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가미 8 - 죄와 벌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항상 두 편씩의 이야기가 실리는데 이번 이야기 두 편은 다행히 결말이 조금은 훈훈하다. '사망예고장(이키가미)'을 전달 받고 만24시간 뒤에 죽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극단적으로 갈리기 마련이었다. 국가가 '번영'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을 1000명당 1명 꼴로 죽여나가는 사회에서 자신의 죽음에 억울함을 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분명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의미있는 죽음으로 승화시키는 인물들도 나오고 있다. 이 무시무시한 체제는 분명 변화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을 터, 그 사이사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뭉클한 이야기들이 섬뜩한 소재 속에서 따스한 감동을 준다.  

첫번째 이야기는 사고 다발 지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의 가해자로 복역을 하고 나온 사내에게 전달된 이키가미 이야기이다. 살아온 삶도 기구했지만, 자신이 저지른 사고로 더 큰 고통을 안고 살게 된 이 남자의 마지막 24시간은 참으로 눈물겨웠다. 그가 변화시킨 다른 사람의 삶도 감사할 따름이다. 국가번영법이라는 허울은 소름 끼치지만 그의 마지막 수고와 봉사는 '영웅'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두번째 이야기는 외모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외모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이 나온다. 

 

'돼지호박'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소녀. 통통하던 중학생 시절도 예쁜 소녀였건만, 본인은 늘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없다. 먹으면 바로 토해내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고 있는 이 소녀를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한 남자가 있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괴물 소리를 듣는 이 소년은 취업을 한 뒤에도 외모 때문에 영업실적이 전무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형수술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한다. 

 

등뒤의 수근거림은 여전하지만, 이제 그는 영업 킹이 되어 있고, 외모만으로도 먹혀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달라진 삶이 그의 앞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런 때에 운명은 꼭 장난을 치고 만다. 그는 그에게 떨어진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를 할 것인가. 그리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들과 달리 훈훈한 외모를 지닌 우리의 이키가미 배달부 후지모토에 대한 당국의 감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너무 신경이 쓰여 오히려 사망예고장 배달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좀 덜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여전히 감시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키가미로 인해 빚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도 궁금하지만, 이 체제가 무너지는 것도 꼭 보고 싶다. 상상의 세계라지만 꼭 상상만의 세계는 아닌 것 같아서 볼 때마다 재미와 섬뜩함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이런 세상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깊이 안심하고 싶다. 이키가미 없이도 감동적인 사연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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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09-2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류의 애니, 좋아욧. 20,21세기 소년 느낌처럼 말이죠. 무지막지한 권력 앞의 한 개인의 노력도 유의미하다, 라는 말이 이런 애니로 보면 특히 잘 와 닿는 것 같아요. 히. 저도 봐야겠어요. 이게 시리즈 8권인가보죠?

마노아 2011-09-27 16:41   좋아요 0 | URL
아직 완간은 아닌데 에피소드 두개씩 소개해서 완결 기다리지 않고 보아도 무방해요.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는 저도 아직 보지 못했어요.
어제 지인의 사무실에 20세기 소년 전집이 있는 걸 봤어요.
전 앞에 보다가 못 봤는데 나중에 빌려보려고 해요.^^

꼬마요정 2011-09-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사회에요. 일본 애니는 특히 거대한 어떤 권력 앞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선택을 소재로 잘 삼나봐요. 데스노트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말이죠.. 피안도도 그렇고.. 음.. 일본인들에게 내재된 군국주의 때문일까요.. 자신들은 의식하지 못해도 거기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요?

마노아 2011-09-27 16:43   좋아요 0 | URL
섬뜩한 미래사회 이야기가 참 많아요. 거대한 권력 앞의 시민들은 너무 작고 약해서 더 남일 같지 않아 소름이 돋곤 해요. 침묵의 함대 읽을 때의 전율도 함께 떠올라요. 일본의 만화 저력은 어마어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