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같았던 열흘의 시간이 지났다. 예고도 없이 몰려온 비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 있지만 현실을 방어할 준비는 더더욱 되어 있지 않았다. 얘기가 다르잖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일주일에 걸쳐 짐을 뺐다. 자리는 정돈되어 갔지만 마음 정리는 쉽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금방 잊혀질 거라고 담담히 생각해 보지만, 그래도 섭섭했다.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붙잡을 수 없는 시간들이 내게서 멀어져갔다.
횟수로는 3년이고, 만으로 거의 2년을 근무했다. 내게 요구하는 과도한, 무례한 것들을 묵묵히 감수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더 과한 요구와 수치스러울 정도의 결례였다. 처음으로 No, 라고 말했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아쉬운 건 내가 맞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복직 교사와 장/감 3인방이 마지막 정을 떼게 할 속셈이었는지 제대로 나를 울려 먹었다. 그리고 울궈 먹었다. 그래, 맛있니?
손발이 파르르 떨리고 눈두덩이도 퉁퉁 부었고 이젠 이까지 아파온다. 신경성일 게다.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꼭 이가 아프곤 했다. 부들부들 불협화음 속에 찌르르 다시 나를 울린 건 편지 한 장이었다.
Irreplaceable
이렇게 예쁜 단어를,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단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대체될 수 없는...
바닥까지 떨어진 내 자존감을 따뜻하게 끌어올려준 고마운 한 마디, Irreplaceable
인복 하나는 갖고 있다고 자부심을 갖고 살던 나에게 확인 도장을 꽉 찍어주었다. 고맙고, 고맙고, 그래서 또 미안했다. 끝까지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이제 다시 긴 겨울이 다가온다. 실업급여로만 버티기에는 긴 계절이어서 품팔이를 당분간 좀 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좀 더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그래도 가끔씩 환하게 웃을 수 있다면, 그건 네가 준 선물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내 마음을 부유하게 만들어준 Irreplaceable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