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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종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1
헤르베르트 홀칭 그림,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조경수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3월
구판절판
왕도둑 호첸플로츠로 유명한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글이다. 작가 때문에 독일 문학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내용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옛날 러시아에서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쟁기가 무언가에 부딪히는 걸 느꼈다.
땅바닥에 드러난 청동 고리가 빼꼼 보인다.
끙차~ 꺼내보니 이렇다.
세상의 그 어떤 종보다도 크고 무거운 청동종.
마을 사람들은 청동종의 출현을 기적으로 보았다.
나무탑을 지어 청동종을 매달았다.
종에 새겨진 무늬는 용을 무찌르는 성자 게오르기다.
청동종은 일 년에 열두 번, 마을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울렸다.
커다란 종소리는 이웃 마을까지 울려 퍼졌고,
종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걱정을 잊게 하고 외로움을 달래주고, 병을 가볍게 해주고 용기도 북돋아 주었다.
놀랍고도 신비한 청동종.
이제 청동종은 그 소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이 되었다.
소문은 널리 퍼져 욕심 많은 황제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인상부터가 딱! 욕심쟁이라고 적혀 있다.
황제의 화려한 궁 무늬, 옷의 장식, 머리의 관 등이 인상적이다.
이런 게 러시아 스타일이구나.
황제 옷에 있는 성직자들 그림은 러시아 정교의 성자들이겠지?
황제는 명을 내려 청동종을 자신의 성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병사들이 튼튼한 수레에 청동종을 실어 말 여섯 마리로 하여금 끌게 했다.
하지만 수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황제는 황소 열두 마리로 수레를 끌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 한 뼘도!
말도 못해내고 황소도 아니 되고, 이번엔 병사들까지 동원했지만 누구도...
무엇도 청동종이 담긴 수레를 움직일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이건 청동종의 의지라고 할 수밖에.
황진이의 집앞을 떠나지 않았다는 관이 생각난다.
하지만 황제는 청동종을 달래거나 설득할 생각이 없다.
나를 위해 울릴 수 없다면 누구를 위해서도 울려서는 안 된다는 게 황제의 생각!
딱 생긴 것처럼 생각한다.
이런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의 백성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고 있을 지는 안 봐도 구만 리!
그렇지만 청동종의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
처음 청동종을 발견했던 이반은 잘게 부서진 청동 조각을 다시 원래 있던 들판에 묻어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들판에 작고 귀여운 청동종이 가득한 게 아닌가.
이반은 청동종을 모두 주어와서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말들이 썰매를 끌고, 그 말과 썰매에는 작은 청동종이 달려 있다.
커다란 청동종이 울리던 소리보다는 작을 테지만 끊임 없이 쉼 없이 곳곳에서 청동종의 은은한 소리가 울려퍼질 것이다.
황제는... 배아파서 죽겠다.^^
말이 마차를 끄는 게 아니라 썰매를 끄는 것도 러시아답다.
그림을 통해서 러시아 사람들의 복장도 눈여겨 볼 수 있고 전통 문양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판화로 제작한 그림처럼 보였는데 판화 그림이라는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안 한 건지, 아니면 사실이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부러 투박하게 표현해 낸 그림이 추운 나라의 소박하고 정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걸맞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