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컸어요! 웅진 세계그림책 115
루스 크라우스 지음, 헬린 옥슨버리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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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큰 조카가 초등2년이 되자 더 이상 4-7세용 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둘째 조카가 5살로 자라고 있지만 둘 다 활용하기 힘든 책이라 여겼는지 아무래도 그 연령대 책은 마다하고 있다. 그런 구분에 보다 자유로운 나는 아직도 4-6세 용 책들이 더 좋다. 글밥은 적어서 마음에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는 내용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렇게 구입해서 좋은 4-6세용 책. 어쩌면 0-3세 용으로도 나쁘지 않은 책이랄까. 

스무 살 넘어가고부터는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하고 원했던 적이 없는 듯하다. 해마다 빨라지는 시간을 체감하며 아쉬워할 뿐. 그렇지만 아이들이야 어디 그렇던가. 떡국을 무리해서 많이 먹어가면서까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자라고 싶어한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아이는 아직 작기만 하다. 강아지, 병아리들도 모두 작다. 아이는 3등신에도 못 미치는 크기로 그려져 있다. 날은 아직 추운 계절이고 아이의 옷차림도 두툼하다. 따뜻한 봄날이 오면 아이도 부쩍 자라 있을까? 

 

나무에 새싹이 돋고 땅에 풀도 자랐다. 헛간 옆에는 꽃이 피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조잘조잘 묻기 바쁘다.  

"병아리도 클까요?"
"강아지도 클까요?"
"그럼 나도 커요, 엄마?" 

그때마다 엄마는 물론이라도 답해 주셨다. 아이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낮이 점점 길어졌고, 밤은 점점 짧아졌다. 풀도 쑥쑥, 꽃도 쑥쑥, 나뭇잎도 쑥숙 자라는 것 같건만, 우리 모두 조금씩 자라는 것 같은데, 아이는 자기만 자라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날이 더워져서 두꺼운 옷은 옷 상자에 담아서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다시 날이 추워지면 입어야 할 옷들. 품에 안겨 있었던 강아지는 확실히 눈에 띄게 자라 보인다. 아이는,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흙을 밟고 땅을 매만지며 꽃들에 둘러싸인 전원의 풍경. 그 속에 엄마도 있고 강아지도 있고, 아직도 빨리 자라고픈, 혼자만 뒤쳐진 것 같아 애가 타고 있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다시 묻는다.  

"엄마, 나도 컸어요?" 

한결같은 엄마의 대답, "그럼. 물론이지." 

 

뜨겁고 강렬하던 여름도 지나고 울긋불긋 나뭇잎들이 옷 갈아입는 가을이 왔다.  

병아리들은 자라서 닭이 되었고, 강아지도 자라서 개가 되었다.  

모두들 한 뼘씩 자랐는데 홀로 크지 않은 것 같아 속이 상한 아이.  

엄마가 그리 장담을 해주었건만, 아무래도 아이에게는 눈에 보이는 증거가 필요한가 보다.  

눈에 보이는 증거, 드디어 찾을 때가 왔다.  

 

추워진 계절에 맞추어 여름에 집어넣었던 옷을 다시 입어 보았는데... 

이럴 수가! 옷이 작다! 바지가 꽉 끼고 길이도 짧아졌다. 웃옷 역시 마찬가지!  

새옷 장만해야 할 걱정을 엄마가 할지 안 할지 아이는 모른다. 그런 걱정은 아직 아이에겐 이른 법! 

아이는 그저 제가 자랐다는 사실만이 중요하고 기쁘다. 폴짝 폴짝 재주를 넘을 만큼! 

 

한 해를 기다린 보람이 있었으니 아이의 기쁨이 큰 건 당연하다.  

이제 더는 키가 자라지 않을 나이가 된지도 강산 한 번 변했고, 늘어나는 체중만 걱정이건만, 그래도 자라고 싶을 때를 많이 만난다. 그것은 마음의 키, 관용의 키, 너그러움의 키, 지성과 양심과 상냥함의 키 등등. 자라고 싶은 마음 자리는 아직도 무한대이다. 무엇으로 마음의 키를 재어서 이만큼 컸다고 기뻐하며 재주를 넘을 수 있을까. 아직도 이 모양이냐고 발만 안 굴러도 사실은 다행인 셈.  

지난 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키를 내내 생각했다. 아마도 평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마음의 키. 어떤 영양분을 주고 어떤 운동을 시켜서 키워내야 할지는 자신만이 아는 일. 키재는 그 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대하며 살아야겠지. 표지 속 저 아이처럼 저렇게 즐겁게 반응할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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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츄리 2010-10-2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이뿌네요

마노아 2010-10-27 14:46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정겨워요.^^

순오기 2010-10-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사랑스런 녀석, 정말 키가 많이 자랐네요.^^
마음의 키를 키우는 일은 아마 평생동안 해야될 듯해요.

마노아 2010-10-27 23:13   좋아요 0 | URL
평생 숙제가 많아요. 내일로 미루면 안 되는, 날마다 해야 하는 숙제예요.^^

같은하늘 2010-11-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동그란 얼굴의 아이~~ 누구의 그림인지 알 수 있어요.^^

마노아 2010-11-02 00:09   좋아요 0 | URL
한 눈에 확 들어오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