. 이때 뜻밖의 변수로 장의사가 등장한다. 이 장의사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독자는 비명을! 아아, 야나 토보소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보지 않은 독자를 위해서 차마 사진은 찍지 않았다. 직접 감상하시라! 토노 야보소는 그림 그리는 재미에 흠뻑 빠진 작가 같다. 곳곳에서 작가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작품에서 세바스찬 일행은 또 다시 위기를 겪고, 그 과정에서 처음 시엘과 만났을 때 좌충우돌하던 모습들이 무척 자세하게 표현되었다. 여전히 까칠하고 시건방진 시엘이었지만, 초기엔 이 집사 역시 한 성깔 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악마 특유의 재능을 이용해서 단숨에 식탁을 화려하게 바꿔준 세바스찬. 하지만 저 식탁은 실패작이라는 것...ㅎㅎㅎ
어릴 적 명화극장에서 보았던 영화가 떠오른다. 어느 제멋대로 귀족 아가씨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저택에 고용되어 일을 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현대판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어마어마한 파티를 치르는 과정에서 사람 구실하게된 이 아가씨. 고용인들이 저마다 하나씩 소원을 이야기하는데, 누군가 이 어마어마한 설거지가 모두 깨끗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고, 주인공 아가씨는 당신들의 소원이 이뤄지는 게 내 소원이라고 했다. 요정인지 천사인지가 나타나서 이 아가씨의 소원을 들어주어서 식탁 위의 온갖 더러운 그릇들은 모두 깨끗하게 바뀌고 이들 고용인들을 위한 잔칫상으로 바뀐다.
영혼을 거래한 대가로 악마를 집사로 둔 주인공 시엘. 어린 꼬마가 저런 끔찍한 거래를 할만큼 큰 위기에 빠지고 뜨거운 분노에 싸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악마 집사의 무한한 능력을 구경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의 재주부리기에 한껏 신이 난다. 물론 지금은 저런 마법같은 일 대신 직접 솜씨를 부린 마술을 부리지만!
책의 마지막에는 작가 후기에서 토노 야보소 판 '삽질'에 대해서 나온다. 으하하핫, 삽질의 여왕인 나도 웃었다. 세상에서 삽질하는 인간은 얼마든지 있어. 음하하핫!!!
개인적으로 애니버전의 엔딩도 꽤 마음에 들어서 원작이 오히려 그만 못할까 조금 조바심이 났는데, 지금 진행되는 것을 보아하니 기우로 보인다. 믿음이 가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