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성의 주인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모처럼 이마 이치코의 신간을 만났다. 그런데 최근에 읽었던 이마 이치코 걸작 시리즈와 내용상 연결되어 있어서 낯설지 않다.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사막 마을과 물을 얻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끊임없이 물이 흔한 마을 '취호'가 등장하니 익숙할 수밖에. 뿐아니라 설정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인간과 도깨비가 공존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 내용도 줄곧 이어진다. 뭐, 버리기엔 꽤 아까운 소재이긴 하다.  

 

표지의 분위기가 몽환적이다. '악몽성'이라는 제목 탓에 더 꿈과 연결시켜 이미지를 짓게 만든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온 장군은 부인이 바람 피운 현장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지만 부인이 왕족인 탓에 오히려 좌천되어 머나먼 악몽성의 영주로 가게 된 주인공. 말이 영주지 낮에는 물 긷는 일로 하루가 바쁘고, 밤에는 악몽성의 초청을 받아 꿈속에서 성주의 요리사로 일하게 된다. 이러니 날마다 수척해질 수밖에. 

 

어느 날부터인가 마을에 뾰족뾰족 솟고 있는 돌기둥들. 금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수근대는 마을 사람들. 온다 리쿠의 '나비'가 떠올랐다. 기묘한 분위기는 닮았지만 유머와 평화로운 엔딩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두번째 단편은 '시들지 않는 꽃'이란 제목인데 두 번 읽었지만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려서 격리되어 키워진 그 아이의 정체가 사실은 '시들지 않는 꽃'이란 것은 알겠는데, 그 꼬마 아이의 조국과 아버지가 헷갈린다. 꼬마가 기억하는 것처럼 아바나스가 고향 맞을까? 왕제 기이타가 꼬마의 아버지와 너무 닮아 있어서 이게 또 하나의 복선인지 내가 착각한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해가 되질 않으니 재미가 급 반감될 뻔했는데 다행히 세번째와 네번째 단편은 재밌었다.  

'녹의 샘'에선 두 개의 달이 뜨는 사막 마을이 나오는데, 그 하나의 달이 사실은 날벌레들이 이뤄놓은 모양이라는 것이 밝혀진 순간의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다.  

 

사진이 좀 어지럽게 나왔다.ㅜ.ㅜ 암튼 '물의 검'에 대한 이야기인데 물의 검을 생각하니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떠오른다. 참 좋아한 작품이었는데.. ^^ 

마지막 작품 '물밑의 아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열 네살 어린 신부와 열 여섯 어린 신랑이 주인공인데 난산 끝에 산모와 아이가 죽는 일이 잦는 그들의 마을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미리 '수의'를 만들어두는 풍습이 있다. 엄마와 아이 것을 같이 만드는데 겨드랑이는 터 두어서 완성은 시켜두지 않는다. 만약 사람이 죽으면 바로 완성을 시키지만, 살아날 경우를 대비해서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 그들 부부도 아이를 갖기 위해서 전설이 담긴 마을로 긴 여정을 시작하지만 알고 보니 도깨비의 속임수! 

 

사기꾼 도깨비는 결혼 약속을 하고 지참금을 홀랑 다 써버린 뒤 오래도록 도피 중이었다. 신랑 개구락지가 따져들자 '신부의상'이 없어서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내빼는데, 주인공 어린 신부가 침모가 아니던가. 자신들의 수의를 풀어 금세 신부 의상을 만들어준다. 도깨비 신부는 의상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내친 김에 혼인 잔치까지 열어버렸다. 물론 저 불꽃은 환각이지만 아름다운 분위기 연출에는 문제가 없다. 개구리 신부가 맘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신부 의상의 부재가 정말 결혼 거부의 이유였나보다. 도깨비 신부, 너무 좋아한다. 저런 낙천적인 분위기. 무섭지 않은 도깨비. 유머와 반전이 적절히 섞인 이야기들. 이마 이치코 특유의 감각과 완성도가 돋보였다. 어려웠던 두번째 작품을 빼더라도 이 작품은 꽤 수작. 재밌게 읽었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체오페르 2010-09-0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알게 된 책인데 내용이 괜찮은것 같네요. 체크~^^

마노아 2010-09-06 10:09   좋아요 0 | URL
이마 이치코가 늘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주기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