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화원의 하루 - 궁중 화가와 우리 그림 이야기 전통문화 즐기기 7
조정육 지음, 배현주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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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를 좋아한다. 앞서 즐겨 보았던 책들의 여운에 힘입어 이 책도 구입했다. 조선 화원의 하루라니, 흥미가 마구 솟는 제목이 아니던가. 어떤 이야기를 꾸려서 조선 화원의 이야기를 표현해낼지 궁금했다. 도화서에서 근무하는 화원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꾸려 나간 것은 맞는데, 설명해 주어야 할 것과 이야기로 진행되는 부분이 잘 조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유익한 재미가 분명히 있었다. 

화원의 휴일 : 조선 시대에는 오늘날처럼 쉬는 일요일이 없었습니다. 대신 관직에 있는 관리들은 한 달에 네 번 쉬는 날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매달 1일, 7일, 15일, 23일이 쉬는 날이니까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쉬는 꼴입니다. 또한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등 24절기에도 모두 쉬었고, 대보름, 단오, 연등회날은 3일 연이어 쉬었으며, 추석은 하루, 설날은 7일 동안 쉬었습니다. 또한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자, 축, 인, 묘 등 십이지의 열두 동물로 표시한 조선 시대 음력 달력에서 1월에 '子'와 '午'가 들어간 날은 쉬었답니다. -11쪽 

조선 시대의 관리들이 쉬는 날이 생각보다 많다. 암, 사람은 쉬어가며 일을 해야지... 

도화서 : 조선 시대 궁중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광장하던 관청입니다. 처음엔 중앙 관청으로 설치됐다가(도화원) 1405년에 육조의 하나인 예조로 옮겨졌고, 1460년대에는 도화원보다 격이 낮은 도화서로 바뀌었습니다. 예조 건물 안에 있지 않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견지동에 있었습니다. -12쪽 

견지동은 지금의 조계사 부근에 해당한다. 

화원 중의 화원, 자비대령 화원 : 1700년대 후반 정조 때는 궁중에 왕의 직속으로도 화원을 두었는데 바로 규장각의 자비대령 화원입니다. 도화서 화원이 중앙 관청에 소속되어 궁궐과 나라에 관련된 일을 하는 화원이었다면 자비대령 화원은 왕이 곁에 두고 직접 부리는 화원입니다. 자비대령 화원은 왕과 규장각 신하들이 특별 시험으로 뽑은 최고의 화가였습니다. 열 명 미만을 뽑아 관리하고 후원하였는데 이들의 활동은 고종 때까지 활발하게 이어졌습니다. 언제든지 왕이 부르면 달려갈 수 있도록 '차비'를 하고 기다리라는 뜻의 '차비대령 화원'을 궁중에서는 거센소리를 피해 '자비대령 화원'으로 불렀습니다. 이들은 삼 개월에 한 번씩 일 년에 네 차례 시험을 치렀는데, 성적이 좋은 사람은 높은 봉급과 직위를 받았어요. 닭과 고양이를 잘 그린 변상벽, 초상화의 대가 이명기, 산수화의 이인문, 인물 풍속화의 김홍도, 김득신, 유숙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모두 자비대령 화원이었어요. -12쪽 

 

배현주 작가의 그림은 원색 대비에서 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설빔 시리즈의 예쁜 한복이 떠오른다. 더불어 화원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드라마 이산의 한지민도 떠오른다. 참 고왔더랬지... 

책에는 도화서에서 그리는 각종 그림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이어진다.  특히 많은 그림을 그리게 했던 정조 임금의 화성 행차 이야기가 많은 지면을 차지했다. 다만 옥의 티가 있는데 23쪽에 <원행을묘정리의궤>를 설명하면서 경복궁을 출발 지점으로 쓰고 말았다. 경복궁은 이때 당시 불에 탄 채 복원되지 않았고 출발 지점은 창덕궁으로 보아야 한다.  

 

더불어 이어서 설명하는 임금이 그림을 보는 장면의 배경에 등장하는 건 경복궁의 경회루다. 창덕궁의 부용지를 그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 

 

그림 연습용 책을 '화보'라고 하는데, 강희안의 유명한 그림 '고사관수도'도 화보를 보고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이럴 수가! 정말로 저렇게 사색하는 선비를 보고 그린 건 줄 알았지.... 어쩐지 약간의 배신감이 들려고 한다.  

안중식의 '해상신선도'와 전기의 '매화서옥도'도 역시 화보를 보고 그린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화보의 그림보다 더 멋진 그림을 그렸으니 보기에 좋다. 느낌이 확 달라진다.  

 

풍속화를 소개하면서 김홍도의 씨름이 빠질 수가 없다. 그걸 배현주 작가 스타일로 표현하니 저렇게 나온다. 귀엽고 앙증맞고 재밌다.  

지난 주 단오날에 남산 한옥 마을을 갔더니 씨름과 그네뛰기 행사가 있었다. 나무에 매단 긴 그네줄을 보니 한 판 뛰어보고 싶었건만, 사람도 많고 일정이 있어서 해보지 못한 게 참 아쉬웠다. 줄이 기니까 더 멀리 날아갈 것이고 더 스릴이 있겠지만 그만큼 무섭겠지? 설마 무겁다고 안 올라가는 건....;;;; 

 

같은 장면 다른 그림을 소개한 부분도 재밌었다. 김홍도와 김득신의 대장간이, 그리고 김홍도의 행상을 보고 신윤복이 그린 어물장수가 흥미롭다. 소설 '바람의 화원'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그때도 함께 소개된 그림의 비슷하면서 각기 다른 매력들에 참 즐거워 했더랬다.  

친구의 딸에게 선물할 책으로 골랐는데, 그러고 보니 그 아이가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림 관련 책을 많이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이전에도 우리의 옛 그림을 소개하는 책을 선물했지만 이 책도 다른 매력으로 좋아해 주면 좋겠다. 아울러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를 함께 보라고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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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06-1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수업시간에 아는 척 할 때 도움 될 거 같아요.

마노아 2011-06-14 15: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마음으로 샀는데 생각보다는 좀 별로였어요. 브라이니님께는 무척 약할 거에요.^^ㅎㅎㅎ

카스피 2011-06-1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어느 시대나 엘리트들을 팍팍 쉬었군요.하지만 조선 신대 서민들은 그닥 쉴 시간이 없었을것 같은데요^^

마노아 2011-06-14 20:35   좋아요 0 | URL
조선 시대 서민들 쉴 틈 없었지요.
어디 그때 뿐인가요? 오늘날의 서민도 쉴 틈이 없어요. 쉬지 않고 일해도 일년에 등록금 천만원은 당해낼 재간이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