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비룡소의 그림동화 40
요르크 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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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뮐러와 슈타이너의 작품! 세 작품을 보았는데 세 작품 모두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는 뼈아픈 풍자가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자 피곤함을 느끼는 곰! 슬슬 겨울 잠을 잘 때가 온 것이다.  



그런데 겨울 잠을 자는 사이 바깥 세상이 확 돌변하고 말았다. 숲이 몽땅 사라지고 공장이 세워진 것이다. 이럴 수가! 



기어코 찾아온 봄 소식에 맞추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곰! 

정말 겨울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세상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으니... 

우리둥절해서 멀뚱히 서 있는 곰을 보고 달려온 공장 감독. 그가 곰이라는 것을 믿지 않은 채 그저 게으름뱅이 털복숭이 취급을 할 뿐이다!  

공장감독은 인사과장에게 곰을 끌고 갔고, 인사과장은 전무에게, 전무는 부사장에게, 그리고 부사장은 사장에게 곰을 넘겨버렸다.



직급은 가장 높지만 하는 일은 가장 적고, 월급은 가장 많이 받지만 심심하기만 한 사장! 

그는 곰에게 자신이 곰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한다. 

뭐라굽쇼! 곰에게 곰인 것을 증명하라니! 

푹신한 의자 밑에 깔려 있는 동료 곰의 가죽이 애처롭다. 마치 지금 존재 증명을 해야 하는 곰의 분신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곰은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 있는 곰! 그렇지만 동물원의 곰도, 서커스단의 곰도 모두 이 살아있는 곰을 곰이라고 증명하지 못한다. 그들 역시 숲에서 살았던 곰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존재 증명에 실패하고 부재자가 되어버린 곰은 결국 공장 노동자가 되고 만다. 



작업복을 입고 공장 감독이 시키는 대로 면도를 하는 곰. 거울에 비친 얼굴 빛이 완전히 죽어 있다. 그럴 수밖에! 

곰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 지를 모르지만 다른 노동자들 틈에 끼어 공장에서 일을 한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어느새 늦은 가을. 곰은 지독한 피곤함을 느낀다. 비록 그의 몸이 숲이 아닌 공장 안에 갇혀 있지만, 그의 생체 리듬은 여전히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 잠에 제때 빠져들지 못한 곰은 작업 도중 잠들어 버렸고, 결국 노여움을 사서 공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 해고는 곰이 더 원하고 있던 바! 

이틀을 내리 걸어 고속도로 위에 있는 유일한 모텔에 들어간 곰은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는 그가 '곰'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본 인물이지만, 그가 공장 노동자이기 때문에 방을 내주기를 거부한다. 이 씁쓸한 세태라니! 

결국 눈밭을 헤치며 숲으로 들어간 곰.  

자신이 잊었던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상기해 낸다. 곰이 잊어버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곰은, 원래 자신으로 돌아갔을까? 

내가 나 자신임을 증명하는 일,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본인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들은... 

명 콤비 두 작가의 '토끼들의 섬'도 구입해 놓았는데 조만간 읽어야겠다. 볼수록 맘에 들고 섬뜩해지는 그들의 작품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섬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이 책도 훌륭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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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2-1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에는 곰이에요. ㅎㅎㅎ
겨울은 너무 추워서 일어나기가 싫어요.ㅜㅜ

마노아 2010-02-17 13: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서울은 오늘 무장 추워요!!!

L.SHIN 2010-02-1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이거 재밌겠는데요.^^

마노아 2010-02-17 13:17   좋아요 0 | URL
좀전에 중고샵에서 한 권 더 구매했어요.^^ㅎㅎㅎ

하늘바람 2010-02-1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참 좋았어요. 어른이 읽는 동화지요^^

마노아 2010-02-22 00:36   좋아요 0 | URL
이 작가님들 책들이 전부 어른용이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