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음악 큰북작은북 음악여행 1
린레이 퍼킨스 지음, 이상희 옮김 / 큰북작은북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겨울 음악 모음 cd가 들어있는 그림책이다. 언뜻 '피터와 늑대'가 떠오르는 설정이다.

 

 

 

표지를 열면 시디가 한 장 들어 있다. 눈 내리는 겨울 풍경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열 세곡이 담겨 있다.

 

1. 슈만-어린이정경 중 '미지의 세계'

2. 웰리-'성당의 종소리

3. 비발디-사계 중 '겨울2악장'

4. 그리그-페르귄트 중 '아침'

5.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인형 중 '중국의 춤'

6. 슈만-어린이정경 중 '술래잡기'

7. 레오폴드 모차르트-음악썰매 중 '썰매타기'

8. 르로이 앤더슨-썰매타기

9. 헨델-하프협주곡 Bb Op.4 no.6 중 1악장

10.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인형 중 '풀피리의 춤'

11. 헨델-수상음악 중 '미뉴엣'

12. 파가니니-베니스의 축제

13. 슈만-어린이정경 중 '난롯가에서'

 

그래도 익숙한 곡들이 몇 곡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클래식을 열심히 들었던 때라곤 고등학교 때 겨울 방학 숙제로 여러 음악들을 들어야 했던 때가 전부인 것 같다. 그때 들었던 노래들이 지금 이 목차에 들어있다. 새삼, 반갑고 기쁘다. 어린이정경은 무척 익숙했고, 비발디의 사계는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연상시켜서 재밌었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들었던 곡은 4번의 '아침'이다. 요새 매일 시사 관련 뉴스만 청취하다가 이렇게 고운 음악을 들으니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밤새 눈송이가 사락사락 내렸다. 새들의 둥지에도, 토끼의 아늑한 보금자리에도, 그리고 침대에 누워 꿈나라로 여행을 간 어린아이의 머리맡에서도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정겨운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가운데 문을 열자마자 검둥이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잡을 새도 없이!

 

 

 

 

눈밭에는 제일 먼저 발자국을 찍은 동물들의 흔적이 저마다 제 영역을 표시했다. 발자국의 모양으로도 어떤 동물이 선수를 쳤는지 짐작 가능하다. 눈이 내리는 소리를 하느님의 발자국 소리로 표현했다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신춘문예 당선작 이야기도 떠오른다. 아이는 검둥이를 찾기 위해 친구와 함께 다른 동물들처럼 새하얀 눈 위에 제 발자국을 찍는다. 발자국의 모양이, 그 깊이가 마치 음표처럼 춤을 춘다. 모두 이으면 하나의 노래가 될 것만 같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야 멀리 검둥이가 보인다. 착하다고 칭찬을 해주며 목끈을 달아본다. 그렇게 달래야 집으로 순순히 돌아갈 것을 알고 있기에...

 

 

 

 

구름이 다시금 눈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밤새 내릴 모양이다. 차가운 눈이 내리건만, 그 눈이 감싸안는 마을 풍경은 포근하기만 하다. 저 눈송이가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제각각 품고 있는 것만 같다. 저 따뜻한 풍경 속에 가족이 있고, 그들의 충만한 삶이 있고, 그리고 이렇게 노래가 있다. 각각의 곡들이 그림 속의 모습과 하나하나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겨울'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구성되어 있으니 이 분위기를 만끽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대망의 반전이랄까.

 

 

 

 

 

시선을 멀리 잡아보니, 이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 저 평화로운 풍경의 마을은 바로 '스노우볼' 속의 모습이었다. 스노우 볼 속에서 가득가득 담겨 있는 눈송이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저 불빛, 저 초록 지붕, 저 나무까지 모두 세세히 담아낸 장인의 솜길이 느껴진다. 지난 크리스마스 경에는 스노우볼이 갑자기 마구 갖고 싶어졌다가 그 마음이 지나갔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다시금 스노우볼이 갖고 싶어졌다. 다현양이 보면 까르르 웃으며 아주 좋아할 것만 같다.

 

'피터와 늑대'처럼 각각의 그림에서 연상되는 소리와 노래가 모두 접목이 된다면 더 좋았겠지만, 겨울과 눈이라는 주제로 묶여 있으니 이 책도 나쁘지 않다. 그림이 아주 섬세하거나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음악의 힘으로 아쉬움을 모두 메워준다. 역시 음악은 위대하다. 원래 겨울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어쩐지 겨울과 이 풍경들이 사랑스러워진다. 그림속 겨울이라서 그럴 테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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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2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그림책은 시디가 맘에 들어요. 겨울 분위기 제대로죠. 애들하고 한 때 겨울만 되면 이 음악 틀어줬는데. 아 그 때의 아늑함은 이루말 할 수 없어요.

마노아 2012-02-22 23:49   좋아요 0 | URL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림이 그려져요. 아름답고 포근한 풍경이에요. 글과 그림과 음악의 조화, 곱디 고와요.^^

2012-02-23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2-02-23 11:30   좋아요 0 | URL
아앗, 등록하고서 다시 살펴봤어야 하는데 꼭 이렇게 오탈자가 있어요.^^ㅎㅎㅎ
지금 수정했습니다.
http://gift.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18069635X
알라딘에서도 파네요. 크리스마스 전이라면 정말 하나 구매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