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치우기 지원이와 병관이 6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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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병관이 시리즈. 큰조카한테 물었더니 만화같은 그림이 재밌다고 한다. 둘째 조카도 재밌다고 하는데 이유를 물으니 잘 대답은 못했다. 아무튼 아이들에게는 인기 폭발인 병관이 시리즈다.  

 

그림을 담당한 김영진 작가는 책의 표지를 열면 이렇게 콘티 작업한 것을 담아내서 작가의 땀이 스민 흔적을 곧잘 보여주곤 하신다.  무려 8개월을 작업했다는 일지를 보고서 놀랐다. 당연히 고된 노동의 흔적이 담겨 있겠지만 그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엄마는 지원이와 병관이 남매를 남겨두고 외출을 하셨다. 엄마가 없는 사이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뚜껑 열기 시작하는 두 남매. 알까기 하려다가 바둑알을 다 엎고 세계일주 놀이 찾겠다고 하다가 온갖 장난감들을 다 쏟아버리고 말았다. 김영진 작가는 그림 속에서 재미난 장면을 많이 연출하는데 인형이며 장난감들이 어째 모두 병관이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녀석들도 어처구니가 없었나보다.  

아이들의 폭주를 잠시 멈추게 한 것은 피아노 선생님. 발 디딜 곳 없는 곳에서 선생님도 빨리 수업이 끝나기를 바랐을 것 같다. 천방지축 병관이가 피아노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째 내가 식은땀이 난다.  

실컷 놀았더니 출출하다. 토스트에 식빵을 구워 딸기잼을 발라 먹는 아이들. 그렇지만 이미 식탁은 초토화! 

빨리 엄마가 오시지 않으면 집은 온통 난장판이 되고 말 것만 같다. 극적인 순간에 등장하시는 엄마! 

 

충격받은 엄마가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미 주부9단 엄마는 침착하시다. 저녁 준비하는 동안 치워 놓으라는 짧은 한 마디. 얌전한 지원이는 정리하기 시작하지만 병관이는 블록 만들던 거 마저 한다고 제 방에 들어가버린다. 얄미운 녀석! 누나 지원이가 병관이의 괘씸죄를 엄마에게 이른다. ^^ 

 

엄마는 나중에 만들고 먼저 치우라고 하지만, 병관이는 다 만들고 치우겠다고 고집한다. 이쯤 되면 엄마가 버럭!할 것 같지만 역시 주부 9단은 다르다. 아이의 행동 반경을 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결국 고집 피우다가 블록 들고 집을 나가는 병관이. 

괜시리 고집 피웠지만 이미 얼굴에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엄마는 이미 알고 계시다. 배고프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실 이런 경험들은 대체로 한 번씩들 있을 것이다. 내 친구 하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얘기에 충격 먹고 제 엄마 찾겠다고 집을 나왔는데 검정 봉다리에 팬티 두 장만 들고 나왔다가 결국 저녁에 배고파서 집에 돌아갔다고 했다. 나는 이런 적... 있던가??? 

 

병관이는 화장실이 급해서 잠깐 들렀다는 둥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집 주변을 서성인다. 만들던 블록으로 멋진 해적선을 완성했지만 자랑할 사람이 없다. 이렇게 섭섭할 데가! 게다가 하필 아빠는 모임이 있다고 늦게 오신다고 한다. 날 잡은 병관이. 진퇴양난이다.  

결국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온 병관이는 오감을 자극하는 저녁 냄새에 주저앉게 된다. 이미 여기까지 다 꿰고 있는 엄마. 식탁 위에는 병관이의 밥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어느 엄마가 자식 밥을 정말로 안 줄까. 매번 말썽 부리고 힘든 일은 내빼기 바쁜 철없는 병관이지만 지극히 욕망에 정직한 어린아이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병관이도 자라면서 철들고 듬직하게 변하겠지? 

 

아, 눈물나게 신나하는 저 모습. 둘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모습이다. 기름 잘잘 흐르는 비엔나 소세지라니, 아 맛나 보인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병관이는 방을 정리한다. 엄마가 들어오셔서 정리하는 요령을 알려주신다. 자주 갖고 노는 것은 꺼내기 쉬운 곳에,자주 갖고 놀지 않는 것은 안쪽에, 그리고 이제는 안 갖고 노는 장난감은 상자에 담아 치우자고 하신다.  

어느 걸 치워야 하나... 

망가진 것들도 있고, 잘 갖고 놀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치워 버리기는 좀 아쉬운가. 병관이의 고민은 좀처럼 책을 치우기 힘든 나의 고민과 일치한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옷도 그릇도... 

 

지원이와 병관이의 여러 이야기들은 늘 우리 생활에 접목되어 있고 일치감을 느낄 때가 많아서 더 실감이 난다. 아이다운 순수함도 예쁘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도 반갑다. 이 시리즈가 계속 된다면 혹시 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판 성장 소설도 나오려나? 알 수 없지만, 어쩐지 상상하는 것으로도 즐겁다. 사춘기 소년이 된 병관이와 첫사랑의 열병으로 고민 많은 지원이라면...  

그나저나... 책상 위를 좀 정리해야겠다. 병관이 나무랄 처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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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8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9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2-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그림이 아주 실감나는 책이예요.

마노아 2010-12-24 02:07   좋아요 0 | URL
리얼 그 자체여서 레알 돋아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