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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ㅣ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이집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이제 만 2년이 거의 되어가고 있는 찰나에 어린이 버전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어린이 용으로 묶으니 한 권짜리 책이 두권이 되었지만 대신 내용을 좀 추렸고, 좀 더 쉬운 설명과 부록이 따라왔다.
사진과 그림을 겹쳐 사용한 것도 역시 어린이 친구들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어차피 이 책은 초등 고학년이 소화할 테니 그냥 사진으로 대체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자체도 어렵게 씌어진 책이 아닌지라 중학생 정도만 되면 소화할 수 있다고 여긴 작가를 설득시켜 어린이용으로 재출간하게 만든 것은 어느 어린이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 닦는 동안 물을 틀어놓지 않고 쓴다고 대답한 이 기특한 아이는 그 이유를 수돗물 값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도 맞는 말이고 바람직한 얘기이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대답했다면 더 멋졌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이 출발했다.
지구에 사는 인류의 숫자는 무려 70억이나 되지만, 이 중 30억 정도가 굶주리고 있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인류가 쌓아온 이 대단한 문명 안에서도 아직도 이렇게 참담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함께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한비야는 이 책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의 말라위/잠비아, 그리고 히말라야 산맥으로 대표되는 네팔의 주민들을 소개했다. 전쟁이 가져온 기근과 질병, 그리고 차별과 지뢰에 대한 공포, 에이즈에 관한 왜곡된 인식, 그리고 단순한 도움의 차원을 넘어선 재활의 기회를 주는 구호 활동 등이 격정적으로, 그러나 차분하게 소개되고 있다.
눈이 멀지도 모를 위험한 독초를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서 씹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다섯 살 꼬마 아이다. 저 또렷한 눈동자가 제대로 먹고 마시고 교육을 받으면 얼마나 예쁘고 당당하게 자랄 것인가.
아프가니스탄 편에서는 지뢰 전문 의사가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지뢰의 위험성을 제대로 교육시켜 주었다. 세상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나라는 아프가니스탄! 이곳에 묻힌 지뢰의 수는 무려 1천만 발! 오늘부터 지뢰를 더 이상 묻지 않고 제거만 한다고 해도 다 제거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천 년! 그리고 지뢰를 묻는 데는 5달러, 제거하는 데는 무려 1천 달러가 든다는 사실!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책이나 곰 인형 안에 지뢰를 묻어 놓아서 피난 갔다가 돌아온 아이를 노려 적군의 씨를 말리는 지뢰까지 있다고 아니 아득함을 넘어 아찔하다. 한국의 비무장 지대로 지뢰 밭이다. 이름 그대로라면 비무장이어야 하건만, 그 땅속은 그렇게 살벌하게 울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가야할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할지 선명하다. 피할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건만!
한비야가 아프가니스탄에 오기 직전 한 아이가 꽉 채운 저금통과 함께 카드를 보냈다고 한다. 그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느님, 이제 저는 그만 돌봐주시고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돌봐주세요. -47쪽
이렇게 아름답고 성숙한 마음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이 예쁜 마음 앞에 욕심 많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만 하다.
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베일의 종류에 대해서 비교해 주었다. 이집트에서 주로 마주친 것은 히잡이었지만, 차도르와 부르카도 간혹 볼 수 있었다. 니캅을 쓴 여성이 식사하는 장면은 가히 문화 충격이기도 했다. 신기해한 것이 다소 미안하긴 했지만, 그들도 내가 친구의 머리를 땋아주는 장면을 신기하게 바라봤으니 뭐 피장파장이다.^^
한비야는 아프리카 말라위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삶은 후 꼬들꼬들하게 말린 들쥐를 간식으로 먹는 것을 목격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거라 생각했는데 원래 그들의 전통 간식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메뚜기도 먹어보지 못했으니 저럴 때 들쥐는 감히 엄두가 안 날 것 같다. 하지만 저걸 먹어버리면 현지인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기는 하다.^^
구호요원으로 들어가서 단순히 동정심으로 그들을 돕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주어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모습이 좋았다. 받는 그들도 부끄럽지 않게 하니 말이다.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에이즈가 가장 급속히 퍼지는 대륙이 아시아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것도 중국 상하이 등 남동부 대도시에선 감염자가 하나 해에 30%씩 증가한다고 한다. 세상에나! 우리나라는 헌혈량이 부족해서 혈우병 치료제 등을 만드는 혈액의 일부인 혈장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데 그중 약 25% 정도가 중국에서 온다고... 이 정도면 상당히 위험한 수치가 아닌가.
이쪽 이야기에서도 함께 갔던 동행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서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에이즈에 걸렸다 해도 영양상태가 좋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 수십 년도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그 약이 1년에 1만 달러로 무척 비싸서 하루에 1달러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란다. 이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겠다. 게다가 한미FTA를 생각하면 진정 후덜덜....ㅜ.ㅜ
에이즈는 가장 건강한 나이인 15세에서 45세까지의 사람들을 초토화시킨다. 이들이 누군가의 부모이기에 에이즈 고아가 생기고, 사회적으로 한창 일할 나이의 인력이 줄어 사회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임산부가 에이즈에 걸리면 태아도 감염이 되고 모유를 통한 감염까지 합하면 무려 70%에 육박한다. 이를 모자 감염이라고 한다. 그러나 임신 7개월에 억제약을 한 번 복용하고, 출산 후 3일 내에 아이에게 한 번 만 보조제를 흘려 주면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약 6천 원 정도! 이렇게 적은 금액으로 아무 죄 없는 아기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긴급 구호가 얼마나 절실한지, 그리고 우리에게 적은 돈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구원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지를 시시각각 설명한다. 그렇게 바탕을 깔아놓으니 마지막에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를 내놓았을 때 독자 역시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진정성은 물론이요, 책의 편집 효과로서도 막강한 후광이다.
식민 지배를 받고, 그 후에 또 전쟁까지 경험했던 우리나라가 바로 그 국제 원조의 최대 수혜자였다. 1991년부터는 해외 원조를 끊고 우리가 원조를 해줄 수 있는 나라가 되기까지 했다. 월드비전 안에서도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바뀐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벅찬 일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워냈으니....
우리가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주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야를 넓힌다면 좋겠다. 우리가 자주 쓰는 '우리'라는 단어의 범위를 더 넓게 넓게 펼쳤으면. 우리 나라에서 우리 세계로, 우리 지구로, 우리 우주로 말이다. 그 안에 우리 모두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고 생명의 반대 역시 죽음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저자의 지적에 공감한다. 우리 마음 속에 사랑의 꽃씨 하나 심는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미래의 꽃이 될 어린이들에게도 맞춤인 책으로 나왔으니 그네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선물할 예쁜 어린이 친구가 떠올랐다. 새해의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