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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ㅣ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그림책 10
사노 요코 글 그림, 정근 옮김 / 사파리 / 2002년 10월
구판절판
딱 사노 요코스런 작고 귀여운 집.
아담한 채소밭과 문 앞에 기대어진 낚싯대와 장화가 정겹고, 약간은 기운 듯한 의자도 소소하게 예쁜, 굴뚝의 연기마저도 개성이 넘치는 그런 사노 요코 표 예쁜 집.
그 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수컷 고양이 한 마리.
할머니는 무려 아흔 여덟 살이지만 아주 건강했다.
고양이는 매일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낚싯대를 들고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할머니와 함께 가길 원했지만 할머니는 늘 고개를 젓기 일쑤다.
"하지만 난 아흔 여덟 살인걸. 이렇게 늙은 할머니가 낚시를 하면 사람들이 웃을 거야!"
할머니는 늘 '하지만'을 핑계로 대면서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하지만... 난 늙은 할머니인걸.
하지만 난 할머니인걸. 내가 잘 하는 건 케이크 만드는 거 뿐이란다.... 이런 식으로.
그렇게 아흔 아홉 번째 생일날, 케이크에 꽂을 초 99자루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고양이는 그만 냇물에 초를 빠뜨려서 겨우 5자루 밖에 가져오질 못했다.
엉엉 아이처럼 우는 고양이와 나무라지는 못하지만 몹시 서운해 보이는 할머니의 난감한 표정.
그렇지만 다섯 개의 초만으로도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생일은 너무도 근사했다.
"1살, 2살, 3살, 4살, 5살. 생일 축하합니다!"
이렇게 세어보니 할머니와 고양이는 동갑내기가 되어버린 셈.
할머니는 마음까지 다섯 살이 된 것처럼 정말 그늘 없이 신나게 웃으신다.
저 해맑은 미소, 참 곱다!
그렇게 다섯 살이 된 할머니. 이젠 '하지만'을 내뱉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5살이니까 낚시하러 가도 되고, 5살이 되니 나비가 된 것 같고, 5살이니 냇물을 껑충 뛰어넘기도 했다. 할머니는 5살이 되어 아예 새가 되어버리신 모습!
휘날리는 앞치마가 마치 활짝 편 날개 같기만 하다.
장화를 벗고 냇물에 첨벙 뛰어드는 일도 전혀 어렵지 않은 일!
그렇지만 다섯 살이 되어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솜씨!
케이크 굽는 기술은 '하지만' 할머니의 그것 그대로일 것!
사노 요코의 책은 작고 소박하게 예쁘다. 푸싯 웃게 만드는 유머가 있다.
그리고 뭔가 뭉클한 감동도 있다.
그래서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사랑 받는 작가인 모양이다.
아, 어른인 나는 몹시 좋은데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 맞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