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지가 다 먹고 남은 것들, 그 찌꺼기, 자투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놓고, 거기서부터 경제라고 얘기하지. 지가 처먹는 것까지는 경제가 아냐. 그건 분배의 대상이 될 수 없어. 그건 경제에 포함되지 않아. 그건 그냥 당연한 내 권리일 뿐이지. 내가 배 터지게 먹고 남는 게 생기기 전에는 나누자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는 말을, ‘파이를 키우자’로 바꿔 이야기하지. 공포라는 게 많이 가진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거든. 그래서 만족할 줄 모른다고. 자기가 먹는 것만 생각하니 항상 부족하고 그걸 나누는 건 아깝기만 하다고. 그런데 나누자는 말을 반박하자니 욕먹을 것 같아서, 파이를 키우자고 돌려 말하는 거지. -41쪽
우를 유일하게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자존심. 그게 없으면 그냥 동물. 그리고 기질적 우가 그런 자존심을 가져야 비로소 하나의 정치 세력, 우파라고 불러줄 수 있다. 우리나라 우파는 그게 없어. 우파가 자존심이 없으면 겁먹은 동물. 자존심이 없으니까 미국에 빌붙는 걸 그저 이익의 문제로 치환. 전시작전권 반환이나 한미동맹 이야기하면 우파는 항상 돈 이야기를 한다고. 미국에 분담시키는 게 국방비가 더 저렴하다고. 그게 무슨 우파야. 장사꾼이지. 군사작전권을 남에게 넘겨준다는 건, 전장에 나가 죽으라고 말하는 권리를 남에게 넘겨준다는 건데, 자기 자식더러 죽으러 가라고 명령할 권리를 남에게 넘겨주면서, 그게 더 싸게 먹히니까 넘긴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는 게 말이 되냐고. 자기 재산을 지켜주기만 하면 그게 누구든 상관없다는 거잖아. 어쨌든 나만 살고 나만 배부를 수 있다면 좀 비굴해도 된다는 거잖아. 그래서 걔네들은 그렇게들 군대를 안 가려고 하는 거야. 친일도 친미도, 결국 자존심 없는 우가, 동물 주제에, 인간 우파인 척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 정치는 우파가 많아서가 아니라 우파가 없어서 문제라고. -42쪽
우가, 쎈 놈은 더 가져가도 된다는, 질서와 위계를 당연시하는 수직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좌는 누구나 같은 조건에선 같은 정도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지. 그러니 연대가 키워드가 되는 거고, 그 연대를 작동시키는 엔진은 염치가 되는 거지. 인간이 가진 염치. 우의 엔진이 욕망과 공포인 데 반해서. 그렇게 우는 동물의 반응이고, 좌는 이성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지. -44쪽
좌의 취약점이 뭐냐. 좌는 스스로 지적으로 우월하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거. 그게 왜 문제냐면, 좌가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다 보니 부지불식간 드러나는 지적 오만이 대중들로부터 좌를 유리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거. 자기들만의 언어로, 자기들끼리만 대단하고 자기들끼리만 정당하지. 그러고는 자신들의 언어로 거대한 담론을 설법하려들지. 예를 들어 우리 좌파가 입에 달고 사는 ‘신자유주의’란 용어만 해도 그래. 그 언어로 대중을 설득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리석은 거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선, 자기들끼리의 리그에서 자기들끼리의 언어로 자기들끼리만 잔치를 하고 만다고. 자기들끼리 거룩한 순교자가 되는 거지. -47쪽
우에게 격차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잖아. 지가 못사는 건 그냥 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들에게 그런 불평등은 당연한 거고, 자연의 이치인 거지. 그러니 복지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그들의 게으름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거라고 생각해. 아니 왜 자기가 잘못한 걸 국가가 대신 책임져주냐는 거지. 그렇게 돈이 아깝다는 소리를 ‘모럴 해저드’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돌려 말하지. 그들이 복지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훨씬 더 강한 내가, 약해빠진 널 불쌍히 여겨 다소간의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 지. 그건 복지가 아니라 시혜라는 걸 몰라. 복지란 불쌍해서 돕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공동으로 보장해주려는 사회적 염치라는 걸 이해할 수 없는 거야. 나는 우리나라 우파는 원시인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백 퍼센트 해석된다고 봐. -52쪽
미국에서도 보면 총기 소지의 절대적 자유를 주장하는 애들이 우파란 말이지. 우란 게 결국은 이 두려운 무한 경쟁의 세계에서, 나 혼자서 나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포감에서 출발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날 보호하는 자위의 수단을 갖는 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일 수밖에 없는 거지. 미국에선 그게 총이지.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이고. 그래서 우파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위, 국방 같은 개념에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을 지킬 권리를 설파하지. -53쪽
우파들은 본능적이고 일차원적인 만큼 나름의 매력도 분명히 있거든. 자존심 있는 우파들이, 자기 목을 내놓더라도 그건 못하겠다고 덤빌 때의 결기, 그 비장함, 짠함 같은 게 분명 있거든. 내 머리카락을 자르려거든 차라리 내 목을 따라는 식의. 그럴 때 우파는 대중의 정서를 다이렉트하게 자극한다고. 열광시킨다고. 그런데 이명박은 완전 유인원인 거야. 창 대신 돈을 든. 그래서 조갑제가 이명박을 싫어하는 거야. 자존심 있는 우파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폼이거든. 비장미가 거기서 나오거든. 그런데 이명박은 압도적인 수준의 동물적 천박함을 발산하고 있으니까. 인류가 쌓아온 정신적인 성과물 자체가 흔적도 없는 거지. 난 그래서 이명박이야말로 순결하다고 봐. 뇌에 구김살이 없어. 뇌가 완전 청순한 거야. 그래서 이명박에게 중요한 건 이념이 아니라 이권인 거지. 오로지. 그래서 내가 만날 그러잖아. 이명박은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는다고. 비유가 아니라 실제라니까. -54쪽
이명박이 그동안 안겨준 피로감은 정말 역대 최고 수준이거든. 난 군사정권보다 훨씬 심각한 규모의 피로를 안겨주고 있다고 봐. 군사정권이 구사한 전략은 물리적 협박이었어. 그런 주먹을 휘두르는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그래서 그게 무서워 입을 다무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긴 해도 적어도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 정도면 무서운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이명박의 방식은 밥줄을 끊는 거야. 정치 보복의 금전화, 정치 탄압의 생계화, 긴급조치의 민사화가 바로 이명박 식이라고. 국민이 직원이고 자기가 대한민국 CEO니까. 까불어, 그럼 벌금 먹이고 정직시키고 파면시키고 소송 걸고. 이게 본질은 다 돈이고 생활이거든. 한마디로 밥줄공안의 시대가 개막된 거지.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이명박의 이념은 돈이니까. 그런데 물리력이 아니라 이렇게 자기 밥줄 걱정에 입 닥치는 건, 자조와 자괴로 돌아온다고. 너무 초라하잖아. 이게 진짜 나쁜 거야. 자기 하나 살자고 나머지 국민들을 자기비하하게 만드는 거니까. 그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이 대단하다고. -59쪽
삼성이 나쁘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하는 사람들조차 품질이 더 우수해서 쓰고 있는 삼성 제품이 분명히 있거든. 그럼 그런 사람들은 죄의식을 느끼거나 자기 합리화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게 된다고. 삼성과 이건희를 동일시하는 전략의 성공이 사람들에게 그런 딜레마를 안긴 거지. 삼성 제품 불매운동이 효과적이지 않은 요인 중 하나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삼성 물건을 좀 불매한다고 해서 이건희에게는 전혀 타격이 안 가요. -167쪽
진보 진영이 대중을 상대하는 자세를 보면 딱 사제야. 자신들의 율법이 절대선인데 왜 너희는 그렇게 살지 않느냐. 자기들은 그걸 이미 알고 믿고 실천하건만 너희는 왜 이렇게 올바르고 참된 가치를 좇지 아니하느냐. 그러면서 외치지. 회개하라, 그러면 구원을 얻을 것이니. 그 절대 가치의 전도를 위해 헌신하는 자신들의 노고가 어쩌면 당대는 아니더라도 먼 훗날 진짜 진보 정권의 탄생으로, 그 구원으로 보상받을 거라고 서로서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그들의 주장은 말씀이고, 그들의 언어는 방언이며, 그들의 희생은 순교가 되는 거지. 그렇게 모두를 절대적인 진보 가치를 외면한 죄인으로 만들어버리지. 그래서 불편한 거야. 그 죄의식 마케팅이. 그래서 듣기 싫다고. -192쪽
우린 섬이 아닌데도 섬처럼 사고하잖아. 삼면이 바다고 나머지 한 면은 벽이니까. 분명 육지로는 이어져 있는데 ‘프랑스에 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가봐야겠다.’, 이런 상상이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항상 우린 세계를 우리와 별도의 공간으로 인지하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이런 구호, 조금만 생각해 보면 웃긴 말이라고. 그럼 우린 화성인인가. 우리도 세계 속에 있어. 그런데 자꾸 세계로 가자고 하잖아. 섬나라 의식이지. 세계는 우리 바깥에 존재하는 거야. 예를 들어 북쪽엔 스웨덴·핀란드가 있고, 남쪽엔 벨기에·프랑스 동쪽엔 룩셈부르크·독일이 있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아이를 생각해보자고. 걔는 이미 중고생 시절부터 배낭 지고 주변국들을 여행하며 자기의 상대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인지하게 된다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 세계와 분리된 게 아니라, 그 속에 있다는 의식. 그래서 나로부터 시작해 가족, 지역, 국가, 세계로의 인식 확장에 단절이 없는 거야. 로컬과 글로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 걔네들은 바이크 타고 북경까지 오는 상상을 할 수가 있는 거야. 땅이 연결되어 있잖아. -204쪽
그 나이대 청년들이 군대 가지 않고 취직해서 받을 평균 급여를 생각해보자고.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100만 원대는 될 거야. 그러니까 그 나이대 청년들은,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도, 월 100만 원씩 나라에 내면서 군 복무를 하는 거라고. 이걸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 한마디로 다 덮어버리는 건 대국민 사기지. 그렇게 신성한데 왜 거지 대우를 해, 씨바.
그러니까 군가산점 문제로 여자들과 싸우는 남자는 스스로의 멍청함을 자백하는 거야. 왜 여자들과 싸워. 정부와 싸워야지. -209-210쪽
난 이명박이 역사적으로 굉장한 일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찌나 시대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지, 정치에 전혀 관심 없던 일반인들까지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자각하게 해준 공로를 따로 기록해서 역사에 길이 남겨야 마땅하다고 봐. 난 이명박 퇴임 후에는 동상 세워줘야 한다고 봐. 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안티히어로로. -240쪽
자신은 권력이 작아서 부조리한 걸 알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인간적으로는 이해 가. 하지만 그럼 정치하지 말아야지. 좋은 교수, 착한 기업인, 성실한 검찰 해야지. 그런 말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국회에 취직한 직장인이란 소리밖에 안 돼. 할 일이 그건데. 해야만 할 말을, 하라고 국회 보냈는데. 그따위 정치인 코스프레는 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해. 물론 그러면 국회가 거의 텅 비겠지만. -249쪽
가장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야. 행정은 언제나 생활과 관련이 있어. 생활이란 결국 욕망인 거고. 그런데 그 욕망의 주체가 개인만 있는 게 아냐. 기업도 기업의 욕망과 그로 인한 생활이 있거든. 기업뿐이 아니지. 욕망의 주체는 엄청나게 많아. 그래서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는 갈등이 반드시 있다고. 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균형 감각이야. 행정적 균형 감각이 아니라 철학적 균형 감각. 하지만 행정과 실무의 균형만으로는 세상의 균형을 찾을 수 없어. 사실은 둘 다 옳을 때가 많거든. 둘 다 옳을 때 우선순위의 문제가 생기고 바로 그때 가치의 문제가 발생해. 그럴 때 필요한 게 철학이야. 그래서 대통령은 사상가가 되어야 하는 게 맞아. 지금이 세계가 어떠하고, 어떤 가치가 우선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철학과 통찰이 분명하게 있어야 해. -257쪽
그러니까 투표는 사실 민주주의를 위한 게 아니야. 그런 건 교과서에 있는 이야기야. 투표는 내 스트레스의 근원을 줄이려는 노력이야. 그게 줄어야 내가 행복해지니까. 내 행복과 정치의 연결 고리를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이명박이 얼마나 고마워. -259쪽
현재 대중의 거대한 결핍이 뭔가를 봐야지. 그것부터 받아 안아야지. 당장의 요구도 받아 안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20년 뒤를 이야기해. 사람들은 당장 죽겠다는데, 20년 뒤를 이야기하는 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야. 두 달 뒤도 모르는 인간이 어떻게 20년 뒤를 이야기해. 그건 사기야. 자신 없는데 딴 길은 안 보이니까 사기 치는 거야. 도망가는 거야, 씨바. -309쪽
이념이 사람을 구하리라. 아니다. 이익이 나라를 구하리니. 아니다. 인간이 모두를 구해야 하는 시대다.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보편준칙을, 담담하게, 자기 없이, 평생 지켜온 사람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의 육화가 필요하다. -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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