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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 1 - 미스테리심리썰렁물 시즌 3 ㅣ 강풀 미스터리 심리썰렁물 3
강풀 글.그림 / 문학세계사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강풀 작가의 '어게인'을 읽다가 뭔가 연결 고리가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강풀 작가가 여름마다 내놓는 미스테리물은 아파트-타이밍이 뒤를 이었는데 어게인과의 사이가 붕 뜬 것이다. 찾아보니 '이웃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뒷 이야기를 먼저 읽은 것이다. 정확히 이어지는 내용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순서대로 읽는 것을 고수하는 나는 이웃사람을 일단 구입했다.
첫 부분은 다음 연재 당시 내가 보았던 부분이다. 무척 흥미롭기도 했지만 무섭기도 해서 일주일씩 기다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완결 되면 보리라 결심했던 게 오늘에 이르렀다.
한 여고생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여고생의 엄마는 아이가 죽은 후 일주일 동안 날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와 마주친다. 사고 당일 내렸던 비에 젖은 것처럼 흠뻑 젖은 모습으로 말이다. 챕터가 변할 때마다 제목이 저렇게 검은 바탕에 나열되어 있는데 기분 탓인지 글씨만 보고도 오싹함을 느낀다.
범인은 같은 빌라 안에 사는 독신남이었다. 사건이 있던 날부터 사내는 뭔가 수상쩍은 행동을 했고, 이웃 사람들은 그 이상함을 조금씩 간파했다. 하지만 이렇게 큰일이 얽혀 있을 거란 짐작을 하기엔 무리였고, 이런 일에 나서서 오지랖을 부릴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는 사이 희생자는 늘어가고 이웃들은 점점 더 수상한 사내에게서 수상한 기척을 느낀다.
경비 아저씨가 실종되고, 야간 경비가 고집하는 표노인이 사내의 수상한 점을 포착한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 수도 요금이 21만원이라니 당연히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표노인이 등장할 때마다 뒤에서 잔소리를 해대는 저 남자는 살아있는 사람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는 말을 걸고 표노인은 그와 말을 섞는 것을 싫어한다.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고 야간에만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이 사람도 뭔가 비밀이 있는 것만 같다.
빌라에는 전과자도 살고 있었다. 사채업을 하고 있고 몸에는 문신도 새겨져 있고, 입도 아주 거친 이 사내가 제일 먼저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웃들이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남자,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분리 수거 제대로 해달라는 말에 순순히 쓰레기 봉투를 나른다. 물론, 반상회 총무 일을 보고 있는 아주머니는 겁에 질려서 사내의 저런 면모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표노인이 수도요금 문제를 얘기하러 집에 들었는데 사내는 대뜸 수도요금이 많이 나오면 '수상한 거냐'고 묻는다. 노인이 정정한다. '이상한 거'라고. 그렇다. 사내는 제가 찔리는 게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단어가 남다르게 나온 것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 격.
강풀 작가는 심리 묘사에도 늘 탁월했지만 이번 이야기에선 유독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이 그림이 그중 압권이었다.
표노인이 돌아가는지 사내가 집 안에서 지켜보느라 생긴 그림자다. 표노인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좀 더 묘안을 짜낸다. 대담한 척하며 연쇄 살인을 하고 있는 사내도 어쩐지 저 노인께는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본다. 봉준호 감독은 디테일에 무척 신경을 써서 별명이 봉테일이라던데, 강풀 작가는 풀테일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림도 좀 더 신경 썼다는 느낌이다. 단순한 그림체지만 그 안에서 차별화를 두려고 애쓴 듯하다. 이만큼 성취했음에도 더더더 성장하는 작가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나와 내 가족, 우리 동네를 위협하는 이웃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동시에 그런 위험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주는 이웃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중의적 의미로 이 제목을 썼을 것이다. 1권 만으로는 오싹한 기분인데 뒤에는 가슴 뭉클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훈훈한 결말이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