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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시즈 7SEEDS 19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8월
평점 :
세븐시즈 18권이 지나치게 늦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국내 발간이 늦었던 건가보다. 19권이 무려 한 달 만에 나왔으니 말이다. 덕분에 19권은 금방 볼 수 있었지만, 그 덕분에 20권에 대한 기다림은 조금 더 길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책상 위에 놓인 이 책을 보고 형부가 아직도 나오네!하고 놀라버렸다. 오래 전에 형부가 만화책 딜러할 때 나오던 책이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오랜 시간 애쓰고 계시는 작가님께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달까.
18권 마무리에서 여름 A팀의 안고와 료는 모두 총을 들고서 위기감을 느꼈다. 안고는 동굴 같은 곳에서 자신의 오랜 트라우마인 시게루를 환각 속에서 보는 바람에 아라시를 향해 총을 쏘았고, 료는 세미마루를 향해 발사했다. 평소 불량스럽게 살아왔지만 총에 손댈 생각 없었다며 반성하는 세미마루의 중얼거림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자신이 쏜 총알은 불발이 되었고 오히려 자신이 총을 맞았음에도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 착한 녀석! 지난 번에 안고가 자신의 실수로 배를 놓친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새와 똑같다. 여름 A팀은 최정예 부대로 이 세계로 넘어왔고, 여름 B팀은 본시 살던 세계에서도 낙오자 그룹에 속하던 녀석들이지만, 이 친구들이 훨씬 긍정적이고 삶에 대한 전망이 건강하다. 그렇다고 여름 A팀을 나무랄 수도 없다. 오로지 지구 멸망 위기에 미래로 보내지기 위한 최정예 부대 7명에 선발대기 위해서 살아온 아이들이 아니었던가. 그런 사정을 모르는 세미마루는 아무 것도 해본 게 없다는 료를 지나치게 촌구석에서 온 줄 알고 있지만 말이다.
탁구대나 농구 골대를 보고서 놀이감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세미마루와 달리, 구기종목은 생존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료를 비교한다면, 단연코 료 쪽이 훨씬 가엾다. 이제 그런 모습들이 조금씩은 변화될 거라고 기대하지만 말이다.
수직으로 세워진 배 안에서 몇 차례나 죽을 위기를 겪게 된 이들 앞에서 결국 료의 분노가 폭발한다. 팔랑팔랑 소년 세미마루도 기가 팍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 특유의 유쾌함으로 또 다른 진보의 한 발자국을 내딛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마츠리도 마찬가지다. 칠칠치 못한 성격으로 보였는데 밝고 명랑하며 건강하다. 대두를 가지고 나눈 대화가 인상 깊었는데, 농가소녀였던 마츠리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근거를 남겼다. "마츠리는 진화한다"라는 글자가 재밌으면서 믿음직하다.
안고가 미래 세계에선 컴퓨터나 기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배우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렇게 모든 게 사라져버린 세계이니 농사의 중요성이 더 클 테니 말이다.
안고와 아라시를 구하는 과정에서 나츠의 역할이 무척 컸다. 늘 소심해서 큰 소리로 말도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지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시게루에 대한 기억으로 나츠더러 위험한 일은 전혀 못하게 하는 안고에게 자신의 쓸모에 대해 항변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나츠야말로 제대로 진화한 셈이다.
문제는 배의 상태다. 이 배가 작동을 멈추었을 무렵, 그러니까 아직 이 배에 사람들이 살고 있을 때에 그들은 일본 열도를 향해 미사일을 쏠 것과 배의 자폭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오랜 시간동안 멈춰있던 그 프로그램이 이들의 등장으로 재가동되었고, 12시간 이상 남아있을 때만 멈출 수 있었던 프로그램은 12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자동 멈춤은 불가능해졌다. 어떤 명령어로 멈추는 게 가능할지, 혹은 배의 상태가 안 좋아서 미사일이 발사가 안 될지 아직 알 수가 없다.
또 쇠붙이를 먹고 증식하는 박테리아가 아주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것도 위험 신호다. 하나의 시험을 통과하면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인류라는 종이 아예 멸망할 만큼의 큰 시험이 온 뒤니, 이 정도의 테스트는 군소리도 없이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적응하고 있다. 이전이라면 옛날 세상에서 보던 물건들과 마주했을 때 그리움이 더했겠지만, 이제는 그런 것 없이도 살 수 있게 된 것에 스스로를 칭찬할 만큼 강해졌다.
부디 인류 보존의 프로젝트 세븐 시즈가 무사히 뿌리 내리고 싹을 틔워 열매까지 맺기를! 그리하여 이 지구를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