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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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큰할매 작은할매 - 수녀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야기 ㅣ 웅진 인물그림책 4
강무홍 지음, 장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7월
아이빛 인물 그림책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첫번째 시리즈 까만 나라 노란 추장도 강무홍 작가님이 쓰셨고 이 책도 강작가님이 쓰셨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기획의 '천사들의 행진'도 웅진주니어 책이던가? 싶어서 찾아보니 양철북 책이다. 그 책도 강작가님이 쓰셨다. 위인전 쓰기에 심혈을 기울이시나 보다.
이 책은 소록도의 아름다운 두 분 수녀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오신 푸른 눈을 가졌던 두 분 수녀님이 무려 40년 동안이나 소록도에서 헌신하셨던 이야기다.
그림을 그리신 장호 작가님은 선명하기보다 조금 눌린 듯한 느낌의 그림을 선호하시는 듯도 한데 이 책에는 오히려 그 편이 더 효과적인 울림을 준 듯하다. 선착장에서 육지를 바라보며 오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하염없는 그리움과 갈망, 설움이 그림 밖으로 충분히 느껴진다.
한센씨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 했던 섬의 의사들과 달리 두 분 수녀님은 맨손으로 성치 않은 손과 발을 만져 주고 고름을 짜주시고 주사를 놓아주셨다. 살면서 받아보지 못했던 그 따듯한 손길에 환자들은 오히려 당황하기부터 했다.
가족조차도 창피하다고 나몰라라 했던 시간을 견뎌온 그들에게 수녀님들의 헌신과 사랑과 봉사는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등뼈에 날개가 솟지 않았나 의심부터 하지 않았을까.
두 분이 40년 세월을 지내는 동안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이 닥쳐왔을 때 그들은 무릎 꿇어 신의 이름을 부르며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물론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 다음에 말이다.
진심은, 그리고 진실은 분명 사람을 움직이고 또 기적을 일으켰을 것이다.
소록도에 불러 일으킨 그 가없는 사랑은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화로 작용할 것이다.
두 분 수녀님은 이제 늙어 기운이 부족해졌을 때 섬 사람들에게 아픈 이별의 순간을 주지 않고 조용히 섬을 떠나셨다. 도착하셨을 때 그랬던 것처럼. 섬에는 수녀님들을 기리는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등장한 마리안느, 마가렛 수녀님 말고 '마리아' 수녀님의 이름도 새겨 있던데 그 분은 어찌 되신 건지 잘 모르겠다.
사진은 아이들이 환자들과 격리되어 지내다가 한 달에 한 번 만나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길 양 옆으로 서로 갈라선 채 얼굴만 보다가 눈물을 흘리며 헤어졌다 하여, '탄식과 시름이 서린 곳'이란 뜻에서 '수탄장'으로 불렸다 한다.
이 사진을 보고 나니 '당신들의 천국'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짙어진다.
사실 이 책보다, 소록도를 다녀오시고 나서 가슴을 울리는 후기를 남겨주신 순오기님의 기행 후기를 더 추천한다. 먼 댓글로 연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