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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Kitchien 3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6월
평점 :
3편조차도 거의 윙크 연재본으로 본 내용들이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드디어 낯선 이야기를 만났으니 4권에선 새로 만나는 따끈한 이야기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보아서 재미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무려 세 권 연속 본 이야기를 또 보니 약간 김이 새기는 했다.^^
음식이 상기시는 것은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그리움' 같다. 유학 간 학생이 고국의 음식이 그립고 외국의 느끼한 음식에 질려 냄새가 신경 쓰이면서도 김치를 먹고 마는 것도 그렇고, 시골에 계신 연로한 부모님이 손주들이 지난 여름에 뱉어놓은 씨가 밭에서 수박으로 변신한 것을 보고 감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리움은 진하고 아름답건만 작가님의 개그 본능은 멈추지 않는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꼭 후기 페이지가 한 장 나오는데 거기에 작가님 친정 이야기가 나온다. 체력 저하로 이쁜 손주들이건만 집에 오래 있으면 어여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하하핫, 명절이라 더 깊어진 공감이라고 할까....ㅜ.ㅜ 긴긴 연휴가 벌써 버거워지고 있다. 아흐 동동다리...
작가님이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본인의 경험이 잘 녹아 있다. 터키에서의 '차이차이' 편이 그런 경우. 그림 만으로는 터키 총각으로 안 보였지만 터키 사람들의 특성과 스타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서 좋았다. 그야말로 '뒤끝 없는 나라'라고 할까. ^^
가장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건 '진달래 한 점' 편이었다. 첫번째 사진은 미니스커트의 상징이 되었던 윤복희 씨. 두번째는 진달래 화전의 찹쌀 반죽인데 그림상으로도 정말 노릇하게 익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군침이 돌았다. 대학생이 되어 젊음을 발산하고도 싶었던, 그러지 못하고 집에서 조신하게 신부수업을 하느라 답답했던 어머니의 처녀적 표정도 생생하다. 기름기 도는 진달래 화전은 곱기만 하고 트윈폴리오 그림은 빙긋 웃게 만들었다. 실은 오늘 케이블에서 놀러와에 출연했던 '세시봉' 특집 편을 보았기 때문이다. 왼쪽이 윤형주고 오른쪽이 송창식이겠지? 둘 다 별로 안 닮아 보이는데 젊을 적 얼굴이어서 그런 걸까?
'급식의 왕' 편에서는 스파게티가 소재가 되었다. 어려서 이민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학생이 한국 교실과 급식 환경의 열악함에 기겁을 하고 또 아이들과 잘 섞이지 못해서 겉돌던 이야기를 해내었다. 이야기도 좋았지만 에피소드가 압권이었다. 학교 급식으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바로 스파게티인데(실은 나도 좋아함!) 이날은 급식 상황이 거의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작가님은 현직 교사이신데(아마 지금은 육아 휴직 중이신 듯) 살벌했던 스파게티 급식 현장을 한쪽으로 묘사해 내었다. 사진을 잘못 찍었지만 의미는 전달되리라.^^
2권에서는 작가님이 여행했던 곳에서 만난 최고의 음식을 5순위까지 발표하는 짜투리 페이지가 있었다. 이번엔 최악의 음식이다.
5위는 스페인 '세비야' 밤새 파티하고 놀다가 아침에 자기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오후 3시 이전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오전 11시에 영업도 시작하지 않은 식당에서 무리하게 음식을 요구했다가 차마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꽃미남 웨이터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음식을 테이블 밑 땅에 파묻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했다. ^^
4위는 이탈리아. 이번 편은 정말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경우였다. 로마의 테르미니 역에서 맥도날드 쿠폰북을 받았는데 요일마다 정해진 메뉴가 단돈 1달러였다는 것이다. 작가님의 표현에 따르면 그건 '악마와의 거래'였다고 한다. 맥도널드로 일주일을 버티고 어느 날 나폴리에서 맥도널드 매장을 못 찾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먹게 된 나폴리 피자에서 맘마미야!를 외쳤던 것. 결국 스파게티는 먹지도 못하고 다음 행선지로 떠나야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연장 선에서 3위가 등장한다. 페루에서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일명 토마토 철사 스파게티라고나 할까. 포크 대신 펜치가 필요했다고 한다. 왜 3위인지 짐작 가능하다...
2위는 네팔 '포카라'. 이름 모를 어느 음식이었는데 호화로운 식당에서 네팔의 전통춤을 보며 식사를 해야 했단다. 그런데 손님은 본인 혼자였고 30여 명의 무용수와 악단이 오로지 자신만 쳐다보니 식사가 심히 불편했을 것이다. 심지어 함께 추자고 해서 끌려 나가기까지... ^^ 게다가 덤도 있다. 뒤늦게 들어온 다른 손님이 자신을 일본인으로 착각하고 자기 동행인에게 일본 칭찬을 마구 하더란다. 그것도 옆의 나라 한국과 비교하면서..ㅜ.ㅜ
대망의 1위는 '빵'이라고 한다. 평소의 작가님은 일명 빵순이이건만, 여행지에서 밤새 술마시고 일어나 마주하게 되는 빵들의 향연이란... 정말 빵을 발음하는 순간 토나오는 경우가 있지 않았을까. 얼마나 해장국이 갈급했을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
메인 에피소드도 재밌지만 따라오는 후기 만화도 못지 않게 재밌는 키친이다. 4권도 기대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