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국 - 초등학생 그림책 1
존 무스 글 그림, 이현주 옮김 / 달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돌멩이국 이야기는 어릴 적 옆집 아이네 집 계몽사 시리즈에서 '단추로 끓인 수프'로 처음 만났다. 같은 뿌리를 지닌 이야기지만 서로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이 유럽에도 동양권에도 있었다 한다. 존 무스는 이 이야기의 배경을 중국으로 잡았다. 등장인물의 차림새를 보아하니 청나라 쯤으로 보여진다.  

 

복福, 록祿, 수壽 세 스님이 산길을 따라 여행하면서 고양이 수염과 해님 빛깔과 남에게 베푸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셋 중에서 가장 어린 복 스님이 가장 지혜롭고 나이가 많은 수 스님께 물었다. 

"스님,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나요?" 

지혜로운 스님은 무엇이다!라고 단정하지 않고 함께 알아보자고 하셨다.  

멀리 보이는 만리장성을 배경 삼으니 스님들이 구름 위를 걷는 신선처럼 보인다. 

 

세 스님이 도착한 마을은 가뭄에 홍수, 게다가 전쟁까지 겪은 뒤라 사람들이 너무 지쳐 서로를 믿지 않고 있었다. 낯선 사람은커녕 이웃끼리도 서로 의심하며 살게 된 것이다. 장사꾼에 농부에 학자에, 가정부에 의사에, 목수까지... 저마다 서로를 나 몰라라 하고 자기만을 위해서 일했다. 당연히 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없었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스님을 맞아주는 이들도 없었고, 문을 두드려도 불을 끄고 나오지를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에게 돌멩이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 주자고 수 스님이 제안했다. 돌멩이국이 마을 사람들을 행복의 길로 인도할지니!! 

 

스님들이 작은 냄비에 물을 붓고 불을 피웠다. 호기심 많은 용감한 소녀가 다가와서 무엇하냐고 물었다. 스님들은 돌멩이로 국을 끓일 참인데 동글 납작한 돌멩이 세 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냄비가 너무 작아서 탈이라고 중얼거리자 소녀는 자기 집에 큰 솥이 있다고 했다. 커다란 솥을 굴려서 스님들께로 가져온 소녀.  

사람들은 하나 둘 얼굴을 내밀고 스님들이 국 끓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창문 위로 삐죽이 나온 얼굴들이 점차 커다란 솥 주위로 몰려든다. 

 

이때부터 스님들의 감칠나는 한 마디씩이 추가된다. 소금하고 후추가 있어야 제 맛인데.... 지난 번에 당근을 넣어서 맛이 달콤했는데... 양파가 들어가면 제 맛이지.... 

 

그리고 이렇게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하나둘씩 필요한 양념들을 갖고 왔다. 한 사람이 이만큼 가져오면 다른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이 들고 왔다. 국은 점차 그럴싸한 냄새를 풍기며 맛있게 익어갔다.  국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난다. 벌써부터 입맛도 다시고 있다. 스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없이 웃으신다. 

 

결국 돌멩이로 시작한 국에는 버섯도 들어가고 완두콩에 배추까지 들어갔다. 건더기가 많아지면서 맛도 훨씬 좋아졌고 냄새는 또 얼마나 자극적이었겠는가. 이제 마을 사람들은 앞다투어 제 집의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고기만두에 두부, 강낭콩에 감자, 시금치, 토란 뿌리와 호박, 마늘, 부추, 생강, 간장, 파!!! 

이윽고 국이 다 끓자 마을 사람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잔치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제 집에서 밥도 가져오고 떡도 가져오고 과자도 가져왔다. 환하게 등불을 밝히고 차도 함께 마셨다.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전쟁과 오랜 기근으로 마음의 즐거움을 모두 잊었던 사람들이 더불어 한 자리에서 정을 나누고 있다. 

음식을 다 먹은 뒤에는 그림자 연극도 보고 노래도 부르면서 밤 깊도록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스님들께도 포근한 잠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물론이다. 스님들은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이 돌멩이국 끓이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닫힌 마을이 열린 마을로 거듭난 것이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상징들이 숨어 있다. 스님들의 이름은 건강, 부귀, 장수를 가져다 주는 신들의 이름이다. 복은 행운과 번영을, 록은 가정의 행복과 화목을 상징하고, 수는 탈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상징한다.  

황실에서만 쓸 수 있었던 노랑 옷을 입은 소녀가 비록 공주는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첫 발자국을 딛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는 버드나무가 등장하는데 버드나무는 이별의 상징이다. 국수 가락은 한자어로 가르친다는 뜻인 敎를 나타내고, 처음에 나온 돌멩이 세 개를 쌓은 모습은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 악사들이 연주하는 비파와 얼후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존 무스가 동양적인 가치에 대해서 푹 빠져 있는 것을 알았지만, 이 책이 그 정점이었던 듯하다. 그가 또 어떤 아름다운 빛깔로 그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표현할 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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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2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현주 목사님이 번역한 책이어서 저도 한때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역시나...볼거리 생각할 거리를 넉넉히 제공하는 것이 좋네요~^^

마노아 2011-07-29 17:54   좋아요 0 | URL
앗, 이분이 그분이군요! 그냥 으레 여자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책도 읽은 책을 또 읽었더니 저자 약력을 흘려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