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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지 못하는 새 이고르 ㅣ 아이즐 그림책방 3
기타무라 사토시 지음, 정해왕 옮김 / 아이즐북스 / 2005년 11월
품절
길고 조용한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음악의 계절 봄이 돌아왔다.
한 번도 노래를 불러보지 못했던 이고르는 어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안달이 났다.
먼동이 트자 여기저기서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이고르도 입을 쩍 벌려 노래를 따라 불렀건만,
엉망진창인 노래 솜씨에 빈축만 사고 말았다.
이고르는 집에 와서 맹렬히 연습했다.
메트로놈으로 박자를 맞추고, 소리굽쇠로 음높이를 잡았다.
일주일의 연습 끝에 다시 한 번 동무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동무들은 깔깔깔 웃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상심한 이고르는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음악 선생인 거위 부인을 찾아가 특훈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고르의 솜씨는 좋아지기는커녕 도리어 거위 부인이 이고르의 노래를 닮아가는 게 아닌가.
결국 이고르는 쓸쓸히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싫어져버린 이고르는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해버렸다.
하지만...
하지만...
세상 어디를 가도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즐기고 있었다.
이고르는 부러움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음악 없는 세상의 끔찍함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건 암흑이다!
저 고양이와 개와 양과 악어, 펭귄들도 모두 노래에 심취해 있는데, 우리의 이고르는 노래를 잃고 방황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들판에 이르러 휴식을 취했다.
누구도 없이 조용한 이곳에서 둥지를 틀어버린 이고르.
그렇지만 노래 없이 어찌 산다는 말인가.
서쪽 하늘이 발갛게 물든 어느 날,
이고르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이럴 때에 가장 어울리는 행위는 역시 노래!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이고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고르의 노래가 저녁 하늘에 울려 퍼지자, 이고르는 무척 행복했다.
참 자유를 느꼈을 것이다.
이고르의 노래 가락이 하늘에 수놓아지는 풍경을 작가가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했던지...
그런데 이럴 수가!
바위가 꿈틀댄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바위가 아니라 커다란 새였다.
몇백 년 동안 잠들어 있떤 새가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깨어나버린 것.
새의 이름은, '도도'였다.
아, 도도새라니...
300년 전에 멸종된 도도새. 도도새가 멸종된 것은 참된 노래를 부르는 이가 없었기 때문일까.
둘의 이중창이 밤하늘을 환상적으로 물들였다.
저 속에 끼어들어 함께 노래하고 싶다.
어제 너무도 좋은 노래들을 잔뜩 듣고 와서 밤새 음악회에 가 있는 꿈을 꾸었다.
이고르의 노래가 꼭 내 마음 속 노래 같다.
'나야? 고양이야?'로 나를 사로잡은 기타무라 사토시의 작품이다.
역시 다음 작품을 더 찾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솜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