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애장판 8 - 완결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고 10년은 더 지난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시작 부분과 끝부분이 명확히 기억에 남았고 그 안의 내용은 대략적인 줄거리만 남아 있었기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흥미진진했다.그때는 미처 몰랐는데 연출에도 꽤 신경을 쓴 듯하다.  

어느 날 지구에 생겨버린 기생 생물체. 이들은 인간의 뇌를 잡아먹으라는 울림에 충실해 뇌속으로 파고들어 점령하는 육식 생명체였다. 그런데 한 녀석이 어쩌다 보니 주인공 신이치의 오른손에 잘못 기생했다. 뇌까지 진입하지 못하고 성숙해졌기 때문에 그대로 공생 관계로 살아남았다. 신이치는 이 기생수를 '오른쪽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인간과 달리 정이 없고 합리적이었으며 자신의 생명에 대한 강한 방어본능을 지녔다. 인간 입장에서는 침입자이고 무서운 괴물이지만, 그들의 생각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만큼 무서운 괴물도 없고 인간만큼 이기적인 생물도 없다. 작품은 시작하면서 이렇게 지구를 망쳐버리는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렇게 늘어버린 인구. 그 인구의 10%만 줄어도 지구가 그 이상으로 숨을 쉴 수 있을 거라고. 인정할 수 있지만 동의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미 살아있는 생명체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워낙 다양한 기생수들이 인간 속에 섞이면서 변종들이 늘어났다. 단순히 식욕만을 갖고 인간을 잡아먹는 놈도 있고, 호기심을 갖고 인간을 탐구하는 이도 있고, 인간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이도 있었다. 다양한 그들의 육성을 듣노라면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이 지구에서 학습한 것이 오히려 인류의 스승으로도 보였다.  

그림체가 상당히 지저분하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긴 한데 거친 터치가 박력을 주고 운동감을 느끼게 했다. 처음 연재부터 시작하면 지금은 무려 20년도 더 지난 작품이고 그 사이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회자되었다. 한쪽에선 그렇게 인간의 잘못을 반성하려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더 큰 범죄를 저지르며 자연에도 인간에도 몹쓸 짓을 하는 인간들이 늘어간다.  

뉴스를 보다 보면, 인간이 이렇게 이 지구에서 잘난 척을 하며 살아도 좋을 것인지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이러다 벌받지 싶어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극닥전인 위협을 느끼게 된다면 결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누구든 애를 쓸 것이다.  

자주 좌절하게 되지만 그래도 늘 희망만은 포기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잘못도 많이 저질렀고 오만하기까지 하지만 작품 속 기생수들이 지적했듯이 '이타심'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맨 처음 오른쪽이도 인간의 '헌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신이치와의 공생 관계에서 헌신이라는 것을 배우고 실천한다. 인간 아기를 낳은 타무라 레이코처럼 모성도 알아차리고 희생도 치른다. 그들은 서로에게서 기생하며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갔다. 인간 역시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껏 문명을 일구며 살아남았을 것이다.  

메시지가 묵직하면서도 시원하다. 이렇게 괜찮은 작품이 그 후 영화로는 안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동 저자의 '히스토리에'를 이제 그만 쟁여두고 읽어야겠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작품 후기에 80세 노인이 10년 전에 읽었다던 이 책을 여전히 명저라고 꼽는 것처럼, 내게도 오래오래 명작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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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수는 그림이 너무 잔혹해요.
저는 1권 겨우 보고 끝냈어요. ㅠㅠ

마노아 2011-04-19 12:52   좋아요 0 | URL
예전에 엄청 징그럽고 무섭다고 여겼는데 세월 지나 다시 보니 좀 낫더라구요.
워낙 잔인한 게 많이 노출되는 세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