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람 3 - 미스테리심리썰렁물 시즌 3
강풀 지음 / 문학세계사 / 2009년 4월
절판


내 예상대로 공포스러웠던 1권을 지나 짠했던 2권을 지나고 감동적인 마무리의 3권이었다.
살해 당한 여선이는 이웃집의 수연이에 비해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짐나 그 아이 나름의 예쁜 마음들이 있었다. 까치밥이라며 감을 따지 않으려던 아이가 새엄마가 감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감가지를 따오던 날, 하필 새엄마가 감을 미리 사다 놓은 것을 발견한다. 소심한 마음에 감가지를 제 방으로 가져와 창에다가 매달아 놓았다. 까치밥을 빼앗은 것을 미안해 하며...
아이는 소박하고 검소한 편이었기에 살부러진 우산도 마다않고 썼겠지만, 새엄마 마음은 서글프다. 필시 자신이 친엄마였다면 당연하게도 우산 예쁜 걸로 사달라고 졸랐을 텐데 말이다.
흔해빠진 머리띠 하나도 소중히 생각하고 아껴 쓰던 예쁜 아이가 오래오래 눈에 밟힌다.

강풀 작가는 작은 컷 하나도 무심히 넘어가는 일이 있다. 어떤 내용이 나왔으면 그런 내용이 나온 배경이 분명 존재한다. 사라진 머리띠와 철사 꾸러미, 베란다에 떨어져 있던 교복 자락과 부러져 나간 우산살도 다 의미가 있었다. 그것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집을 지어버린 까치. 그 덕분에 동네 전체가 정전이 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닥친다면 그 불편함에 저 망할 놈의 까치!를 외쳤겠지만, 그 바람에 연쇄살인범의 폭주를 멈추고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다. 고마운 까치!!

이 작품이 아파트와 타이밍, 그리고 어게인과 어떤 연관이 있나 궁금했다.
이렇다할 연결 고리를 못 찾았는데 저기서 발견했다.
지문으로 등장한 양형사!
분명 앞서의 시리즈에 등장했던 그 저승사자일 것이다.
반갑다.^^
그가 사건 파일 녹취록에 녹음해둔 내용을 통해서 전체 사건의 개요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 나쁜 살인범이 10일 간격의 살인 규정을 왜 바꿔야 했는지 말이다.

저 피자씬은 아쉬웠다.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음에도 피자 받느라고 문을 열어준 범인.
그랬다면 피자가 좀 더 먹음직스러웠어야 했는데
애석하게도 어제 내가 먹은 이마트 피자처럼 맛없어 보인다.^^

숨막히던 삼일 간의 피냄새가 걷히고 안도의 숨을 쉬게 했던 장면이다.
안전한 귀가에 감동먹고, 심지어 자신이 처한 위험조차도 알지 못하게 배려해준 이웃 사람들의 선의가 고마웠다.
모두들 각자의 사연이 있었다.
누구라도 주저하는 게 당연한 이유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 발자국씩 더 나갔다.
그 한 걸음이 큰 보탬이 되어 살인변주곡을 멈췄다.
장하고, 장하다!

처음에 무척 소심하게 등장했던 이 아저씨,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살인범과의 맞대면을 통해서 강해졌다.
그렇지만... 손님께 반말이라니, 곤란해요!

피자가게 사장님 말씀 지당하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고 사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 사연을 모두 살인으로 연결시키면 이 세상에 살인마 아닐 사람이 몇이나 되고, 살해당하지 않을 사람이 또 몇이나 될까.
이해가 인정이 되어서는 곤란한 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이는 이웃사람이었고, 가장 절실한 도움을 준 이도 이웃사람이었다. 이웃과의 소통이 지극히 단절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새겨야 할 내용이다. 혹여 그 불신의 장벽을 내가 만든 것은 아닌지, 내가 만든 벽이 나를 위험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책의 맨 뒤에는 해설을 붙인 장상용과 양영순 작가의 대화 내용도 실렸다.
그 부분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배우고 깨우쳐야 될 내용같아서 따로 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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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4-09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의 병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해 낸 것 같아요. 사람은 타인과 고립 속에서 안식을 찾으려고 하고 피하려고 하는데 결국 그것이 더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고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죠. 한가지 감동한 것은 피자 장면에 대한 마노아님의 냉철한 비평이 완전 무결한 만화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습니다. 대빵 웃겼어요. 이마트 피자 ㅋㅋㅋ

마노아 2011-04-10 01:54   좋아요 0 | URL
고독 속에서 평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테두리가 없으면 불편해한다는 것은 더 불안한 것 같아요.
아하하핫, 이마트 피자는 좀처럼 적응이 안 되네요. 좀 식은 피자를 먹어서 더 그럴 거예요.^^ㅎㅎㅎ

후애(厚愛) 2011-04-10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당장 시리즈 다 구매하고 싶은데.. 옆지기한테 애교좀 떨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한국 나갈때까지 책 구매 안 하기로 약속했는데... 제가 보고싶어서 안달이 났어요.^^ㅎㅎㅎ

마노아 2011-04-10 13:54   좋아요 0 | URL
한국 와서 구매하세요. 얼마 안 남았어요.^^ㅎㅎㅎ

순오기 2011-04-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가깝고도 먼 이웃~~~~~~ 현대인의 문제군요.
이마트 피자~ 우리 아들은 제 입이 고급이라 사실 맛은 별로라네요.ㅋㅋ

마노아 2011-04-11 11:59   좋아요 0 | URL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고 하니까 일본이 퍼뜩 떠오르네요.^^;;;
이마트 피자, 맛은 영... 그 정도 가격에 그 정도 크기로는 코스코 피자가 최고인 것 같아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