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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ndship - 친구네 집에 가는 길은 먼 법이 없다
정현종 옮김, 메이브 빈치 글, various artists 사진 / 이레 / 2002년 10월
절판
우정을 소재로 한 사진집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각각의 사진에는 짧은 제목이 붙어 있고, '친구'와 '우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유명한 말들이 표제처럼 따라오기도 한다.
그것들을 찬찬히, 천천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컸다.
이 사진은 미국 텍사스의 휴스턴 국제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 여섯 살 꼬마 무용수 나타샤와 미탈리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많은 군중 앞에 서게 되었다는 긴장감을 서로의 눈빛과 미소 속에서 녹여내고 있다.
방글라데시 마르마족의 사촌들이 6년 만의 재회를 축하하기 위해 전통적인 수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 담배는 막내 할머니가 직접 만든 것이다. 우정과 사랑을 상징하는 유서깊은 담배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세 할머니는 대화가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
자매인 것을 알고 보니 확실히 셋 모두 닮아 있다.
바소토의 어린아이들이 16개월 된 조슈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사는 보콩 마을에서 백인 아이를 처음 본 것이다. 신기하고 예쁘게 보였을 것이다. 조슈아의 눈에도 까만 얼굴 하얀 이를 가진 형님들이 신기해 보였을까? 천진난만함이 읽혀진다.
말레이시아 시부 루마빌라의 강가에서 아이들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늘이라고는 한점 보이지 않는 해맑은 웃음들. 저 또래의 아이들은 저렇게 마냥 즐겁게 놀아야 마땅한데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점점 더 추억속의, 이렇게 사진집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영국 런던의 한 노천 극장에서 젊은 친구 셋이 우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록 콘서트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산 하나도 좁지 않게 여기는 건강한 마음. 그런 마인드가 또 록을 사랑하는 자세가 아닐까.
브라질에 사는 네 살배기 피에트로와 다섯 살 유리가 동물원에 갔다. 두 꼬마는 자기들만의 신기하고 멋진 동물을 그림자로 만들어내면서 한껏 들떠 있다. 그림자 속에는 기린도 있을 수 있고, 상상 속의 그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뒷모습과 그림자만 보여주고 있지만 아이들의 우주가 보이는 것 같아 흡족하다.
88세의 베트남 여인이 임종을 앞둔 92세의 죽마고우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양 날개를 펼쳐야 전체 사진이 보이는 기다란 사진인데 앞장에 이렇게 쓰여 있다.
"살아서 내는 용기는... 보통 삶의 마지막 순간의 용기만큼 극적이진 않다. 하지만 승리와 비극의 장엄한 조합임엔 틀림 없다." -존 F. 케네디
많은 글자보다 한 컷의 사진으로 더 많은 얘기들을 해내고 있었다. 그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어 나의 추억을 같이 떠올려 보는 일이 즐거웠다. 나중에 다시 찾아볼 때에는 은은한 커피 한 잔과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 좋은 친구와 같이 본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