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땅의 기억 - 한 소년이 겪은 중국 문화대혁명
장안거 글.그림, 홍연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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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건 참 어려워 보인다. 그 어린이들에게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설명하는 건 아마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동화책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읽어야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글밥이 많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힘이 좀 필요해 보인다. 

이 책은 실제로 문화대혁명의 혼란기를 온 몸으로 겪어냈던 화가 장안거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유복한 집에서 작가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살아가던 작가는 자신의 집이 공산당원이라는 것에 대해서 무척 자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 자부심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니, 그의 아버지가 '흑오류'로 분류되어서 집안이 몰락하게 된 것이다. 당시엔 돈이 있어도 죄였고, 예술을 하는 것도 죄가 되는 시절이었다. 

그런 광기 속에서 홍위병이 되고자 마오쩌둥의 어록을 외우고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혁명을 찬양해 보았지만 이미 새겨진 주홍글씨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눈으로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문화대혁명'이란 그럴싸한 이름 아래서 행했던 광기의 회오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을 학살하던 광기처럼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은 역사 속에서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실제 모델이자 작가인 주인공은 다행히도 긴 억압의 터널 끝을 빠져나와 자신의 꿈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문화대혁명의 분위기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갈등과 고민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더 재밌고, 더 애달프게 읽힐 듯하다. 무엇보다도 진짜 '성장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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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2-16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은 정말 다양한 소재로 어린이 책이 나오는군요.

마노아 2009-12-16 12:25   좋아요 0 | URL
'다양성'은 우리가 어릴 때와 비교도 안 되게 좋아진 것 같아요.^^

메르헨 2009-12-1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성장소설...혹~하는걸요.^^(유혹한다구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도 혹~하구요.
쌓여있는 책들을 읽어야 함에도 자꾸자꾸 다른 책들이 들어오는건
모두...님들의 리뷰 때문이어요.ㅜㅜ
거참...오늘도 좋은 책리뷰 보고 갑니다. 즐건 수욜 되시길 바래요~~~

마노아 2009-12-16 12:27   좋아요 0 | URL
하핫, 한 권을 읽으신다면 단연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지요.^^
책을 안 산지 꽤 여러 날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책상 주변에 책이 쌓여 있어요.
연말연시는 재고 소진에 힘써야겠어요. 메르헨님 따뜻한 오늘 하루 보내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