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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던 - 나의 뱀파이어 연인 완결 ㅣ 트와일라잇 4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6월
평점 :
드디어 다 읽었다. 책이 너무 무거워서 손목이 어찌나 부담스러워하던지...... 그나마 양장본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였다. 1권부터 계산하면 564+620+680+821=2,685에 달하는 긴 이야기의 끝은, 한 마디로 상콤하다. 이 책을 처음 펼쳐 들 때부터 환상을 짙게 깔아놓은 예쁜 로맨스 이상을 기대한 건 아니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읽게 되면 계속해서 뒷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2권 뉴문이 가장 재밌었고 다음엔 마지막 권인 브레이킹 던, 그리고 트와일라잇이고 이클립스가 가장 재미 없었다. 3권 이클립스에서는 그야말로 벨라를 이해하기 너무 힘들었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4권은 많은 부분에서 벨라를 이해하거나 수긍하게 만들어주었다. 여전히 답답한 성격은 싫었지만 그녀와 제이콥이 왜 그렇게 떨어지기 힘든 사이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완결편 '브레이킹 던'은 벨라와 에드워드의 퍼펙트한 결혼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턱이 빠질 것 같이 놀라운 신혼여행으로 이어지며 그 속에서 새로운 사건이 터져버린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그들 가족 사이에 팽배한 긴장감과 공포는 어마어마했고, 그때 제이콥은 에드워드의 표정을 마치 화형당하는 사람의 얼굴로 비유했다. 충분히 공감할 만큼의 위기가 분명했다.
몇 번의 위기가 닥쳐오고, 다시 그걸 이겨낸 다음의 짧고 아름다운 평화가 이어지고, 다시금 그들의 행복한 일상을 방해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진다. 그렇게 잠시도 가만두질 못하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데, 그 와중에 엄청난 숫자의 새로운 뱀파이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친구들도 모두 작가의 머릿 속에서 언제 탄생한 것일지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아니면 쓰다 보니? 확인할 수 없는 궁금증이다.^^
앞의 이야기들과 달리 좀 특이한 구성으로 전개된다. 162쪽까지는 지금까지처럼 벨라의 시선으로 벨라가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 다음 398쪽까지는 제이콥의 시선으로 그의 목소리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리고 그 다음은 다시 벨라의 시점으로 돌아간다. 개인적인 관심으로는 제이콥이 아닌 에드워드의 관점이었음 더 좋았을 테지만, 이야기 구성상 그건 힘들겠다.^^
난 그런 상상을 했었다. 벨라와 에드워드가 결혼을 한다. 둘의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와 함께 인간의 시간을 살아주기 위해서 벨라는 뱀파이어가 되는 걸 포기한다. 에드워드는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 자라는 것을, 그 후손의 후손까지를 지켜보며 영원을 산다.... 이렇게. 아주 약간은 닮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닮아 있지 않다. 벨라에게는 다행히도.
딱히 어떤 구절이 너무 인상깊어서 적어두고 싶다...라는 감정을 갖게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부분들은 그 디테일함에 있어서 몹시 흥미를 끌었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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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저 습관 때문에 앉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체중을 다른 쪽 다리에 옮겨 싣지도 않고 몇 시간씩 꼼짝 않고 있는 누군가를 본다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지금도 로잘리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는 중이었고, 칼라일은 다리를 꼬고 있다. 그들은 지나치게 뱀파이어처럼 보이는 일이 없도록, 끊임없이 작은 동작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5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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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시선에서 뱀파이어들의 모습을 설명할 때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다. 그건 인간의 시력과 청력과 감각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라진 벨라의 육체는 이제 그 모든 감각들을 제대로 포착해낼 수 있었다. 따라서 그녀가 전달하는 표현은 좀 더 구체화되고 더 실감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벨라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들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느끼는 경이로움도 흥미로웠다. 에드워드가 잠든 그녀를 밤새 지켜보면서 잠꼬대만으로도 긴 밤을 지새울 수 있었던 까닭을 깨닫는 그녀 말이다.
잠들지 않는 삶.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피로감이 덮치지만, 뱀파이어라면 입장이 다르다. 하루 8시간이 아닌 하루 6시간만 계산하더라도 불멸의 삶 동안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영원이 되어버리니, 에드워드가 뛰어난 음악가가 된 것도, 수많은 독서를 한 것도, 그 어떤 대단한 대학도 가뿐히 입학하고 졸업할 수 있는 것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사실 놀랍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앨리스와 로잘리가 패션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들은 같은 옷을 두 번 입지 않고, 하루 온종일 쇼핑만 해대도 충분할 만큼의 재력을 갖고 있다. 본문 속에 나오는 표현으로는 작은 나라가 10년 동안 쓸 수 있는 만큼의 현금을 집안에 보유하고 있단다. 전 세계에 널려 있는 그들의 금고는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부분들이 역시 독자들의 환타지를 너끈히 채워주는 부분일 것이다. 현실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세계. 동화보다 더 동화같고 마법보다 더 마법같은 세계.
그들이 단지 늙지도 않으며 불멸의 삶을 살고, 가진 것도 많고 누구라로 우러러볼 육체적 아름다움과 강인한 힘을 지니기만 했다면 질투에 눈이 먼 독자들의 돌팔매를 맞을 수 있겠지만, 그들은 충분히 고뇌하고 있었다. 칼라일처럼 의료계에 종사하면서 주어진 힘과 재능을 이타적으로 쓰는 이도 있고, 적어도 그들은 인간의 피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을 아낄 줄 아는 존재이니까. 그렇게 대단한 힘과 부를 이용해서 세계의 빈곤과 부조리함을 좀 뜯어고칠 수는 없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햇볕 아래 나갈 수 없는 존재니(햇볕이 피부에 닿으면 몸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서 너무도 시선을 끈다!) 어쩔 수 없다는 그럴싸한 핑계도 준비되어 있다. 슈퍼영웅같은 인물이 인간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을 거라고 기대하기엔 인간들의 질투심과 공포심이 너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후의 이야기는 결국 볼투리가와의 일전으로 마무리 된다. 무려 2,500년을 살아온 고대의 뱀파이어들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함정을 파고 계략을 꾸미고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만다. 여기에서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벨라가 제대로 한몫을 해내는데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래픽을 엄청 써야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 이미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등등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강력한 제국을 갖고 있는 볼투리 일가에 대항해서 각지에 흩어져 있던 뱀파이어들이 하나로 뭉쳐 대항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아로가 제안했듯 볼투리 일가라는 우산 아래서 협력하자는 제안은 마치 '합종 연횡'을 보는 기분이었다. 기실, 거대한 세력 앞에서 작은 자들이 단결 외에 무엇으로 대항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비슷한 예는 너무도 많아지지만.
워낙 이야기가 커져 있었기 때문에 최종 이야기의 결말에서 조금은 맥빠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작가라 해도 그 이상의 더 좋은 결말을 내보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들의 오래오래 지속될 행복이 너무 부러워서 좀 배가 아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벨라가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다는 얘기에는 동의한다. 전생에 우주를 구했나 보다...;;;;;
인기를 생각해서 이야기를 더 끌고 가지 않은 것도 맘에 든다. 시리즈가 더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단의 마무리가 깔끔해서 좋다. 이들은 늙지 않는데 영화가 만들어져서 새로 개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괜히 팬의 입장에서 초조하다. 뉴문 개봉과 동시에 이클립스 어서 찍고 브레이킹 던도 어여 찍기를 바란다. 원작의 팬들에게 '새로운 새벽'을 보여줘야 할 게 아닌가. 설마 시리즈 완결판까지는 영화로 만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