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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태어날 거야 ㅣ 웅진 세계그림책 135
존 버닝햄 글, 헬렌 옥슨버리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8월
평점 :
제목에서 주제가 빤히 보이는 것 같아서 큰 기대는 없었다. 존 버닝햄과 헬렌 옥슨버리의 결합이니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혹시 실제 경험담은 아닐까 생각했던 게 기대치의 전부. 그런데 역시 유명세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 내용도 그림도 그야말로 찰떡궁합으로 만족스러웠다.

가을이 되면 곧 동생이 태어날 거라고 알려주니, 아이는 호기심에 겨워 질문을 잔뜩 풀어낸다. 기왕이면 남자 동생이어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이의 이름 후보는 피터와 스파이더맨. 태어날 아이가 필히 여자여야겠다고 생각하는 독자다. ^^
첫번째 사진의 그림을 오래오래 쳐다보았다. 엄마의 앉아있는 자세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저 정도 거리에서 얼마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보고 있을지 충분히 그려졌다. 아직은 임신 초기라 배도 별로 불러오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대화를 한다.
동생이 이 다음에 뭘 할까요? 라고 묻는 아이. 자신이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한 게 아니라 동생이 뭐가 될지 궁금해한다.(한편으로 염려한다.)
그림을 보시라. 첫번째 후보는 요리사다. 하지만 상상속의 동생 요리사는 그리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다. 동생이 만든 것은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후보는 아직도 많다.

동생은 화가가 될 수도 있고 정원사가 될 수도 있다. 동생이 화가가 되면 집에서 그림을 못 그리게 해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 집이 얼마나 엉마진칭이 될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저 모습은 화가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충분히 연출하곤 하는 모습. 상상 속 아이의 모습은 사실 지금 얘기하고 있는 아이라고 해도 전혀 그림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게다.
엄마의 배는 이제 제법 부풀었다. 아이는 곧 고민에 싸인다. 꼭 동생이 있어야겠냐고. 그냥 지금도 괜찮지 않냐는 질문에 지극히 아이답다. 사랑을 빼앗길까 두렵기도 하고, 동생이 말썽을 부릴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기가 앙앙 울어대면 또 어쩌나 고민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궁금증과 호기심을 누를 수는 없는 것!

동물원에서 일을 하는 동생을 상상해 본다. 호랑이한테 잡아 먹히면 안 돼!!
배를 타고 멀리 나가는 선원이 되는 건 근사하지만 선장은 절대적으로 내가 해야 함!
동생이 은행에서 일을 하면 나한테 돈을 많이 줄까? 그밖에 공원지기 동생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상상하다 보면 끝이 없을 테지. 수개월 동안 동생 생각을 했더니 이젠 동생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어떤 아기가 태어날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느덧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 되었다. 엄마 뱃속에서 아가도 무럭무럭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동생은 태어났고, 아이는 자신의 동생을 만나기 위해 할아버지와 함께 문앞에 도착했다.
동생이 안 와도 좋다고 말했던 것은 까맣게 잊고 동생을 사랑해줄 거라고 다부지게 말하는 듬직한 아이. 형이 되었는지 오빠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동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맏이가 될 것이다. 그렇게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태어난 둘째도 반가운 마음으로 새 가족이 되어줄 테지...
엄마가 아이와 함께 여러 곳을 다니며 대화하고 사랑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편안하고 다정해 보였다.(경제적으로도 평안해 보인다.) 둘째 조카가 태어났을 때 큰 조카는 다섯 살이었다. 나이 차는 네 살이 나지만 아직은 저도 어리기 때문에 동화 속 꼬맹이처럼 동생을 사랑해 주겠다는 결심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두 남매는 현재 엄청 투닥거리며 싸우고 다투고 경쟁한다. 이모 눈에는 귀엽지만 매일 지켜보는 엄마한테는 꽤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동생이 태어나도 부모님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이가 안심하도록 일러주고 깨우쳐 줘야 한다고 들었다. 동생을 보면 남편이 바람 피운 것 같은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럴 것 같다. 엄마에게도 곧 연장자가 될 아이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도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덧) 조카가 숙제가 있다고 전화가 왔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고 묻는다. 큰 언니가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