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1 -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이게 한 권짜리 책인줄 알고서 왜 이리 서두가 긴가 의아했었다. 무려 12권이나 되는 책의 첫 포문인 줄 알았더라면 좀 더 긴장하고 읽었을 텐데, 한 권짜리 책에 춘추 전국 시대 이야기를 다 어떻게 담나 괜한 걱정과 함께 책을 만났다. 서두에 페르시아와 로마 등을 끌어들여 고대 제국의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게 나와서 언제 이야기가 시작되나 또 걱정했다. 원래 서문이 강렬해야 하는데, 너무 길다 보니 강력한 한방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했다. 이 책이 긴 시리즈라는 걸 고려한다면 괜한 걱정이었는데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관중이다. 관포지교의 그 관중. 포숙아가 알아본 그 관중 말이다. 그렇지만 관중을 만나기까지는 160 페이지가 훌쩍 넘는 앞 부분의 이야기를 꼼꼼히 읽는 인내가 필요하다. 은나라를 친 주나라가 종법 질서를 세우는 과정을, 그리하여 신의 나라에서 인간의 나라가 되는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는 것도 제법 재미가 있다. 좀 딱딱할 수는 있지만 탐구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드디어 제환공이 등장한다. 그건 곧 관중의 시대가 왔다는 소리다. 아니다, 제 환공은 관중을 만났기에 춘추 시대 첫번째 패자가 될 수 있었다. 기막힌 인연이다.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포숙아가 해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관중의 복이고, 환공의 덕이다. 그리고 춘추 시대의 운명이다.

저자는 현명하게도 관중의 사람됨을 객관적으로 먼저 제시한다. 후대인(우리에겐 고대인!)들이 그를 어떻게 기록했는지, 당대인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리하여 저자 자신은 그를 어떤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차례대로 제시한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독자 역시 그 평가에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관중을 가리켜 '착하다'고 했고, '야인의 기질'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좀 추상적으로 들릴 것이다. 관중은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이었지만 인의를 아는 사람이었고, 천상 촌놈 기질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언행의 일치를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가 일궈낸 사상은 방대하지만 실천적이었다. 관중은 사농공상의 분업, 시장의 활성화, 국제무역, 농지개간, 세제개혁, 중앙 및 지방행정체제 확립, 삼군제도의 정비, 법령의 집행 방식 확립, 존왕양이와 회맹질서를 수립했다. 그가 내세운 이 질서들은 후대로 계속 이어졌다. 그의 공이 얼마나 큰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더 위대하게, 감탄하며 바라보게 만드는 건 그가 '영웅'이 아니라 범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끌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았다. 배불리 먹고 싶은 백성의 욕망을 이해하고 인정하기에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 실행했고, 군주의 욕망도 긍정했다. 다만 군주의 욕망은 자칫 백성의 안위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욕망으로 충족될 수 있게 이끌어 주었다. 

그가 제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을 때, 뭇 백성들은 먹고 살기 좋은 제나라 땅으로 자진해서 찾아들었다. '곡식은 백성의 목숨이며 군주의 대업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고, 세금을 물리지 않아도 장사를 할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 찾아오는 백성이 있는 나라라면 그 나라는 강한 나라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관중은 지체 없이 끌어다 썼다. 사인 계급의 해방에 불을 지핀 관중. 이 긍정적인 욕망이 서로 경쟁하면서 시대를 앞으로 이끌어갔다. 역사의 변화를 주도한 것이다. 그 해방구 역할을 해준 관중이라는 인물의 매력을 독자는 결코 거부할 수가 없었다.

언뜻,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중 카이사르 편이 참 인상 깊었는데, 그가 맹목적으로 윤리적이거나 착한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그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관중에게서 비슷한 매력을 느꼈다.  맹자가 설파하는 이상주의에 비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천적이었던 관중. 독자는 그만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기꺼이! 

애석하게도 그의 사후 제나라는 패자의 지위를 너무 금방 내려놓아야 했지만, 역사는 그가 이룩해낸 질서의 힘을, 또한 그의 이름을 당당히 기억한다. 충분한 영광일 것이다. 

시리즈가 다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긴 기다림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는 여건을 이 책이 만들어주었다. 기꺼이 기다릴 것이다. 더불어, 동 저자의 '장부의 굴욕'에도 시선을 돌려본다. 

인문학적 흥미는 물론, 인간적 감동도 한껏 안겨준 관중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설레는 만남이었다. 

ps. 춘추전국 이야기를 좀 더 가볍게, 쉽게, 재밌게 만나고 싶다면 고우영의 십팔사략을 추천한다. 때마침 반값 세일 중이다. 서두르세요!
 

덧)177쪽 중간에 소백의 아버지 희공은 기원전 698년 사망한다. 그러므로 이 대화는 최소한 기원전 698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관중이 정사를 맡기 시작한 해는 기원전 685년이므로 관중은 희공이 사망하기 최소한 13년 전에 이미 제나라에 들어와 있었고-라고 적혀 있다. 이해가 안 간다. 희공이 사망하기 13년 전이 아니라 정사를 맡기 13년 전에 제나라에 들어와 있었을 거라고 서술해야 맞지 않나? 

235쪽 네번째 줄 이제 그들을 대화를 들어보자 >>>그들의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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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1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트 색이 왜 안 바뀔까..;;;;

마녀고양이 2010-08-15 19:20   좋아요 0 | URL
ㅋㅋ, 알라딘의 에디터 희안하지요?
저두 요즘 종종........ ^^

저는 오늘 <엽기 조선왕조실록> 읽는 중인데,
거기서 관우 관련 이야기 읽고 중국이 당분간 아주~ 싫어지고 있습니다.

마노아 2010-08-15 19:36   좋아요 0 | URL
오, 그 책 사두고 못 읽었는데 그 책 읽으면 중국이 싫어지는 건가요? 갑자기 막 궁금해졌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