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38 호/2011-05-02
국내 통신사들이 앞다퉈 LTE를 통한 4세대 통신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2011년 7월부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LTE 상용 서비스를 실시하고 2013년까지 전국 82개 도시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8월에 서울을 포함해 부산, 광주에서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2012년 상반기까지는 전국망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가 최근 8,500억 원을 LTE망 구축에 투자할 방침을 밝혔고 SK텔레콤도 약 7,000억 원 안팎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통신사들이 LTE 서비스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이유는 뭘까. 그동안 부족한 줄 모르고 사용했던 통신망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보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순식간에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선 스마트폰 가입자는 2011년 말까지 최소 2,000만 명, 2012년에는 3,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각 통신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 이로 인한 트래픽 증가율은 현재 각 통신사가 보유한 이동통신망으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트래픽(traffic)이란 일정 시간 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2011년 1월 5,496TB(테라바이트, 1TB=1,024GB)였던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2012년 말 4만 7,913TB로 8.7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사용자들은 3세대 이동통신망이 제공하는 느린 속도에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스마트 폰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만들어낸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통신사들 역시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낸 해법이 바로 4세대(4G) 이동통신으로의 전환이다.
LTE는 ‘롱텀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로, 3세대 이동통신(3G)을 ‘장기적으로 진화시킨 기술’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현재 LTE에서는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173Mbps(Mega bit per second, 1초당 100만 비트를 보낼 수 있는 전송속도)로 700MB 용량의 영화 1편을 1분 안에 내려 받을 수 있다. 3G일 때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5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앞으로 LTE는 더욱 발전해 2013년엔 1Gbps(Giga bit per second)의 다운로드 속도와 500Mbps 업로드 속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현재의 LTE는 3세대 이동통신과 4세대 이동통신의 중간에 해당하는 기술이라는 의미로 3.9세대 이동통신(3.9G)이라고도 한다. (주1)
LTE 도입은 단순히 통신망 부하를 해결하는 것 이상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지금의 3G망보다 5배 이상 빨라지는 덕택에 기존 이동통신에서 불가능했던 여러 서비스를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4G 통신망에서는 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고화질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내려 받거나 입체 영상을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한 대표적인 대용량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 아이온도 가능해진다. 이런 서비스는 모두 데이터 전송량이 많아 기존 3G 통신망에서는 사용이 어려웠다.
원래 LTE와 와이브로(WiBro)는 4G 이동통신을 두고 치열한 표준 경쟁을 벌였다. LTE는 유럽의 통신업체가 주도해 개발했고 와이브로(WiBro)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주축이 돼 개발한 방식이다. 국내에서 KT가 적극 투자에 나섰던 WiBro 진영은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이나 러시아의 요타 등 주요 사업자들이 잇따라 사업을 접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1년 현재는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 중소 사업자들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반면 LTE는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에서 진화되고 기존의 네트워크망과 연동할 수 있어 기지국 설치 등의 투자비와 운용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2010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유럽 70개국 180개 사업자가 LTE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2009년 처음 LTE를 도입한 북유럽 최대 통신사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는 현재 스웨덴 25개 주요 도시, 오슬로를 비롯한 노르웨이 4개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가입자가 1억 명에 이르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 역시 4G 서비스를 조기 상용화해 아이폰을 서비스하는 경쟁업체 AT&T에 밀렸던 판세를 단번에 뒤집겠다는 태세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1위 통신업체 NTT도코모가 2010년 12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LTE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공격적인 LTE투자에 나설 전망이어서 스마트폰, 태블릿PC로 인한 망 과부하는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2011년 하반기 4G가 일반화되면 무선 데이터 속도에 대한 불만이나 끊김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통신의 세대구분*
이동통신에서 3세대(또는 3G)니 4세대(또는 4G)니 하는 세대구분은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이 주관한다. 이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모바일 네트워크의 전송속도다. 네트워크의 전송속도에 따라 음성, 문자, 영상, 동영상 등의 통신서비스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의 3세대(G)는 흔히 말하는 IMT2000이다. ITU는 144K~2Mbps 전송속도를 3G 이동통신으로 규정했다. KT의 ‘SHOW’ 서비스나 SK 텔레콤의 ‘T’ 서비스가 바로 대표적인 3G 서비스다.
4G는 IMT2000을 넘어선(beyond IMT2000) 기술을 말한다. 정지 중에는 최소한 1Gbps, 이동 중에는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ITU가 규정한 4G 서비스로 인정을 받게 된다. WCDMA에서 진화한 3G LTE의 초기 버전과 국내기술로 개발된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 등이 4G 이동통신 기술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LTE는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173Mbps 수준이기 때문에 3.9세대 이동통신(3.9G)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