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개와 시골 개구리 상상박스 그림책 1
모 윌렘스 글, 존 J. 무스 그림, 이주혜 옮김 / 상상박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시골 쥐와 도시 쥐가 아니라 도시 개와 시골 개구리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모 윌렘스가 글을 썼고, 내가 참 좋아하는 존 무스가 그림을 그렸다. 환상의 조합이다! 

 

처음 시골에 온 도시 개는 한껏 멀리 한껏 빠르게 쉬지 않고 내달렸다. 

갑갑한 도시에서 지내다가 널찍한 시골에서 너른 들판을 달리니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심지어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 누군가를 만났다. 바위 위에 있던 이는 시골 개구리였다.  

뭘 하고 있냐는 질문에 시골 개구리는 친구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리고 도시 개를 향해 너도 내 친구라고 했다.  

그 말이 얼마나 반가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둘은 당장에 친구가 되었다. 

시골이 처음인 도시 개를 위해 시골 개구리는 '시골 개구리' 놀이를 가르쳐 주었다. 어떤 놀이냐고?  

 폴짝폴짝, 첨벙첨벙, 개굴개굴이 바로 '시골 개구리' 놀이다. 평소에 개구리의 모습 그대로 흉내내며 노는 모습이다. 그림 속 도시 개는 시골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고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고 개굴개굴 소리를 흉내내었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여름이 되어 다시 시골로 내려온 도시 개는 푸르디푸른 들판을 보고 감탄할 여유가 없었다. 친구가 기다리는 바위로 빨리 도착해야 했던 것이다. 

반가운 친구를 만나자마자 도시 개는 '도시 개' 놀이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이번엔 자신이 개구리 친구에게 무언가를 해줄 차례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둘이 함께 하게 된 놀이는 '킁킁, 물어와 쉭, 멍멍이'로 통하는 일명 '도시 개' 놀이였다.  

막대기를 쉭 던지면, 킁킁 코를 벌름거리며 막대기를 찾아오는 놀이로, 평소 도시 개가 자주 하던 놀이였다. 

도시 개와 시골 개구리는 신나게 놀았다. 더 이상 놀이를 지속할 수 없을 만큼 피곤해질 때까지. 

땀을 씻어내는 개구리의 표정을 보시라.  

 

뜨겁고도 열정적이었던 여름날이었다. 

 

가을이 되어 다시 시골을 찾은 도시 개는, 이번에도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코를 킁킁거릴 시간이 없었다. 친구를 당장 만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던지 곧장 시골 개구리의 바위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시골 개구리 놀이도 해보았고, 도시 개 놀이도 해보았으니, 이젠 뭘 하고 놀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시골 개구리는 긴 한숨을 내쉬며 '떠올리기'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둘이 함께 보냈던 봄날과 여름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게 이 놀이의 핵심이다.  

그리하여 둘은 '폴짝폴짝, 첨벙첨벙, 개굴개굴' 했던 봄날과, '킁킁, 물어와 쉭, 멍멍'했던 여름날을 함께 떠올렸다.  

나른하고도 아득한, 그러면서도 포근한 가을날이었다.  

 

겨울이 왔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도시 개는 시골 개구리가 있던 바위로 내달렸다.  

하지만 그곳에 시골 개구리는 없었다. 겨울잠을 잔다는 것을 미처 알리지 않은 모양이다. 친구가 보이지 않자 낙담하는 도시 개의 그림자가 한없이 쓸쓸하다.

 

앙상한 나무 그림자와 하얀 눈밭, 그리고 친구를 기다리는 도시 개의 외로운 등이 한데 어우러져 그대로 멋진 수채화가 되었다. 고독한 도시 개와 하얀 눈이랄까. 

 

외롭고 외로웠던 겨울날이었다. 

 

시골 다람쥐는 난생 처음 보는 것이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 바로 도시 개였다. 

뭘 하고 있니? 하고 묻자 친구를 기다린다고 대답하는 도시개. 바로 한 해 전 자신이 시골 개구리에게 물었던 그 질문이다. 

그러자 슬펐던 도시 개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당시 시골 개구리가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이 났던 것이다.  

저 흐뭇한 미소를 보시라. "너도 내 친구잖아!" 

그렇다. 도시 개와 시골 다람쥐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장에 친구가 되었다. 두 친구가 할 놀이는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다시 봄날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다. 모 윌렘스의 글도 훌륭하고, 그 글을 더 빛나게 해준 존 무스의 그림도 탁월하다. 수채화로 된 그림들은 항상 내 넋을 빼놓는다. 이와사키 치히로도 그랬고, 이세 히데코도 그랬고 존 무스도 그랬다. 게다가 그림만 훌륭한 게 아니라 항상 글도 좋았다. 이번처럼 작가가 서로 다른 경우에도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  

단순히 의인화된 동물들의 우정 이야기만이 아닐 것이다. 상징으로 생각한다면 여러 훈훈한 깨달음들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나의 도시 개와, 나의 시골 개구리, 그리고 나의 시골 다람쥐는 누구인가 생각해 본다. 나는 그들에게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온통 떠올리게 할 아름다운 친구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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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9-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그림이 참 이쁘네요. ^^ 내용도 그렇구요. 나이를 먹어가면 사람이 척박해지기 마련인데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인생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친구가 개구리에서 다람쥐로 바뀐 것은 좀 의외의 상황이지만 ㅋㅋ 전 개구리가 다시 나올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인생의 삶에 대해 참 적절하게 표현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분명 저도 사계절을 온통 떠 올리게 할 친구가 확실할 거에요. 왠지 그런 확신 -.- 날 사계절로 기억해줘!

마노아 2011-10-02 23:06   좋아요 0 | URL
척박한 마음밭에 이런 그림책은 단비가 되어주지요. 눈도 정화가 되고 마음도 환기가 되곤 해요.^^
개구리 친구에서 다람쥐 친구는 놀라운 변화였어요.
사계절-하니, 어릴 적 디제이가 있던 우리 동네 떡볶이집이 떠오릅니다. 부스 안에 가득했던 LP판도요.
루쉰P님을 사계절과 함께 추억할 친구분이 꼭 계실 겁니다.^^

2011-10-01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1-10-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모 윌렘스의 따뜻한 글이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혹시 시골개구리가 끝에 그림에라도 살짝 안나오나요?
그건 너무 슬픈일인데...ㅜㅜ

마노아 2011-10-02 23:07   좋아요 0 | URL
하하핫, 저도 살짝 아쉽긴 하지만 아름다운 깨달음을 주었으니 족합니다.
개구리의 수명이 얼마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발견을 못했어요.
다시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