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0
레미 쿠르종 지음, 나선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무'가 들어가는 동화는 모두 좋았던 것 같다. 한 번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은 기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안겨주었다. 달랑 네 가지의 색만 써버린 그림책임에도...... 



돈이 아주 많은 아저씨가 있었다. 자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녔고, 집에는 수영장도 있는 그런 거부. 

어느 날 비행기를 타고 푸른 벌판 위를 날아가다가 커다란 나무에 꽂혀 버렸다. 지금 당장 이 나무를 가져가겠다고 우기는 돈 많은 아저씨. 



숲과 물길을 잘 아는 기술자 한 명과 서른 명의 정원사가 달라붙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이나 걸려서 커다란 나무의 뿌리를 떼어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마지막 남은 하나의 뿌리가 옆의 나무와 단단하게 얽혀 있었던 것.  

뿌리를 잘라버리면 이 나무가 괴로워서 죽을 것이고, 옆의 나무를 잘라버리면 옆의 나무도 똑같이 죽을 거라고 한다. 

그리하여 옆의 나무도 사버리겠다고 마음 먹은 갑부 아저씨. 

 

커다란 나무 옆의 작은 나무는 수백 년이나 되었을 법한 조그만 집 마당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는데 갑부가 등장하자 아몬드 비스킷과 차를 내오셨다.  

"자, 먹어봐요. 내가 직접 만든 거라오." 

깜짝 놀라버린 갑부 아저씨. 지금껏 사람들은 늘 아저씨에게 거저 주는 법이 없었고, 아저씨 역시 갖고 있는 건 모두 다 돈을 주고 산 것 뿐이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따뜻한 대접을 받아놓고도 습관처럼 값을 물어보려던 아저씨의 눈에 할머니의 얼굴이 들어왔다. 



왼쪽 눈에는 커다란 나무의 그림자가 비쳤고, 오른쪽 눈에는 조그만 나무의 그림자가 비쳤다. 

두 다무는 할머니 얼굴에 있는 수없이 많고 가는 주름으로 서로 이어져 있었다. 

부끄러워진 아저씨. 더듬더듬 물었다. 

"어, 어, 얼마..... 음, 이렇게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난 평생 과자를 만들었다오. 오늘이 마침 내 여든 번째 생일이군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이제껏 해보지 못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더군다나 선물까지 하겠다고 말하는 아저씨. 

할머니가 말한 것은 소박하고도 당연한 요구였다. 큰 나무의 뿌리를 다시 덮어달라고. 그대로 두면 감기에 걸리고 말 거라고.  



아저씨는 비서를 시켜 사람들에게 품삯을 지불하고 모두 돌려보냈다. 홀로 남은 아저씨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쉬지 않고 울리던 휴대 전화를 습관처럼 받다가, 점점 안 받게 되었고 나중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전화도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따뜻한 날에 흙은 단단했지만 가벼웠고, 

비 오는 날에 흙은 삽질하기 좋았지만 더 무거웠다. 

마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은 한삽한삽의 흙들. 

그리고 마침내 일년의 시간이 걸려서 모든 흙을 혼자 힘으로 다 덮었다. 또 다시 돌아온 할머니의 생신. 

아저씨는 할머니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선물 꾸러미 속에 든 것은 휴대 전화. 

대체 이 아저씨는 왜 휴대 전화를 선물한 것일까? 



아저씨가 떠나고 몇 주 뒤, 마침내 울린 휴대 전화. 그리고 다음 장면이 이 작품의 가장 명장면이었다. 

가장 감동적이었고 가장 따뜻했던 장면. 직접 맛보라고 마지막 컷은 올리지 않겠다. ^^ 

조카들을 위한 어린이 날 선물을 골라내느라 동화책을 마구 읽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이 책은 어린이용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판단 아래 나를 위해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커다란' 책 제목처럼 판형도 커서 책장에 들어가지도 않건만, 내가 이고 지고 살겠다고 결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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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5-0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탐나는 책... 커다란 판형의 책을 볼때는 너무 좋은데 보관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마노아 2010-05-04 22:1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책장에 못 꽂고 책장과 책장 사이 공간에 끼워뒀어요. 이런 책이 몇 개 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