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진 한 장 -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베아테 라코타 글, 발터 셸스 사진,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찾아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호스피스 병원.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이 죽은 직후의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사후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허락해 준 것이 신선했다. 죽은 다음의 일이니 못할 것도 무엇이겠냐마는, 그래도 그런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조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당연한 거지만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이렇게 어린 아이도...

첫 사진을 찍고 불과 두 달만에 죽은 이 아기는 고작 17개월 밖에 살지 못했다. 저렇게 천사같은 얼굴로 죽음을 맞았다는 게 아프고 동시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노인분들의 얼굴에선 확실히 '완고함'이 보인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죽음 이후까지 너무도 완벽히 준비해 놓아서 가족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죽는 순간까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신세지지 않으려는 환자의 절대적 의지의 표현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독하단 생각은 들었다. 본인이 그 편이 편한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렇게 손 내밀기 힘든 삶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었다.



대개의 경우가 암환자였는데, 그래서였을까? 죽기 얼마 전의 사진을 보더라도 눈빛만은 형형하다. 암이 주는 고통이 적을 리 없는데도 눈빛이 풀린 사진은 거의 보지 못했다. 실제로 암환자들은 육신의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도 정신만은 멀쩡할 때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기 때문일까? 살아 마지막 사진일지 모르니 더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에 사진이 담기지 않아 따로 찍었는데 같은 사람이다. 이 분이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은 뒤의 얼굴이 가장 평화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진정한 안식으로 접어든 것일까...


"고통을 덜어주면 환자는 안락사를 원치 않습니다."
호스피스 운동과 완화의학의 신조를 클라시크는 이 한마디로 요약한다. 적어도 그의 경험으로는 그랬다. 완화의학에선 생명 연장보다 고통 완화가 우선이다. 따라서 설사 진통제가 생명을 단축하더라도 환자는 필요한 양만큼의 진통제를 제공받는다. 통증을 참을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일 수 없는 경우엔 통증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을 재운다. 완화의학에선 이런 통증 완화의 마지막 방법을 '말기 진정 상태'라 부른다. 물론 환자의 동의가 있을 때만 사용하며, 남은 생명이 며칠에 불과한 환자들에 한정한다. 
 
페이지 :  256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고통 완화가 더 중요하고 환자의 결정을 제일 중시하기 때문에 산소 호흡기를 쓰지 않을 때가 많았다. 자신의 죽음을 온전히 바라보려고 하는 환자들의 곧은 의지는 강한 만큼 위태로워 보여서 참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때로 그들은 가족들과 혹은 자기 자신과 화해를 한 채 깊은 안식을 얻기도 했지만, 안타깝게 시간이 맞지 않아 가족을 다 기다리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기도 했다. 남겨진 가족의 마음은 얼마나 멍이 들었을까. 그러니 우리는 후회하기 전에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기회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고요한 죽음들이었다. 병마와 싸울 때의 격렬함 뒤의 저 잔잔한 평화로움이 애잔하고 또 허전하다. 특정한 누군가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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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09-12-1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들을 보니 돌아가신 분들이 생각나요.
우리 시할머니, 시할아버지, 시동생..
세 분 모두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래서인지 돌아가신 후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지요.
마치 주무시는 듯.
아직도 할머니 입관 때 입술에 번진 립스틱을 닦아드렸던 그 느낌이 남아있어요.
저 사진들을 보면서 저의 마지막이 너무 흉하지 않기를 기도하게 되네요.

마노아 2009-12-15 15:58   좋아요 0 | URL
저는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너무 마르신지라 눈도 못 감으셨어요.
그래서 마지막 모습이 평안하게 기억되지 않아 마음이 아파요.
나이들어 갈수록 삶의 여정이 얼굴에도 드러나는 것 같은데, 그래서 평소의 표정도 중요하고, 마지막 가는 길 남겨주는 표정도 중요해 보여요. 평온하게 떠날 수 있다면, 그또한 엄청난 축복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