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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메라에 ‘생태계’를 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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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마음 먹고 최신 DSLR 카메라를 구입한 직장인 김모 씨. 평소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았을 뿐 아니라 친구들 대부분이 DSLR 카메라를 구입한 터라 멋진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려는 의욕이 대단하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 보니 김 씨를 당황하게 만드는 고민거리가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큰 고민거리는 카메라를 사고 보니 막상 찍을 거리가 안 보인다는 것.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이나 정물들을 찍어보니 밋밋한 사진만 나올 뿐 주제도 소재도 명확하지 않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사진을 사진동호회에 올리려니 부끄럽기도 하고 답답하다. 어떻게 무엇을 찍어야 할지 통 감이 안 오는데….
김씨 같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촬영 대상이 있으니 바로 가을철의 자연과 생명이다. 사실 가을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촬영하기 좋은 계절이다. 겨울을 대비해 생태계가 다양한 변신을 하기 때문이다. 뷰파인더를 통해 몰랐던 생물의 생김새를 관찰하다 보면 평소 관심이 없던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생태사진 찍기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종마다 다른 생물의 습성이나 행태를 알아야 하고, 오랜 촬영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인내와 체력도 필요하다. 촬영 기술이나 장비 역시 다른 사진 분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곤충 같은 작은 생명체를 크게 찍기 위해서는 접사를 할 수 있는 매크로 렌즈가 필요하며, 새처럼 접근이 힘든 생명체를 찍을 때는 멀리서도 촬영이 가능한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와 뱀, 독충 등 위협요소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옷과 신발도 갖춰야 하는 생태사진이야말로 수많은 사진의 영역 중 가장 찍기 힘든 분야일 것이다. 그런 만큼 좋은 생태 사진을 찍었을 때의 성취감도 크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야외로 나가 자연과의 조우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여기 생태사진 잘 찍는 5가지 노하우를 공개한다.
TIP 1. 삼각대를 꼭 지참하자!
삼각대는 사진 촬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변장비 중 하나다. 삼각대를 쓰는 이유는 그냥 손으로 사진기를 잡고 사진을 찍을 때보다 흔들림이 적기 때문이다. 자주 움직이는 곤충, 바람에 흔들리는 꽃, 멀리 있는 새를 찍을 때 삼각대 없이 초점이 잘 맞은 사진을 찍기란 불가능하다. 비용이나 무게 때문에 삼각대 구입이 부담스럽다면 모래주머니나 콩주머니를 만들어 사진기를 고정시키는 받침대로 활용해도 된다. 단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를 사용할 때 삼각대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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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는 안정된 촬영을 위해 필수적인 장비다. 가능하면 짓조나 맨프로토 등 튼튼한 삼각대
를 쓰는 게 좋다.> |
TIP 2. 물이나 태양 등 부피사체를 활용하자!
물기가 없는 꽃보다는 물방울이 아롱아롱 매달려있는 꽃이 더 생동감이 있다. 사진가들이 새벽에 꽃이나 식물을 촬영하는 이유도 바로 이슬이 맺히기 때문. 낮에 촬영을 한다면 의도적으로 물뿌리개를 지참해 찍으려는 대상에 물을 뿌려주면 된다. 식물뿐 아니라 청개구리 등의 양서류 촬영에도 유용한 기법이다. 새처럼 멀리 있는 큰 생명체를 찍을 땐 일출이나 일몰 때의 태양을 부피사체로 활용하면 좋다. 하늘을 불게 물들이는 태양을 배경으로 새의 실루엣을 표현해보자. 생명이 주는 신비함과 자연의 장엄함은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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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물안개를 배경으로 왜가리의 실루엣을 찍은 모습. 자연의 신비를 부각시킬 수 있다.> |
TIP 3. 반사판, 배경지 등 소품을 활용하자!
생태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피사체는 당연히 살아있는 생물이다. 주피사체인 생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반사판이나 배경지를 활용하면 좋다. 먼저 반사판의 사용법. 은색으로 된 반사판은 빛이 닿지 않는 그늘이나 역광 촬영시 빛을 반사시켜 찍고자 하는 대상에 비춰주면 유용하다. 빛이 닿는 각도를 잘 조절해 피사체를 부각시킬 수 있다.
반사판과 반대로 배경지는 배경을 어둡게 해서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생태촬영은 배경이 단순할수록 좋다. 그러나 인공적인 촬영준비를 하기 어려운 야외에는 나뭇가지, 풀, 돌 등 시선을 분산시키는 저해 요소들이 많다. 이럴 때 검정색이나 어두운 톤의 배경지를 미리 준비해서 촬영 대상의 뒤편에 대고 촬영하면 촬영하려는 대상을 확실히 부각시킬 수 있다. 반사판과 배경지 둘 다 크기가 작으므로 휴대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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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어두울수록 피사체는 부각된다. 꿀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어두운 배경을 활용한 예.> |
TIP 4. 초점거리보다는 심도에 신경을 쓰자!
생태사진은 다른 분야에 비해 렌즈의 기능이 중요하다. 곤충이나 꽃 같은 접사 영역은 매크로렌즈가, 새나 포유류처럼 멀리서 찍어야 하는 피사체는 망원 렌즈가 필요하다. 그러나 렌즈의 초점거리에만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더 중요한 심도를 놓치게 된다. 심도는 사진에서 초점이 맞은 영역을 뜻한다. 심도가 깊은 사진은 초점의 영역이 넓다는 의미이며, 심도가 얕은 사진은 초점의 영역이 좁다는 의미다. 보통 피사체를 부각시키기 위해 렌즈의 조리개를 확 개방해서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특정 부위만 클로즈업된다. 생물의 전체적인 특징이나 생김새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조리개를 조여 심도를 확보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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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곤충을 조리개를 지나치게 열고 찍으면 눈이나 특정부위에만 초점이 맞게 된다. 4.5f 이
상의 조리개값을 확보하는 게 좋다. 위 파리매 사진은 심도 확보에 실패한 사례.> |
TIP 5. 고성능 렌즈가 없다면 접사 기능을 이용하자!
앞서 언급했듯이 생태사진은 특수 기능이 있는 좋은 DSLR 바디와 렌즈가 필요하다. 당연히 수백 만 원이 넘는 고가의 렌즈가 허다하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부담스러울 터. 그러나 꼭 비싼 DSLR 카메라가 없다 해도 멋진 생태사진을 찍기에는 무리가 없다. 요즘 나오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는 필수적으로 접사 기능이 있는데 제조사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튤립 모양의 아이콘을 선택하고 촬영을 하면 꽃이나 곤충을 찍을 때 근접 촬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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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콤팩트카메라의 접사기능으로도 생태사진을 찍기 무리없다. 사진은 콤팩트카메라
인 니콘 쿨픽스5700의 접사기능을 이용해 찍었다.> |
녹록치 않던 생태사진 찍기도 다섯 가지 팁을 알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자연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장소를 찾아 떠나자. 삼각대와 반사판, 배경지 정도만 챙겨도 훌륭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심도 조절과 접사까지 시도한다면 전문가 못지 않은 사진을 찍게 될지도 모른다. 이 가을, 생태사진과 함께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 김경우 동아사이언스 기자 ichufs@donga.com
* 관련 이벤트 : 동아사이언스 생태사진 공모전 [공모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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