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전통문화 즐기기 1
청동말굽 지음, 박동국 그림, 한영우 감수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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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말굽 기획의 전통문화 둘러보며 즐기기 시리즈다.
지난 월요일, 경복궁에 가기 전날 밤에 이 책을 읽었다. 마음은 홍순민의 '우리 궁궐 이야기' 중 경복궁 부분을 읽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소박하고 짧은 책으로 대체, 오히려 만족도는 컸다는 후일담이다~

광화문은 지금 공사중이고, 그 안에 흥례문 지나 근정전의 모습이다. 뒤쪽으로 사정전과 강녕전이 보인다.
'경복'이라는 의미의 구절을 인용하느라 시경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그 바람에 작은 글씨의 고전 문체를 썼는데 이 편이 이 책에는 더 어울려 보였다. 물론, 뒷쪽으로는 다시 일반 글씨로 돌아갔지만...

이 책의 특징은 경복궁 안에서 살고 있는 왕의 하루를 동선을 따라서 시간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벽 일찍 깨어난 왕의 뒤를 좇아가 보자.
사진의 처마에 서 있는 친구들은 '어처구니'라고도 불리는 잡상들이다. '서유기'의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의 모습을 본떠 만든 장식용 기와다.

아무래도 왕인지라, 왕에게만 사용하는 특별한 단어들이 있다. 왕의 몸은 옥체 얼굴은 용안, 손은 어수, 대변은 매회.(매우, 매화), 방귀는 통기, 밥은 수리, 의자는 용상, 옷은 용포라고 했다.
그림 속의 애회틀(매우틀, 매화틀)은 실물을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사이즈를 모르겠다. 저기 앉았다는 얘기겠는데 조준이 좀 힘들어 보여서 쓸데 없는 걱정이 좀 들었다..;;;;

왕의 패션쇼를 구경해 보자. 평상시에 입는 '상복', 중요한 행사 때 입는 '면복', 정식 조회 때 입는 '조복', 군대를 호령할 때 입는 '군복'이다.
최상 품질의 비단 옷이겠지만, 패션의 입장에선 왕이라도 그닥 다양한 옷을 입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미행을 나간다든지 해서 일반 양반 복장을 한다면 좀 다양한 한복을 입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것도 사극에서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 그렇게 입힌 것이지 실제로 그리 예쁘고 다양한 색채의 옷은 못 입었을 것 같기도 하다.
가만 보면 모자랑 신발도 모두 세트다. 의식용이어서인지 '면복'이 제일 불편해 보인다. 특히 시야를 가리는 모자 너무 싫다. 뭐 내가 입는 것은 아니지만.

자경전은 대비가 사는 곳으로, 왕의 침전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경복궁의 자경전은 예쁜 꽃담과 굴뚝으로 유명하다. 담장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많은 동식물들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 경복궁에 가보면 보호한답시고 유리 칸막이를 쳐놨는데 그림을 아주 버려버렸다. 그거 없을 때가 훨씬 운치있고 좋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보호할 방법이 없었을까? 아쉬운 부분이다.

임금의 수라상 받는 광경이다. 정식 상은 아침과 저녁 수라상을 받고, 두끼 식사 외에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죽이나 미음으로 자릿조반을 먹고, 오후에는 국수나 죽으로 낮것, 늦은 밤에는 약식이나 식혜로 밤참을 먹었다 한다. 운동량은 적고 먹는 건 많고, 왕들이 오래 못 살았던 것 게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임금의 수라상은 12첩 반상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기미 상궁이 먼저 음식 맛을 보았는데 독이 들었을까 우려해서 검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왕을 독살하려 든다면 뜻을 이룰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듯. 실제로 그런 의심 사례가 많기도 하다.
그 옆에 그릇 뚜껑 여닫는 일을 하는 상궁이 있고, 즉석에서 전골을 만드는 상궁도 하나가 있다. 왕이 먹다 남긴 수라는 궁녀들이 나누어 먹었다 한다.

경복궁에서 제일 큰 인공 호수 경회루. 지금은 누각 안까지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왕과 왕비 복장을 한 재현 팀이 여기까지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다. 향원정에서 경회루까지 따라가 보았는데 절대로 임금을 앞질러 걸어갈 수는 없다.^^

세종 때 어느 신하는 경회루가 너무 보고 싶어서 밤늦게 궁에 숨어 있다가 발각되었던 일화도 있다는데, 그 시절 구경거리가 없던 때에는 참말로 탐나던 풍경이었을 듯 하다.
경회루 앞 의자에 앉아서 오리도 구경하고 연꽃도 보고 맑은 하늘도 올려다보는 멋도 꽤 근사했다. 햇볕만 피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산책길!

경복궁은 화요일에 문을 닫고, 월요일은 문을 연다. 추석 당일에는 모두에게 공짜로 개방되고, 그밖의 명절 휴일 동안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만 무료 입장 가능하다. 입장료는 3천원.
사람이 많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때에 한 번 가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500년 이상이나 이어온 한 왕조의 법궁치고는 남아있는 전각이 많지 않고, 복원된 전각도 많지 않아서 볼거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언급된 코스만 다 둘러보는 데에도 다리 품은 꽤 팔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3년 전에 복원된 건청궁은 1년 전부터 개방을 시작했는데, 명성황후가 시해되었던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고, 아무튼 복원은 되었다. 너무 새 건물이어서 경복궁에 지나치게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 속에 깃든 역사적 의미는 애써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교육적 효과도 큰 책이지만 재미도 빠지지 않는 책이다. 추석을 기념해서 큰 조카에게 줄 선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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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복궁 가기 전에 이 책은 필수에요 필수~ ^^

마노아 2009-10-03 14:52   좋아요 0 | URL
오, 맞아요, 맞아! 필수, 필독이에요.^^

같은하늘 2009-10-0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 페이퍼에서 이 책을 보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후기가 있네요.
구입할때는 꼭 땡스투~~~^^

마노아 2009-10-07 12:27   좋아요 0 | URL
아하핫, 이 책 훌륭해요.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