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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품절
파페포포 시리즈 같은 느낌의 그림이었다.
마냥 뛰어놀기 좋아하는 어린 아이가 어느 날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받게 되는 온갖 억압과 부당함을, 아이의 시각에서 천천히 서술한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뿐인데 교복을 입었다고 해서 의아해 했는데, 알고 보니 대만 작가였다. 다 읽고 나서 알아차린 사실인데 깜짝 놀랐다. 그곳도 여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에. 어느 사회든 어른이 아이들에게 흔히 하는 핑계나 변명, 윽박지름이 비슷할 수 있지만, 또 아이가 느끼는 압박도 비슷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 충격이었다.
그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여러분, 개구리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그 구조에 대해 알아야 해요.
다음에 우리 함께 해부를 해 볼까요?"
엄마도 말했다.
"하루 종일 올챙이랑 노느라고
공부를 안 하면 못 써.
네가 동물을 좋아하는 건 나도 찬성이야.
그럼 과학 공부를 열심히 하렴.
커서 과학자가 되며 되잖아."
어른들은 아이의 인생에
올챙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85쪽
유교권 사회여서 그런 것일까?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옳은 척하고, 너도 자라면 다 알게 될 거라고 말하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 등이 아프게 다가왔다. 그런 어른이 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아서...
올챙이 한 마리를 병속에 키우며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어른들, 감시당하는 아이, 자꾸만 움츠러드는 자아... 길지 않은 글밥인데도 오래 씹으면서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이런 감정들은 내 안에도 있었을 터인데, 그걸 못 알아차리고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묘한 상실감도 느끼면서....
어른들은 말했다.
그 숲은 길이 위험하니 들어가선 안 된다고.
그 숲이 위험하긴 하지만
그만큼 아름답다는 사실을 말해준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어른들은 제대로 그 숲에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가서는 안 되는 위험한 곳으로만 알고 있었다. – 1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