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보물창고 50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책은 언제나 뻔한 결말로 나아가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역시 특별하게 진행시키는 재능이 있다. 이 책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른쪽 바닥의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다. '모디캐이 저스타인이 지었고 신형건이 옮겼어요!'라고, 쫓기는 와중에도 할 말은 하고 있다. 그 뒤를 쫓는 후크 선장과, 앨리스의 토끼와 탐정, 서커스의 광대, 거위 등등...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캐릭터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그림자까지 표현되어 있으니 마치 이 책을 들여다보는 내가 빛을 쏘아주는 느낌이다. 하늘색과 노랑색의 조화도 예쁘기 그지 없다.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든다. 

 

'언젠가'라는 말이 2차원 평면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준다.  

책 속 주인공 식구들을 얼른 만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는다.   

그런데 얼라! 이 시커먼 화면은 무엇인가! 

 

처음엔 책이 잘못된 줄 알고 책 미리보기까지 찾아봤다. 원래 이런 화면이다.  

그러니까 깜깜한 밤을 표현한 것이다. 밤이 지나고 새하얀 날이 밝았다. 저 어두운 침대의 주인공들이 얼굴을 내밀 차례다. 

 

책장이 열리면 아침이 되고, 그 덕분에 가족들이 일어난다. 저마다 기지개를 켜는 모습. 참 달콤하게 잤나 보다.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좋은 아침!을 외치는 경쾌한 가족들. 심지어 앙숙일 법한 개와 고양이도 안녕을 외치고, 어항속 물고기도 좋은 아침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여자 아이는 고민이 있다. 책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뭔지 모르겠다나.  

식구들은 저마다 자신의 직업이나 관심사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서커스 광대 아빠도, 용감한 소방관 엄마도 자기 이야기만 한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오빠도 빠지지 않고 심지어 개와 고양이, 물고기마저도 모두 제 얘기라고 강조한다. 그 와중에 우유가 쏟아지고 의자가 넘어지는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만 빼고 모두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으니 소외감을 느끼는 주인공. 그리하여 다음 쪽으로 떠나보았다. 거기서 만난 큰 거위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독자의 존재! 

독자가 뭐냐고 물으니 위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정말로 독자를 보고 화드득 놀라는 꼬마 아이! 우리더러 빵빵한 덩어리라고 한다. 아, 식은땀 나네...;;;; 

 

아무튼 그리하여 이야기 찾아 삼만리를 떠나는 우리의 주인공! 

거위가 안내한 다음 쪽에서는 황금 알도 나오고 뽀뽀 해달라고 요구하는 개구리도 있고, 과자로 만든 집도 등장한다. 유리 구두를 내미는 임금님도 계시고 이름을 맞춰달라고 떼 쓰는 숲의 요정도 있다. 죽그릇을 내미는 곰 가족과 콩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소년, 혀를 낼름거리는 늑대까지... 이야기가 한가득이지만 그건 모두 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주인공 소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다음 쪽으로 넘어간다. 

그리하여 만난 건 탐정 양반. 하지만 어지러운 발자국의 단서가 좌욱이 깔려 있는 이야기 공간은 무섭기만 하다. 소녀는 달아났다.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소녀를 끌어당기는 커다란 흰토끼! 

하지만 여기서 끌려가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고 말 테니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소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이크! 해적선이다. 바다도 무섭고 역사 소설 속 공간도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 

대체 소녀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을까? 어딜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지구 안에 있는 것은 맞을까? 

 

그래서 가봤다. 우주까지! 

아침에 만났던 오빠는 벌써 자라서 우주 비행사가 되어 있다. 책 속에서는 단 몇 쪽 만으로도 어른이 될 수 있다나. 놀라운 세상이다.  

하지만 소녀는 알고 있다. 자신은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지도 않고, 토끼 굴로 내려가고 싶지도 않았다.  

추리 소설이나 동화 속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소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뭔지, 그 정체를 알 것 같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자. 식구들에게 중대 발표를 해야 한다. 

 

소녀는 자신의 이야기의 주제를 식구들에게 알려준다. 모두들 호기심을 보인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도 알려줬다. 식구들은 모두 멋지다고 환영해 주었다. 

대체 소녀가 말한 소녀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소녀는 이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궁금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라고 해당 대사는 잘랐다!(쿵!) 

이제 소녀는 잘 시간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잘 수 있게 책을 덮어달라고 한다.  

아핫! 책을 덮어야 저녁이 오고 소녀가 잠들 수 있겠지? 바로 저 시커먼 그림처럼....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이야기 속 이야기를 찾는 재미도 크고, 소녀의 당찬 깨달음은 더 반갑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동심을 가진 모디캐이 저스타인이 신기할 지경이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좋아할 책을 또 만났다. 흥분을 동반하는 즐거움이 몰려온다. 맛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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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2-2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이 책도 독특한 구성으로 재미나요.^^

마노아 2010-12-24 02:06   좋아요 0 | URL
역시 모디캐이 저스타인답다고 생각했어요. 실망시키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