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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ㅣ 바우솔 작은 어린이 4
이창형 글, 김재홍 그림 / 바우솔 / 2004년 10월
'모아이' 하면, 이젠 박민규 작가의 '핑퐁'이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이 책은 정말 모아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마어마한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 대체 그 큰 석상을 누가 세운 것일까. 정말 소문처럼 외계인의 소행???
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켜보자.
한없이 평화롭고, 한없이 고요한 섬에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그들의 배에는 농사 지을 도구와 얼마 동안 먹을 식량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을을 대표하는 추장과 젊은이들, 그리고 아이들까지 섬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나무를 잘라 집을 짓고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렇게 사람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면서 섬은 점차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숲을 불태워 더 넓은 밭을 일구고, 나무를 베어 더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들었다.
겉보기에는 사람들이 살기에 더 좋아진 것 같았지만, 현명한 추장 푸아푸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숲을 지키지 못하면 결국 헤치케 되는 건 자신들의 생명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설득에 마을 사람들은 숲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동참했지만 다른 마을도 그렇지는 않았다.
검은 바윗덩이를 잘라 사람을 닮은 돌조각 상을 만들고 있던 그들은, 그 조각이 마을을 나쁜 액운으로부터 지켜준다고 믿었다.
이마을 저마을 앞다투어 더 큰 모아이를 만들기 위해 경쟁했고,
큰 바위를 옮기기 위해서 나무를 베어 썰매처럼 이용하기도 했다.
점점 황폐해지는 섬의 숲. 현명한 추장 푸아푸아가 다른 마을 추장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먹혀들지를 않는다.
푸아푸아 추장의 고뇌가 노을지는 섬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김재홍 작가님의 그림 솜씨와 연출이 탁월하게 빛난다.
당장 모아이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섬 사람들은 더 크고 더 웅장한 돌상이 세워질 때마다 환호했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삶을 빛내주는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액운 따위 들어올 틈도 없을 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아무 표정 없는 돌조각이지만, 보기에 따라서 몹시 슬프게도 느껴진다.
어리석은 사람들의 뒷날을 이미 짐작한 것일까.
더 이상 섬에서 버틸 수 없다고 여긴 푸아푸아 추장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서 섬을 나갈 준비를 했다. 곡식의 씨앗을 어렵게 모으고, 살아있는 새를 찾아냈다.
마치 대홍수를 앞두고 방주를 타기 위해서 암수 짐승들을 모으던 노아의 심정 같지 않았을까?
섬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바다로 나가는 이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일꾼들을 재촉해 더 크게 더 높이 모아이들을 세워나갔다.
어느 새 바닷가 구릉은 거대한 돌조각 상들로 가득 들어찼다.
자랑스러웠을까? 뿌듯했을까?
어찌 보면 저승사자가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출입금지! 하며 길을 막고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섬을 강타한 폭풍우. 무서운 비바람이 멎었을 때, 섬에 남아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숲에는 나무 한 그루가 남아 있지 않고,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은 살갗을 태울 것처럼 이글거렸다.
배들은 파도에 부서지고 그물은 찢겨졌다.
나무가 없으니 만들 수도 없다.
먹을 것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굶주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포악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고 불을 지르고, 심지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을 만들어버린 그 대가로, 그들은 그곳에서 죽어야 했다.
사람이 모두 죽어 없어지고 난 뒤에야, 섬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잠시 섬을 떠나 있었던 푸아푸아 추장과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그들도 앞서 죽은 사람들의 우매함을 뒤좇는다면 역시나 추출되는 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이스터 섬은 네덜란드 탐험가 로헤벤이 1722년 서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 때가 부활절이라 섬 이름을 '이스터'라고 부른 것이다. 하지만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섬을 '큰 섬'이라는 뜻의 '라파누이'라고 부른다. 현재 이스터 섬은 칠레 땅이며,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은 2천 명 쯤. 그리고 이스터 섬은 제주도의 10분의 1정도 크기에 해당하며, 섬에는 몇 백 개의 거대한 돌조각 상이 있다. 가장 큰 모아이는 높이가 10미터에 무게가 90톤이나 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 묘사한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푸아푸아 추장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의 후손일까?
작가님 말씀처럼, 지구가 하나뿐인 섬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면, 이스터 섬에서 죽어간 그 사람들은 결국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