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살 수 없어 - 존 무스의 두 번째 선 이야기
존 J 무스 지음, 이현정 옮김 / 달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존 무스의 그림을 좋아한다. '세가지 소원'으로 처음 그를 만났는데, 깊은 이야기를 짧고 간결하게 압축하는 그의 글이 좋았고, 그런 그의 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물기 많은 그의 그림도 참 좋아한다. '달을 줄 걸 그랬어'에 이어 이번에도 평심이 등장한다. 평심(Stillwater:고요한 물)은 우리가 평심을 유지한다고 말할 때의 그 평심으로, 판다 곰의 이름이다.  

 

 역에 곰이 있다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곰이 앉아서 누구를 기다리는 모양이라고 고개도 들지 않고 말하는 엄마는, 아이처럼 저 특별한 판다 곰을 볼 수가 없다. 어른의 한계이자 아이의 특별함이다.

 

평심은 정말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꼬마 시인이자 조카인 '쿠'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 귀엽고 조그마한 판다 곰 쿠가 '하이쿠' 시인이란 것은 정말 매력적이다. 팀 마이어스가 그랬듯이 존 무스 역시 동양의 선에 대해서, 그리고 하이쿠의 매력에 대해서 푹 빠진 게 분명하다. 동경과 감탄의 느낌이 가득 배어 있다. 

환영 인사로 풍선을 선물하는 평심 산촌! 아무리 아기 곰이라 할지라도 풍선에 매달려 날아가진 않겠지만, 이 세계에선 충분히 가능하다고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돌멩이에 풍선의 끈을 묶어 놓았다. 그들만의 아름다운 소풍 잔치가 되어버린 듯하다.  

"정말 맛있는 차!
이제 비어 버린 컵,
어디다 버려요?" 

쿠의 질문이다. 일상의 언어도 하이쿠 시인처럼 나온다. 아껴 쓰는 걸 좋아하는 평심은 여기서 지내는 동안 매일 이 컵을 쓰게 될 테니 버리지 말고 가져가자고 한다. 생활 습관조차 평심이다.

 그리고 이때 등장한 평심의 친구들! 애디와 마이클, 그리고 칼이다. 마치 바람돌이를 만난 꼬맹이들처럼 반가워한다. 평심은 바람돌이보다 훨씬 친절하다 착하다.^^

 

애디는 평심 위에서 점프하는 놀이를 생각해내었다. 평심의 푹신한 배 위로 뛰어내려도 평심은 전혀 싫어하지 않을 것 같다. 아프지도 않을 것 같고.... 언덕 아래 집들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꼭 평심 옆에 있어서 작게 보이는 효과도 있다.  

마이클은 철자 맞히기 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평심은 오후에 휘태커 부인 댁에 병문안을 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평소 마당에서 공놀이 하지 말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할머니를 아이들은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심은 휘태커 부인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애디와 마이클에 비해서 어린 칼은 확실히 일손에 도움은 안 되지만 적극 참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부엌 안에서 평심은 고개도 못 들고 있지만 역시 든든한 존재! 

휘태커 부인은 여전히 아이들을 향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노인 분들은 신경이 예민한데 아이들이 집 앞에서 자꾸 떠들고 공을 던져서 정원을 망치거나 하는 일이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혼자서 보낸 시간이 길어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휘태커 부인의 집을 청소했고, 부인에게 선물할 그림도 그렸다. 놀기 바쁘던 칼도 모처럼 쿠와 함께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철자 맞히기 대회 공부 때문에 다음 날은 휘태커 부인 댁을 못 갈 뻔했지만, 평심의 설득으로 마이클은 부인 댁을 방문했다. 알고 보니 휘태커 부인은 예전에 영어 선생님이셨다고 한다. 부인 덕분에 마이클은 단어의 뿌리를 공부하며 철자를 훨씬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칼은 휘태커 부인께 드릴 사과를 열심히 땄다. 나무 위에서 떨어져도 평심이 푹신하게 받아줄 테니 아무 염려도 없다.  

"아침 햇살이
사과와 한 소년을
품에 안아요." 

꼬마 시인 쿠의 하이쿠 실력이 다시 빛나는 순간이다. 

 

휘태커 부인 덕분에 철자 맞히기 대회를 무사히 마친 마이클은 빨간 리본 상장을 부인께 선물로 드렸다. 칼은 직접 딴 사과를 드렸다.  

선물을 잔뜩 받은 휘태커 부인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사과차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도와줄 것은 자명한 일! 

빠르게 시간이 지나 이제 쿠가 돌아갈 시간이다. 

"여름이 저물자
집에 가는 길 밝혀주는 
새 친구들의 얼굴" 

쿠는 인사도 시인의 언어로 답한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을 뿐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또 물자를 아껴쓰는 법까지 배웠으니 쿠는 많은 공부를 한 셈이다. 이제 쓰던 컵을 버려도 된다고 하자 청출어람 이 귀여운 조카가 또 이렇게 화답한다. 

"돌아갈 때가 되니 알겠어요.
여름은 사과차 향기가 난다는 걸.
향기가 남은 이 컵을 간직할래요." 

우리 말로 옮기니 음절수가 좀 늘었지만, 하이쿠의 음률과 곡조로 들리는 효과가 일어난다.  

연세 많은 휘태커 부인도, 꼬마 시인 쿠도, 그리고 개구쟁이 아이들도, 더불어 힘을 합치며 서로의 정을 나눌 때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평심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런 제목이 나올 수밖에! "혼자서는 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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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7-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도서관을 검색해 보니 있네요. 흐흐흐 ^^

마노아 2011-07-28 18:00   좋아요 0 | URL
바람직한 도서관이에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