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찾아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호스피스 병원.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이 죽은 직후의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사후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허락해 준 것이 신선했다. 죽은 다음의 일이니 못할 것도 무엇이겠냐마는, 그래도 그런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조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당연한 거지만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이렇게 어린 아이도... 첫 사진을 찍고 불과 두 달만에 죽은 이 아기는 고작 17개월 밖에 살지 못했다. 저렇게 천사같은 얼굴로 죽음을 맞았다는 게 아프고 동시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노인분들의 얼굴에선 확실히 '완고함'이 보인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죽음 이후까지 너무도 완벽히 준비해 놓아서 가족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죽는 순간까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신세지지 않으려는 환자의 절대적 의지의 표현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독하단 생각은 들었다. 본인이 그 편이 편한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렇게 손 내밀기 힘든 삶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었다. 대개의 경우가 암환자였는데, 그래서였을까? 죽기 얼마 전의 사진을 보더라도 눈빛만은 형형하다. 암이 주는 고통이 적을 리 없는데도 눈빛이 풀린 사진은 거의 보지 못했다. 실제로 암환자들은 육신의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도 정신만은 멀쩡할 때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기 때문일까? 살아 마지막 사진일지 모르니 더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에 사진이 담기지 않아 따로 찍었는데 같은 사람이다. 이 분이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은 뒤의 얼굴이 가장 평화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진정한 안식으로 접어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