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에 꼭 만나야 할 100명의 직업인
한선정 글, 이동철 만화, 이규철 AZA 스튜디오 사진 / 조선북스 / 2008년 9월
절판


열 살이면 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직업군도 한참 많을 나이. 그리고 원대한 꿈을 눈치보지 않고 맘껏 품어볼 수 있는 나이.
그 아이들을 위한 직업 소개 책이다.

먼저 책의 구성을 보자.
100가지 직업을 15개로 분류해 놓았다.
음악과 춤이 좋아/미술이 좋아/책이 좋아/동물과 자연이 좋아/공부가 좋아
컴퓨터가 좋아/방송이 좋아/영화가 좋아/운동과 여행이 좋아/남을 돕는 게 좋아/
사회가 좋아/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디자인이 좋아/새로운 걸 만드는 게 좋아/경제가 좋아

각각의 인터뷰 대상자에게 10살 때 꾸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물었다.
자신이 품은 꿈을 이룬 대상은 25%에 이른다.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를 짧게 소개하였고
그 직업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도 물어보았다.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기본적으로 밟게 되는 공부 코스도 간단히 알려준다.

호기심 해결 코너에서는 그 직업에 대해서 갖게 되는 궁금한 점을 소개했고,
어떤 어린이에게 이 직업이 좋은지, 무엇을 해야 도움이 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눈길 끄는 직업들을 몇 개 짚어보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저작권 에이전트'였다.
소개된 이구용 씨는 1998년 독일의 한 저작권 에이전트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다음날 노벨문학상 발표가 났다.
그리고 그 에이전트과 관리하는 주제 사라마구가 상을 받아서 국내 작품에 대해 독점 관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막힌 우연과 운이다.
날마다 쏟아지는 책들에 거의 깔릴 것 같은 사람일 것이다.
좋은 책이지만 출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책의 분량이 너무 많아서 번역비와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책 속에 담긴 사진 등의 저작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서 출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은 2008년도에 출판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언급된 '세기의 편지들'은 출간되지 못했나보다. 판권 문제가 빨리 정리되었으면...

번역가 편의 일러스트가 재밌었다.
우리말로 옮기면 거짓말 잘하고, 약속 안 지키고 목소리 큰 사람이란 뜻인데, 풀어쓰자니 너무 길고, 이걸 한 단어로 압축할 단어가 필요했다.
그리고 찾아낸 단어 '정치인'
아, 기막힌 번역이건만 씁쓸하다. 더군다나 아이들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면 말이다.

한 권의 책을 번역할 때 보통 우리 말로 세 번 정도 옮긴다고 소개했다.
인터뷰이는 김주경 씨인데 프랑스어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는 초벌번역, 두번째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문장을 고치는 단계, 그리고 세번째는 소리내어 읽으면서 매끄럽게 다듬는다고 한다.
전문 서적을 번역하기 위해선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더해주어야 하니 번역가들의 교양 수준은 어마어마할 것 같다. 동시 통역가들도 비슷할 듯.

동물 조련사 편에서 고래를 구분해 주었다.
돌고래처럼 이빨을 가진 이빨 고래, 이빨 대신 수염을 가진 수염 고래.
돌고래는 숨 쉬는 데 필요한 콧구멍이 한 개이고, 수염 고래는 두 개란다. 어머나, 신기하다.
수염 고래는 크릴 새우를 좋아하고, 돌고래는 생선, 새우, 문어, 오징어 등을 먹는데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다고 한다.
돌고래의 식성이 생각보다 육식스럽네.

프로게이머가 명심해야 할 일로 꼽아준 대목 중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고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프로 게이머뿐 아니라 어떤 직업군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념할 부분이다.
또 세번째로 지적한 학업을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단지 게임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덤빌 직업은 분명히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겠다.

성우 편에서 실린 일러스트인데 무척 재밌다.
최수진 씨의 실화인가보다.
상대 성우는 정말 감정 잡기 힘들었을 듯.
내가 좋아하는 성우 강수진 씨가 문득 떠올랐다.^^

쇼핑 호스트 편의 호기심 해결에서 홈쇼핑에서 팔 수 없는 것들을 알려주었다.
약이나 술, 담배 그리고 사행심을 조장하는 상품은 팔 수 없다고 한다.
뭐 이건 당연한 거고...
분유 또한 모유 수유를 권장하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아핫, 그랬구나.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은 제대로 안 만들면서 말이지....;;;;;;

건축가 문훈이 소개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물 세 개다.
프랑스 대사관, 폐광촌, 소쇄원
소쇄원 밖에 보질 못했다.
소쉐원은 누구라도 손 꼽을만한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다.
프랑스 대사관 사진을 찾아 보니 지붕 처마가 한국의 정자 느낌을 갖고 있다. 신선하다.

도시 건축가 승효상 씨는 제일 좋은 건축 재료를 시간이라고 꼽았다.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도시들이 오랜세월을 거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들어진 모습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보면 서울은 지나치게 인위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사가 깊은 것에 비해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긴 좀 힘들지 싶다. 아쉽다.

파티시에 편에서 몇 가지 빵의 유래를 소개했다.
베이글과 크루아상, 카스텔라였는데 베이글이 독특하다.
오스트리아가 터키와의 전쟁에서 불리해지자 폴란드에 구원병을 요청했고, 폴란드 기마병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등자 모양의 빵을 만든 것이 베이글의 시초라고 한다. 베이글이 딱딱한 것도 같은 이유일까? ^^

200쪽이 조금 넘는 책인데 글밥이 많아서 읽는데 꽤 오래 걸렸다. 한 자리에서 다 읽으면 지치기 쉬우므로 관심가는 직업군부터 골라서 읽어보는 게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그 안에서 좀 더 구체적인 직업을 만나보면 꿈을 조각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인물들을 만나는 것도 반가웠고, 몰랐던 직업이지만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소개받아 즐겁기도 했다.
특히 문지애 아나운서의 입사 면접 때의 발언이 뭉클하다.

"지름길을 찾지 않았습니다. 늦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죽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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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0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사진 업로드 기능에 문제가 있나 보다. 추가했던 사진 한장이 엑박으로 나오더니 글 올리자 사진이 날아가면서 같이 썼던 글도 날아갔다.
이렇게 황당할 데가...ㅜ.ㅜ

pjy 2011-05-02 17:24   좋아요 0 | URL
해결이 언젠가 되겠죠~에휴휴~ 여행기를 쓰긴 썼는데 이미지땜에 천천히 올릴려고 생각중입니다^^;

마노아 2011-05-02 20:37   좋아요 0 | URL
그나마 하나가 날아갔으니 무시하고 올렸지, 다 날아갔으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했을지...;;;;
pjy님은 천천히 올리셔요. 여행기에 이미지가 없으면 안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