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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내려라! - 꿈꾸는 나무 3
존 무스 그림, 캐런 헤스 글, 윤여림 옮김 / 삼성출판사 / 2001년 11월
구판절판
'세 가지 질문'과 '달을 줄 걸 그랬어'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존 무스의 그림책이다. 절판된 책이고 앞서 그의 작품들이 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에 중고샵에서 두 권이나 질렀는데 다시 보니 글쓴이는 다른 사람이다. 생각보다 많이 심심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털썩...ㅜ.ㅜ
해가 쨍쨍.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꼭 지금 날씨 같았나보다.
현재 우리집 실내 온도는 32도. 찬물로 샤워하고 왔지만 의자에 앉아 있으면 땀띠가 날 것 같다.
작품 속 소녀와 소녀의 엄마의 모습을 볼 때, 적어도 우리나라 여름처럼 습하지는 않나 보다.
덩굴줄기도 물기 없이 축 늘어져 있다. 바싹 마른 기운이, 먼지까지 느껴지게 만드는 그림이다.
회색 구름이 조금씩 몰려오는 것을 보며 비가 올 거라고 여긴 소녀.
엄마에게 얼음이 담긴 시원한 물 한잔을 갖다 드리고 비가 올 거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딸아이만큼 확신이 서지 않는 엄마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그러나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야 아이와 어른을 나눌 것 없이 모두 간절하다.
친구들을 불러모은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찌푸린 하늘 아래 나무들이 흔들리고 바람이 점점 세차게 불어온다.
이대로 비가 내일 것만 같아!
비야 어서 오렴!!
툭.툭.툭.
드디어 비가 내린다.
공기가 차가워지고 구름들이 부풀어 오른다.
잠시 후,
사방으로 비가 쏟아졌다.
아이들은 빗속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수영복을 챙겨입은 아이들은 거리낄 것도 없고 망설일 것도 없다.
거침없이 달리는 아이들.
어른들 마음도 그 못지 않다.
현관으로 뛰쳐나와 하늘을 향해 만세를 외쳐 본다.
웃음이 번져 나가고 모두의 마음도 해갈이 되어간다.
비 소식은 축제보다 달콤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두 맨발로 뛰쳐나와 물 웅덩이에 발을 적시며 스텝을 밟는다.
이 행복한 모습에 같이 뛰어들어 춤을 추고 싶어지는 마음이다.
비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과, 비가 가져다 준 기쁨과 행복감을 잘 표현해 주었다.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과 엄마들이 어우러져 비를 반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생기를 되찾은 사람들의 모습.
다시금 햇살이 비추는 하늘과 집들과 거리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수채화를 참 잘 쓰는 작가 같다. 존 무스는...
이세 히데코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다.
그나저나, 이 더위를 식히려면 나야말로 빗속에 뛰어드는 마음으로 샤워를 한 번 더 해야겠다. 남쪽으로 휴가를 떠난 언니는 그곳 온도가 36도라고 문자를 찍어왔다. 더위 피하려다가 더위 제대로 만난 셈이다. 어휴...
여름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지치면 곤란하지. 작품 속 소녀처럼 나도 비가 좀 왔으면 좋겠다. 오늘 비 온다고 했는데 한 두 방울 툭툭 떨어지다가 말았다. 이런 비 말고 시원한 비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