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의 포로 아크파크 5 : 2.333 차원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4월
절판
꿈의 포로 아크파크 시리즈 대망의 마지막 권이다.
이번엔 또 어떤 기상천외한 꿈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첫 장의 제목은 현실의 파수꾼들이다.
이 파수꾼들이 대체 어떤 일들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들은 꿈 활동 검사반인데 불시에 아크파크 씨의 집으로 쳐들어가서 그의 모자를 들춘다.
모자를 열자 머리 속에서 날아가는 꿈 조각들.
커다란 그물로 꿈을 건져내는데, 아뿔싸!
꿈 한장을 놓치고 말았다.
놓친 한 장의 꿈 제목은 '꾸어서는 안 될 꿈'이다.
씁쓸한 의혹을 남기는 꿈 하나를 꾸고 방금 일어난 참이었다만...
내가 정말 깨어난 것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꿈이 시작된 것이었을까?
나야 꿈의 모험에 닳고 닳은 베테랑이었으므로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라고 말을 하는 아크파크 씨. 과연, 그럴까?
꿈속에서 깨어난 아크파크 씨. 그러니까 그는 지금 꿈꾸는 꿈을 꾸고 있는 중인 것이다.
불현듯 그의 방 벽면이 모두 누워버린다.
바닥이 되어버린 벽의 끝으로 이동하자 누군가 매달려서 수리를 하고 있다.
수리공 왈, 소실점을 갈아끼우는 수리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소실점이 잘못되면 원근법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새 소실점을 갖다 달라고 했는데,
그만 발이 걸리는 바람에 소실점을 놓치고 마는 아크파크 씨!
소실점을 잡으려다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꿈에서 깨어난다.
무려 1m82cm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확실하게 꿈에서 깼다고 생각하는 아크파크 씨.
깨어보니 오전 9시다.
지각 위기에 놓인 그는 파자마 위에 바로 버버리와 모자를 걸치고 뛰쳐나갔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지름길 거리로 들어선 것이 화근이었다.
자발적인 시위가 일어난 탓에 아침의 교통체증은 더 난리였다.
이들의 구호가 재밌다.
"우리는 두께를 원한다"
"납작함은 가라"
"평면 결사반대" 등등....
이곳에서 평면부 직원가 마주친 아크파크 씨.
그의 손에 이끌려 평면부로 간 아크파크 씨.
원래 부피는 지평선 상에 위치하는 두 개의 소실점으로 표현되는 것인데,
소실점 하나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바람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두께가 없는 평면으로 납작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도 아주 완벽하게 평면은 아니고 얄팍한 두께는 갖고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은 2차원과 3차원의 사이라고 해서 2.333차원이라고 부른다. 이번 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당황스러운 것은 순식간에 잃어버린 소실점을 찾아나설 수 있는 영웅으로 둔갑해 버린 아크파크 씨다.
결국 그는 소실점을 찾기 위한 발사대에 제 몸이 설치되는 지경에 이르른다.
비행기 모양으로 접히는 아크파크 씨!
하지만 발사과정의 실수로 비행계획 서류를 떨어뜨리고 간다.
그리하여 하부 세계에서 미아가 되어버린 우리의 아크파크 씨!
재밌게도 이곳에서 자신의 이웃 일라리옹 영감님과 부딪힌다.
노인은 아르바이트로 이륙 실험에 참가하였던 것이다.
비행하는 그들의 눈앞에 등장한 것은 별의 띠처럼 보이는 무수한 잔해들.
바로 만화의 원고들이었다.
쓰레기처럼 취급되어 버려진 그들은 데생 단계의 원고들이다.
작화되어버린 그림의 선명한 선과 대도적으로 흐릿하게 그려진 그들의 그림은 무척 비교가 된다.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 비교하자면 정규직을 바라보는 비정규직의 눈망울같달까.
데생 원고 별(?)에서 다시 다음 공간으로 떠나버린 두 사람.
그들이 살았던 별이 보인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다.
말로만 듣던 평행 우주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우주를 비행하다가 '그레이홀'에 빨려들어간 두 사람.
블랙홀이 아니라 그레이홀이라는 게 재밌다.
그리고 더 재밌는 것은 여기부터는 그림이 3D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책에는 3D용 안경이 있어서 그걸 착용하고 그림을 보면 중첩되어 보이는 글자들이 바로 읽히고, 그림들은 모두 입체적으로 보인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다양한 배경들을 분배, 배치하는 감독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소실점을 찾아 헤매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아크파크 씨!
앞서 나왔던 꾸어서는 안 될 꿈 2탄이다. 하지만 대사가 흥미롭다.
나는 확실한 예감을 남기는 모험을 경험했다... 나는 꿈에서 꿈을 깨려 했고, 그로써 또 다른 현실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나야 현실의 모험에 닳고 닳은 베테랑이었으므로 이런 확실성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의혹을 품었다.
-앞서의 대사와 정반대로 가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또 재밌는 것은 그의 방 시계다. 숫자가 1부터 10까지만 있다. 우리처럼 하루에 두 바퀴 도는 것이 맞다면 아크파크 씨가 사는 세계의 하루는 20시간인 것이다. 하루에 4시간이나 줄다니, 아찔한 일이다.
시작 부분에 나왔던 파수꾼들, 그들이 놓쳐버린 '꾸어서는 안 될 꿈' 한 장을 다시 잡아서 원위치 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한장의 내용은 이미 완벽하게 바뀌어 있는 것을 이들이 알고 있을까. 아님 이들에 의해서 뒤바뀐 것일까.
암튼 이들의 지침에 눈길이 간다. 절대로 한 사람의 꿈을 모두 다 제거해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이다.
그 꿈이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으니...
책 안에 들어있던 안경도 같이 찍어보았다. 처음엔 내가 만들었던 안경이 이 속에 들어가 있는 줄 알았는데 각이 잡힌 것이 나의 삐뚤삐뚤한 솜씨가 아니어서 책 속 부록임을 알아차렸다.
그동안 다섯 권의 시리즈를 읽으면서 각종 다양한 시도들을 접목시키면서 이 놀라운 꿈의 세계와 꿈의 포로를 표현한 마르크앙투안 마티외의 천재성에 두루 놀랐다.
마치 거대한 음모론을 본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세계까지도 진짜일까? 의심하게 되고 자꾸 제자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아찔함이 이 작품에 있다.
만화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만화. 궁극의 실험, '꿈의 포로 아크파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