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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네 똥가게 ㅣ 모두가 친구 11
퍼시래빗 지음, 라이마 그림, 심윤섭 옮김 / 고래이야기 / 2008년 10월
품절
어느 날 쇠똥구리 소미는 친구들이 똥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똥가게를 열면 좋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가게를 열려면 시장 조사가 필요한 법!
소미는 어떤 똥이 인기 있는지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가는 똥, 굵은 똥, 찐득찐득한 똥, 딱딱한 똥 등... 다양한 똥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소미는 똥을 구하러 바쁘게 다니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것은 토끼였다.
토끼가 알려주길, 자신은 아침에 처음 누는 똥에 영양분이 많으니 아침에 오라고 한다.
착한 소미는 점심에 누는 똥도 괜찮다고 대인배스런 대꾸를 한다.
그런데 이 그림은 아무리 봐도 바둑이인데 어떻게 토끼가 될 수 있는 거지?
혹시 대만의 토끼는 이렇게 생긴 건가???
뒷편의 설명을 보니 토끼는 제가 싼 똥을 다시 먹는다고 한다.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그런 현상인가보다. 토끼의 새하얗고 이쁘장한 모습을 떠올리다가 똥을 다시 먹는 토끼를 연상하려니, 마음이 아프다....
산양의 똥을 구하러 가자 산양은 자신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똥 누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소미는 기꺼이 함께 다녀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뒷편의 설명을 보니 실제로 산양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 놓고 그 곳에다 주로 똥을 눈다고 한다. 아니, 작가는 왜 이런 설정을 썼을까??
사자는 고기만 좋아해서 똥 냄새가 지독했다고 한다. 바우기 냄새는 태풍 수준. 소미는 그만 도망가고 말았다. 아마 사자 똥은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다.
사찰에는 일반 방문객과 스님들의 해우소를 따로 분리해서 퇴비를 쓴다고 하던데 현대인들은 인스턴트 음식과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퇴비조차도 쓸모가 없는 모양이다.
많이 먹는 코끼리는 많이 싸기도 하는데, 소미 입장에서 코끼리 똥은 거의 지진 수준이다. 아, 그림이지만 참으로 리얼하구나....;;;;
고슴도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소미가 기다리자 좀처럼 똥을 누지 못했다.
소미는 귀뚜라미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했는데, 연주를 듣고 똥도 스르륵 밖으로 나오고 싶어질 거라나...
하지만 누가 쳐다보는데 뉘라서 똥이 잘 나올까...
만약 귀뚜라미 연주가 정말 효과있다면 제대로 된 천연 변비약이 되겠다.
몸이 아파서 설사를 해버린 오랑우탄에게 소미는 몸에 좋은 풀을 찾아주었다.
맘씨도 좋지만 영업에도 귀재인 소미라고 할까.
하마는 깜깜한 밤에 물 밖으로 나와서 풀을 뜯어 먹으러 돌아다니다가 여기저기 똥을 눈다. 하마가 길을 못 찾을까 봐 걱정하는 오지랖 넓은 소미.
반딧불이들에게 하마 똥이 있던 자리에 있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마도 길 잘 찾고, 자신도 똥을 잘 찾고... 일석이조를 아는 소미다.
등장하는 동물들의 하일라이트는 나무늘보였다. 자신의 똥을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좀처럼 똥이 마렵지 않아서 소미는 여러 날을 기다려야 했다.
하루에 18시간이나 자는 녀석이니 똥을 만들고 싸는 시간까지 부족한 건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나중에 나무늘보 똥이 가장 인기 최고였다는 후문이다!
마침내 선반 위에 똥을 진열해서 가게를 연 소미!
무척 보기 좋게 생겼다.
심지어 어떤 똥은 꽃까지 피었다.
똥에 숨어 있던 씨에서 싹이 나온 것이다.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새똥을 가지고 밀을 재배하던 눈물 겨운 장면이 떠오른다.
이렇게 재치 만점에 부지런하고 영악하기까지 한 소미네 똥가게, 구경하고 싶지 않은가요?
(난 그림으로 만족하련다!)
작가 소개가 재밌다.
글을 쓴 퍼시래빗은 본명이 '당총'이다. 퍼시래빗은 필명인 것.
스스로도 자신이 쓴 똥 이야기가 가장 재밌다고 말하는, 똥 이야기가 이렇게 예쁠 줄 몰랐다는 작가의 입담이 재밌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라이마. 대만의 그림 작가다.
자신의 표정을 5개로 구분해 주었는데 원고료 받았을 때의 표정이 압권이다.^^
이렇게 재밌는 작가 소개를 읽고 나서 평범한 번역가 소개를 읽으니 그 획일성에 한숨이 나온다. 이런 기발한 소개, 더 많이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