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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7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손희정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5월
평점 :
쇼팽 콩쿠르 1차 심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폴란드의 스타 피아니스트 아담스키가 떨어졌던 것.
그리고 그런 그를 화장실에서 마주친 슈우헤이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자신도 이미 패닉 상태여서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용기와 위로를 얻게 된 건 슈우헤이. 아담스키는 대인배였다.
꼰대 노릇을 한 심사위원들은 그의 연주 순서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의 스승만은 알아차렸다. 쇼팽의 연주 여행 여정을 따라 짚어갔던 그는 작곡 순서대로 연주곡을 정했던 것이다. 이 장면이 참 따뜻했다. 뒷모습으로 내민 연출도 마음에 들었고.
아지노의 피아노는 참 여러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었던 듯하다. 슈우헤이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절친이 아들에게 대리전쟁을 시킬 생각이냐고 묻는 장면에선 내가 다 뜨끔했다. 정작 그 아버지는 그럴 의도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슈우헤이가 카이에게 가지는 심사는 너무 위험하다.
2차 콩쿠르 명단에는 한국인도 있었다. 이미 등장한 안씨 쌍둥이 말고도 여학생이 있었는데 이런...
그림이 너무 성의가 없지 않은가..ㅜ.ㅜ
옆의 웨이 팡과는 너무 비교가 된다. 뭐, 첫번째 유키에 사사키도 흐리멍텅한 이미지인 건 맞지만 그래도 참 별로네..^^
2차 콩쿠르에서 소피 오르메송이 첫 연주를 마치고 이어 웨이 팡이 연주를 한다. 그의 연주가 흐르는 동안 그가 태어나 자라면서 피아노를 만나는 과정이 소개되는데 거의 호러 수준이었다. 하녀의 마지막 씬을 연상시키는...
그의 연주는 관중에게 천국과 지옥을 같이 경험하게 해주었다. 물론, 그 사이를 가장 많이 왕복한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
저 살벌한 표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 또 한 사람을 예술과 폐인의 길로 인도한 아지노의 피아노. 정작 그 자신은 피아노를 잃고 꿈을 접게 되었건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살아남아 많은 사람들을 그의 강렬한 연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계속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더라면 세기의 피아니스트로서 그 이름을 드높였겠지만, 그가 이렇게 전설이 되어서 카이라는 수제자를 두게 된 것도 그에게 허락된 놀라운 운명이지 싶다. 그의 불행은 안타깝지만...
종이로 읽는 피아노 얘기인지라, 음악을 직접 듣는 게 아니건만, 작품을 읽다 보면 격한 감동이 몰려올 때가 많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내가 이 정도이니, 소개되는 음악들이 바로 재연이 되는 독자라면 그 감동은 쓰나미가 될 것 같다. 그게 살짝 부럽고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