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3D - The Three Muskete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수영이 없는 목요일이어서 영화 한 편 보고 싶었다. 볼 수 있는 시간대와 보고 싶은 영화를 대조해 본다.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보다가 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무겁거나 진지한 영화를 피했더니 낙찰된 것은 다름 아닌 삼총사3D. 

그렇다고 3D디지털로 본 것은 아니다. 평이 아주 호평이 아니었던 까닭에 비싸게 주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일반 상영으로 보았다. 결과적으로 무난한 선택이었고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영화는 시작부터 볼거리를 잔뜩 선사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다빈치가 남긴 비장의 무기 비행선 설계도를 훔쳐내는 삼총사와 밀라디. 그리고 밀라디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버킹엄 공작에게 붙으면서 연인이었던 아토스를 배신한다.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밀라디 역은 다른 매체에서도 늘 팜므파탈적 여인으로 묘사된다. 어릴 적에 읽은 삼총사는 기억이 너무 희미해서 거기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가장 최근에 접한 것은 뮤지컬이었는데, 거기서는 아토스에 의해 상처를 받은 밀라디가 사랑을 잃고 세상에 대한 배신감에 떠는 강하면서도 가련한 여인으로 묘사되었다. 이 작품에서 감독의 부인이기도 한 밀라 요보비치는 17세기의 귀부인이 아닌 레지던트 이블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액션을 선보인다. 그게 또 잘 어울리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꽤 노골적인 느낌이었다.  

밀라디에게 비행선 설계도를 빼앗긴 이후 술에 찌든 생활을 하고 있던 삼총사를 각성시킨 것은 시골뜨기 청년 달타냥! 

 

저 말은 정말 젖소라고 해도 무방할 비쥬얼을 선보이고 있다. 원래 저리 생긴 것인지 분장을 시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저 말 때문에 달타냥의 화려한 파리 입성기가 시작된다.  

이곳저곳 가는 곳마다 사건을 일으키는 달타냥은 삼총사의 세 멤벙게 모두 결투를 신청하고, 결투를 하려다가 도리어 그들과 함께 추기경의 부하들과 싸우다가 한 편이 되고 만다. 

 

가운데 인물이 아토스인데, 모르고 봤으면 이쪽이 올랜도 블룸이라고 착각했을 거다. 참 닮은 외모다. 오른쪽이 아토스인데 내 취향은 아니구나.;; 등 돌리고 있는 인물이 가진 건 돈밖에 없는(!) 포르토스다. 참 마음에 드는 인물이었다.^^ㅎㅎㅎ 

 

뮤지컬에서는 달타냥이 결투를 신청하는 과정이 그래도 제법 설득력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의 달타냥은 지나치게 치기 어리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캐릭터로 보였다. 1992년생인(하아... 어리구나!) 로건 레먼은 '게이머'로 얼굴을 익힌 배우다. 이 작품에서 활달하고 무모하고 패기 넘치는, 그야말로 젊음 빼면 시체인 그런 청년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캐릭터가 이 배우에게 잘 어울린다.   

신중함이라곤 약에 쓸래도 없을 것 같은 이런 캐릭터가 떡하니 주인공 역을 맡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게 불완전함의 매력 같다. 영웅전 시리즈에서 보면 가장 인기를 끈 인물은 신조협려의 '양과'였다. 곽정 같은 성실함과는 정반대의 캐릭터지만, 지나치게 똑똑하고 약삭빠르며 신의도 없지만 여성들에게는 일종의 모성본능을 자극시키는 그런 인물이었다. 이들 풋내기들은 초반의 설익은 품격을 극복해내고 마무리에 가면 제법 영웅적인 풍모를 자랑하게 된다. '성장'하는 것이다. 이미 어른인 삼총사에게선 좀처럼 찾아내기 힘든 매력이라고 할까.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콘스탄스 역을 맡은 가브리엘라 와일드였다. 왕비의 시녀 역이지만 왕비를 깔아뭉개는 초절정의 미모를 자랑하는데, 애석하게도 공개된 사진에서 정면 얼굴을 찾지 못했다. 미모로 놀래켜주려는 전략인 건가?  

왕비 역을 맡은 주노 템플은 맹하지만 순수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였다. 시트콤 소울메이트의 '미진'과 아주 흡사한 외모인데 사진은 패쓰. 

그리고 가장 귀여웠던 인물은 루이 13세를 연기한 프레디 폭스다. 추기경 치마폭(?)에 휩싸여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어린 임금으로 나왔는데,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는 마이너스 설정이지만 작품 속 감초로는 큰 기쁨을 주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모처럼 악역을 맡았다고 했던 올랜도 블룸. 사실 왜 출연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다지 악역스럽지도 않고, 비중도 작고, 결정적으로 매력도 없다. 뒤쪽으로는 진정한 악역이었던 리슐리외 추기경의 크리스토프 왈츠다. 바스터즈로 눈도장을 찍고 '코끼리에게 물을'에서도 만났던 배우인데 세 역할 모두 악역이었구나! 

 

영화는 캐릭터들을 극단적으로 몰지 않아서 좋았다. 비록 악역이라지만 모두들 조금씩 귀여운 구석이 있었고, 밀라디의 배신은 아토스에게 몹시 큰 상처였을 테지만, 그녀의 캐릭터 역시 아주 밉지 않았다.  

추기경은 칭얼대는 어린 임금을 몰아내고 스스로 권력을 잡기 위해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도록 흉계를 꾸민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 동안 퇴물처럼 찌그러져 있던 삼총사가 달타냥과 함께 뭉치며 일대 활약을 벌인다. 그리고 거기에 이 작품이 가장 큰 차별화로 내세운 비행선이 등장한다. 

 

예고편을 보았을 때 저게 바다인 줄 알았다. 설마하니 공중전일 줄이야! 근데 캐리비언의 해적을 볼 때만큼의 신나는 쾌감은 들지 않았다. 소소하게 궁전의 장식이나 의상의 디자인을 살피는 재미는 있었지만, 저렇게 돈을 엄청시리 뿌린 그래픽에는 그닥 흥미가 일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영화의 결말까지 이어졌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대로 결말을 만들어가는데 마지막에 참 맥빠지는 기분이었다. 큰 기대 없이 보았으니 이 정도 볼거리에 시간 잘 때웠다는 생각은 들지만, 삼총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채 보았더라면 무척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삼총사3D는 딱 고만고만한 수준의 액션 판타지다.(비록 고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적격이고, 딱히 건질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돌 던질만한 영화도 아니다. 무언가 건져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시간을 그저 빼앗지만도 않을 것이다. 그 정도면, 뭐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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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1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달타냥까지 볼거리가 많은 영화군요^^

마노아 2011-10-14 16:01   좋아요 0 | URL
볼거리는 충분해요. 내용의 빈약함을 메꿔줄 정도는 됩니다.^^

BRINY 2011-10-1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지던트 이블의 액션을 보여주는 밀라디라니, 조금 땡기는데요?

마노아 2011-10-15 21:38   좋아요 0 | URL
제가 레지던트 이블은 보지 못했지만, 한 액션 하는 밀라디가 멋있었습니다.ㅎㅎㅎ

2011-10-16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7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