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가미 6 - 파헤쳐진 진실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키가미'가 무엇인지는 리뷰를 쓸 때마다 번번이 얘기했지만 이번엔 이 한 컷으로 설명하련다. 



'국가번영유지법'이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농단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 그 정부의 손아귀 안에서 옳다 그르다 말 한마디 못하고, 국가 반역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를 세뇌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런 체제를 엎어버리기 위해서, 사람들이 참 자유에 눈을 뜨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분명 있다. 진실을 알아차리고, 진실을 전파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비록 소수지만, 그랬기에 더 귀하고 고단하다.  

이번 편에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아찔할 때가 많았다. 적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아군이 되고, 아군일 거라고 여겼는데 가차 없이 적인 사람들. 그 속에서도 여전히 사망예고장 '이키가미'는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그는 소중한 생명을 24시간 안에 잃어버린다.  

작품은 단지 쉽게 상상하지 못할 독특한 설정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는다. 이 기막힌 시스템 안에서도 결국 사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것 역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진절머리나게 지치게 만드는 것도 역시 사람이다. 



하루하루를 안간 힘을 쓰며 버티고 일을 하지만, 그 하루가 저물어갈 때는 그저 오늘 하루도 '살아남았다'라는 것에 안도와 설움을 같이 느껴야 하는 젊은 친구. 그가 밤을 보낼 곳은 피씨방. 그 안에는 그처럼 어디도 가지 못하고 안락 의자에 기대어 밤을 보내어야 할 마찬가지의 안개빛 청춘들이 녹아 있다. 이는 비단 만화 속 설정으로 끝나지 않고 오늘날 일본과 한국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자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은... 

21세기에도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메일함을 뒤지고, 도청을 하고, 몰카를 찍는 정부가 이미 등장했는데, '사망예고장'을 발부하며 국민을 통제하는 정부가 과연 상상만의 일일까. 이 책을 볼 때마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책의 권수가 늘어가는 동안, 평범한 시민을 놀래키는 정책은 또 얼마나 늘어나는지... 

주인공은 사망예고장 이키가미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뇌를 겪었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일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가 짊어져야 하는 '업'의 크기도. 각성한 그가 보여줄 이후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큰 변화가 갑자기 확 나타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변화라도 꾸준히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09-30 0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키가미, 국가번영유지법~ 이런 거군요. 남의 일이 아니라는~ ㅜㅜ

마노아 2009-09-30 09:46   좋아요 0 | URL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비슷하게 진행되었지요. 저 정도로 노골적이진 않더라도요.ㅜ.ㅜ

같은하늘 2009-09-3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만화도 있군요.
근데 이거 만화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애매한 상황~~

마노아 2009-10-01 00:09   좋아요 0 | URL
너무 리얼해서 섬뜩해요. 어휴...큰일이에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