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국민서관 그림동화 105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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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작가의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와 거의 같은 구조다. 다만 등장하는 그림들의 시대 폭이 더 넓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 


띠지가 참 마음에 든다.  

벗겨내면 문구를 제외한 그림이 뒷그림과 똑같지만, 어쩐지 띠지가 있어서 표지가 달라진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눕혀져 있는 글씨도 마음에 든다. 

폰트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 아니라 누워 있는 느낌 말이다.  

보통 띠지는 귀찮아서 버리기 일쑤인데, 이 녀석은 매끈한 비닐같은 느낌이 얇으면서도 떼어내기 아쉬운 느낌을 준다.  

이 책은 내가 언니로부터 선물받은 거지만 다시 조카에게로 선물로 줄 녀석인지라 띠지가 보관될 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적 감각을 물씬 풍기는 책의 그림에 비해서 제목은 너무 고전적으로 보였다. 사실, 그림책 속 이야기도 지극히 고전적이다.  

그럼에도 신선한 것은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들이 진부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반에서 늘 꼴등만 하는, 조금 멍한 구석이 있는 엘루아. 선생님과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에 도착했다. 미술이란 모름지기 지루하다고만 여기는 엘루아의 관심을 끄는 건 아직 없다.  

미술관 정원에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미술품이 두 점 있다. 하나는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이고 다른 하나는 거대해 보이는 '강아지'. 기원전 190년 경의 작품과 2002년 작품이 동시에 보여지고 있다. 물론 이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이 그림책 속에서 공간의 제약은 의미가 없다.  



16-18세기에 그려진 유명한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체스판이 있는 정물-오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이 보인다.  

이 책에는 작가가 그린 그림이 들어 있지만, 모델이 된 그림이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원본 그림을 찾아보며 대조해서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조카도 명화집을 갖고 있으니 추천해 봐야지...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저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 속 여자가 울면서 엘루아에게 말을 걸었던 것. 

말인즉,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그림이 말을 걸었다는 비현실적 전개는 눈감아 버리자.  

작품의 모델은 '비너스의 잠'.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그림이다.  

부셰의 이름은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에서 자주 나왔던 인물로 기억된다. 1734년 작. 

아무튼, 그리하여 아기 천사 찾아 삼만리가 아니라, 미술관 헤매는 보물찾기(?)가 시작된다.  

심지어 그림 속으로 뚫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도... 

그림이 말을 거는데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게다가 선물도 받아오는데.... 



니콜라스 푸생의 '가을-약속의 땅에서 가져온 포도'다. 약속의 땅은 가나안 땅을 말한다.

엘루아는 저기 저 커다란 포도송이 한알을 얻어오는데 그게 중요한 미끼가 되어준다. 

어떤 그림에서는 천사를 놓치지 말라고 잠자리채를 건네주기도... 

 

2층은 19세기 미술 작품들로 모아져 있다.  

'해 뜨는 샤이이의 건초 더미', '일본풍 다리', '아르장퇴유의 양귀비꽃', '부적', '생 빅토와르 산', '빌다브레이', '부지발의 센느강', '산 조르지오 마조레-새벽', '생각하는 사람'까지, 작품들이 엄청 많이 들어가 있다.  




3층은 20세기 미술이 주제. 

가장 덜 익숙하고 그래서 가장 신선했던 작품들이 펼쳐져 있다. 표지를 장식한 유명한 몬드리안의 구성을 큐브로 표현해낸 게 재밌다. 퍼즐과 미로 속을 헤매며 천사 찾기 삼매경. 마침내 천사를 잡아채지만 저 푸르디 푸른 색깔에 빠져들어 그만 천사를 놓치고 마는 엘루아. 

그렇다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까? 설마, 그럴 리가...^^ 

비밀의집과 역시 비슷한 결말 구조. 그러나 그보다 좋은 결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개된 그림들을 맨 마지막 장에서 정리해 주었다.  

그림과 대화를 하고 그림 속에 빠져들어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설정, 멋지다! 미술조차도 암기 과목으로 인식하기 쉬운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더더욱 좋은 책. 요즘은 내가 자랄 때보다는 훨씬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미술 수업을 받고 있지만, 비수능 과목으로 찬밥 취급 받는 것은 여전하다. 학습이 아니라 감상이 된다면 참 좋을 텐데... 이 책을 보고서 자란 아이들의 세대에는 달라져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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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2-2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정말 멋진 그림책이네요^^

마노아 2009-12-22 16:12   좋아요 0 | URL
정말 괜찮은 그림책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