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 사계절 웃는 코끼리 4
박효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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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늘 심심해를 외친다. 금방 싫증내고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종일 있다 보면 뭘 하며 즐겁게 놀아줘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어른들보다 스케줄이 빡빡해서 좀처럼 놀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은 놀고 싶어하고 재밌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민구는 학교 가는 길이 너무 지루하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달랑 10분 거리이고 가는 길도 하나 뿐이다. 초록 깃발을 든 녹색 아줌마를 건널목에서 두 번이나 마주쳐야 하는 것도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줌마들은 귀가 따갑게 소리치신다.  

"가운데로 똑바로 걸어! 한쪽 팔 높이 들고!"
"팔 높이 들어! 똑바로 걷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민구는 팔을 번쩍 들고 건너고는 있지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다가 팔이 부러지면 어쩌나 엄한 상상까지 한다. 맘에 들지 않는 길을 꼭 갈 필요는 없다고 민구는 생각한다. 그래서 새 길을 개척하기로 결심했다.  

결심을 한 다음날, 민구는 가던 길이 아닌 빙 돌아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덕분에 학교는 지각했다. 

그 다음 날도 민구는 어제 가지 않은 색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역시나 지각했다.  

연이어 지각을 하니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신다. 선생님이 알림장에 적어 보낸 등교지도 당부 때문에 민구는 엄마께 혼이 난다. 자신이 지각했다는 것도 모른 채 그저 새 길을 개척했다는 것에만 흐뭇했던 민구는 이제 하교할 때 새 길을 개척하기로 결심한다.  

민구의 얘기를 들은 친구 은결이도 그 길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아이들을 가장 매료시킨 것은 녹색 아줌마를 만나지 않는 거라고 하니, 봉사하시는 녹색 어머니께 죄송할 따름이다.^^;;;  

엄청나게 길치인 나는 늘 가는 길로 가도 학교 가는 길을 매번 헤매고는 했었다. 앞서가는 같은 학교 교복 입은 선배 언니들 꽁무니만 따라가다가 잠깐 공상에 빠지면 그걸 놓쳐서 두리번 거리기 일쑤였는데, 모든 길이 확실히 학교로 통하기는 했다. 시간은 좀 걸리기는 했지만. 민구처럼 긍정적인 생각은 못해봤다. 난 지각하는 게 두려웠으니까. ^^

 민구와 은결이가 친한 것처럼 민구 엄마와 은결이 엄마도 친하다. 민구 엄마가 민구를 데리고 은결이네 집에 찾아갔다. 엄마들이 이야기 나누실 때 두 사람은 재밌게 놀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은결이는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자랑질을 하면서 시선을 끌어 보지만 두 아줌마는 건성으로 듣는다. 딴 것도 칠 줄 안다고 강조를 하고 나서야 두 곡을 연주한 은결이는 두 엄마들의 식상한 박수를 받는다.  

딱 한 시간만 놀다 가기로 했기 때문에 이제 두 아이는 마음이 바빠졌다. 서로 하고 싶은 놀이는 많지만 같이 하고 싶은 놀이가 많지 않았다. 곤충놀이 하고 싶은 민구와 인형놀이 하고 싶은 은결이는 결국 협상을 하게 된다. 제비뽑기로! 

하고 싶은 놀이를 각자 적어서 모자에 뽑기로 결정했다. 민구가 적은 놀이는 곤충놀이, 애벌레놀이, 탐험놀이, 공룡놀이, 물놀이. 그리고 은결이가 적은 놀이는 인형놀이, 학교놀이, 엄마아빠 놀이, 모래놀이, 카드놀이, 피아노학원 놀이다. 

서로의 관심사와 애정이 반영된 지극히 주관적인 놀이들이지만 아이들은 솔직해서 좋다. 서로 하지 않기로 한 놀이들이 걸리면 다시 제비를 뽑아서 결국 탐험놀이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이제는 민구가 엄마랑 돌아갈 시간...  

아이들은 언제까지라도 신나게 놀 수 있는데 벌써 해가 저물었다. 아쉬움은 다음 날로 미뤄야 한다. 

 낮 동안에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했다. 열심히 구멍을 파서 함정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덮은 뒤 다시 모래를 덮어 깜쪽같이 속이는 것이 목표다. 민구와 은결이, 나중에는 지나가던 경빈이까지 합세한다. 아이들은 열심히 구멍을 팠고, 나름대로 그럴싸한 함정을 만들었지만 그 함정에 빠질 사람이 지나가질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마침 민구 엄마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억지로 함정 쪽으로 이끈다. 엄마의 발이 빠지긴 했지만 아이들이 파놓은 구멍이 그리 깊을 리도 없고 엄마를 어이 없게 웃게 하는 정도로 끝난다. 이제 아이들은 한 발씩 함정에 발을 집어 넣기도 하고 모둠발로 점프를 해서 그 안에 뛰어들기도 한다. 구멍을 파는 것도, 그 구멍 안에 스스로 빠지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된다.  

자칫 지나치면 위험해지거나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 놀이들을 통해 나름의 수위를 찾아갈 것이다. 오히려 이런 놀이의 맛을 전혀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이 불안하다. 잘 노는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고, 그래야 그 아이들이 살아가고 개척해 갈 세상이 더 건강해질 것이 아닌가.  

전자게임만 상대하며 더불어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사회성이 망가지기 쉽다. 형제 자매와, 이웃과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건강하게 웃을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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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2-23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독특하고 얘기도 재미나요.ㅎㅎ
우리집 느림보 아들은 학교까지 5분 거리인데, 돌아갈 길도 없는데 왜 맨날 학교 끝나고 늦게 오는지 의문임... ㅜㅜ

마노아 2010-12-24 02:05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학교 다녀오는 길은 탐험의 길 같아요. 참견할 것도 많고 상상할 것도 많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