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소녀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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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냐 어를 안다거나, 다른 것들을 배웠다고 해서 미래를 준비했다고는 할 수 없어. 네 미래는 올바른 질문을 찾아내고 용기 내어 그 질문을 던지면서 찾아 나서는 거다. 좋은 질문은 좋은 대답보다 훨씬 중요한 거야. 그렇지만 질문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지. 가브리엘라, 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알겠지. 하지만 왜 사는 지도 알겠니?"

-46쪽

"두려워하고 불안해해도 괜찮아. 두려움과 불안이 변화를 가져온단다."


-48쪽

아빠는 몸집이 크지 않지만, 옹이진 오래 된 나뭇가지처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평생 일한 탓에 피부는 거칠고 주름졌다. 삶이 아빠에게 주름살을 주었고, 지혜는 아빠에게 인내를 주었다.

-52쪽

약속이란 미래에서 빌려 오는 것이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68쪽

천둥이 칠 때마다 나는 알리시아를 끌어안고 달랬다. 알리시아는 계속 나를 엄마라고 불렀는데 굳이 고쳐 주지 않았다. 아이들한테는 누구나 엄마가 필요한 법이니까.

-82쪽

기억말고는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내가 장에 지고 간 어떤 짐보다도 무겁게 내 마음을 짓눌렀다. 내 등 뒤에는 죽음의 재가 깔려 있고, 내 앞길에는 부연 구름이 뒤덮여 있었다. 나는 위험한 나라에서, 집도 미래도 없이 홀로 남은 어린 여자 아이였다.

-87쪽

"조용히 해, 아가야! 네 목숨을 구하려고 그러는 거야. 살고 싶으면 날 도와 줘야 돼. 난 네 엄마도 아니고, 세상은 언제나 친절하기만 한 건 아냐."

-108쪽

군인들은 면도를 하고 교대로 몸과 군복에서 피를 싯어 냈다. 갈끔한 모습으로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결코 깨끗하게 씻어 낼 수 없을 것이다.

-125쪽

산미겔 수용소에는 식량과 구호품이 지금보다 열 배는 더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보다 절박하게 바라는 것 한 가지는, 트럭이 가져다 주지 않는다. 그건 바로 희망이다. 전쟁이 곧 끝나리라는 희망, 가족들이 고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 희망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포기하고 스러져 간다.

-152쪽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특히 마음이 아팠다. 전쟁 때문에 어린 시절을 빼앗겨 버린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울지도, 놀지도, 웃지도, 큰 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아이들은 그 동안 매일 두려움에 떨었고, 언제나 조용히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마음 속에 새겨야 했다.

-167쪽

"공 한 개 구해 주실 수 있어요?"
미국인 구호 요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가 놀이터니? 여긴 난민 수용소잖아."
"아이들은 다시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야 돼요."
구호 요원이 화를 내지 않을까 겁이 났지만 나는 계속 매달렸다.
"행복해지려면 놀이가 필요해요. 놀기 위해서 제대로 된 공이 필요하고요."

-169쪽

"좀더 신경 써주실 수 없어요? 아이들은 오늘 행복해져야 해요. 내일이면 늦어요. 제발요."-170쪽

그건 여러 전쟁 가운데 하나일 뿐이야. 네 경우에는, 여자라는 것도 평생 치러야 할 전쟁이야. 그리고 우리 둘 다, 인디오이기 때문에 군인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전쟁을 해왔다고 할 수 있어."-177쪽

"지금으로선 여기가 우리 집이고, 몇 년을 더 있어야 할지 모르잖아요. 아이들은 교육을 받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인디오라는 걸 평생 수치로 여겨야 할 거예요."
마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긍지와 자부심을 배우지 못하면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말 거야."-180쪽

빗속에 비닐과 판자 조각을 덮고 앉아 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칠판도 책상도 없는 교실에서 무얼 배운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배우지 않고 희망을 버리는 것보다는 나았다.-181쪽

내가 학살에서 살아남은 건 내가 겁쟁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강하기 때문에,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기 때문이다.-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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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3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같아요

마노아 2011-05-31 01:01   좋아요 0 | URL
한 해에 한 권씩은 이 시리즈를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참 교육적인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