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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고려유사 ㅣ 박영수의 생생 우리 역사 시리즈 3
박영수 지음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정사 삼국사기에 비해 야사 삼국유사가 보다 가볍고, 재밌고, 흥미를 돋운다는 것에 착안해서 이 책의 저자는 '고려유사'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었다. 정말로 그런 제목의 책이 있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의미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고려 초기, 고려 중기, 고려 말기. 이렇게 셋으로 크게 나누고 시대별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각각의 장마다 하나씩 '문화 이야기'를 담았다. 때로 메인의 인물사보다 부록에 해당하는 문화 이야기가 더 재밌을 때가 있었다.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이런 것들이다.
[문화 이야기] 신선은 왜 늘 노인으로만 그려질까
[문화 이야기] 영광굴비의 어원
[문화 이야기] 정자는 왜 팔각정이 많을까
[문화 이야기] 청와대의 유래가 된 청기와
[문화 이야기] 변방의 부족, 양수척
[문화 이야기] 왜 선비들이 거문고를 좋아했을까
'뜬금없이'의 '금(琴)'은 거문고를 의미한다. 거문고를 연주하려면 왼손으로 줄을 짚은 채 오른손으로 술대(단단한 막대기)를 잡아 줄을 뜯거나 튕겨야 한다. 팽팽한 줄을 누르자면 상당한 힘이 필요하므로 거문고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적합하며, '뜬금'은 거문고를 술대로 뜯거나 튕기는 상황을 나타낸 말이다. 따라서 '뜬금없이'는 '뜯어야 할 금(거문고) 없이'의 줄임말로, 소리는 들리는데 거문고가 보이지 않는 괴이한 상태나 거문고도 준비하지 않은 채 소리를 내겠다는 엉뚱한 태도를 표현한 말이다. -148쪽
대체로 쉽고 재밌게 서술되었는데 '청소년' 대상이라기보다 초등 고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쓴 듯한 느낌이었다. 그림도 익살맞았는데 현재의 유머코드가 적용되어 있어서 웃음을 유발하지만, 몇 해 지나서 보면 꽤 유치하게 보일 스타일이었다.
표제에서 현존하는 최古의 역사서 '삼국유사'라고 적었는데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서는 '삼국사기'다. 제목의 연관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이런 무리수를 두었다. 설마 몰랐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몇몇 오타와 오류가 눈에 띈다.
123쪽. 9줄에 '신동, 강종 두 임금을 >>> 신종, 강종
177쪽 마지막 줄. 충선왕부터 공민왕까지는 고려 남자-몽골 여자의 혼혈인이라고 적었는데 충혜왕과 공민왕의 어머니는 고려 여인이었다. 물론 아버지가 혼혈이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저 도식은 오류다.
187쪽의 맨 하단 '은천옹주'에 대한 설명은 황당하다. 문장이 이렇다.
단양대군의 종이었는데, 충혜왕이 1342년(충혜왕3)에 은천옹주로 봉銀川翁主 1344년 충혜왕이 원나라에 잡혀간 뒤 쫓겨났翁主 아들 석기는 공민왕 때 역모왕이갠에 연루되어 아버2년임신과 함께 죽임을 당하였다.
이게 당최 무슨 말인지. 문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렇게 황당한 편집의 실수라니.
240쪽 이성계의 생몰연대를(1316~1388)로 적었다. 1388은 위화도 회군의 연도이고, 그가 왕위에서 물러난 것은 1398년이고, 사망 연대는 1408년이다.
오타나 비문은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서술방식이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썩 매끄럽지는 않았다. 재미와 흥미는 줄 수 있지만 역사서로서의 매력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그래도 주로 조선사에 치우쳐 있는 출판 현황과 독자들의 관심을 생각할 때 고려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