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시선 - If You Were Me 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2주 전에 인권 영화 '여섯 개의 시선'을 무척 재밌게 본 터라, 이번엔 '다섯 개의 시선'을 골라봤다. 저번만 같으면 학생들도 재밌게 볼 것 같았는데, 애석하게도 저번 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일단 나도 그때보다는 덜 재밌고 간혹 지루하게도 보였으니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그만 보자는 얘기는 안 나와서 다행이었달까. 

2006년 작인 이 영화에는 다섯 명의 감독이 다섯 개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첫번째 작품은 다운증후군 은혜 이야기. 플룻 부는 걸 좋아하고, 나이 차가 무려 40년도 더 나는 이웃 아줌마와의 우정을 간직한 이 꼬마 아가씨가 하는 말이 예사롭지가 않다. 



어떤 애가 있는데요, 나쁜 애 아니거든요?...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이해'. 은혜가 필요로 하는 건 그 '이해'다. 이해에서 비롯된 배려가 우리가 마땅히 갖춰야 할 의식과 덕목인 것을.  

아이가 흥분하면 말이 더 분명하지 않게 나오기 때문에 대사 전달은 용이치 않다. 게다가 주변에서 자꾸 삐걱거리고 부스럭거린다면 더더욱. 그래도 그 몇 분 간의 '집중'조차도 내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이해'는 너무 먼 단어가 아닐까. 오토바이를 타면서 유일한 친구 아줌마 뒤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은혜의 자유로운 모습. 정말 신나 보이는구나. 오토바이 한 번도 못 타봤는데 타보고 싶다. (오토바이는 무서우니까 스쿠터라도...;;;;) 

두번째 영화< 남자니까 아시잖아요?>가 류승완 감독 작품이었는데 제일 짜증나는 내용이었다. 영화가 짜증나는 게 아니라 등장 인물이 찌질해서...;;;; 

술 취하면 꼭 개가 되는 인간들이 있다. 곱게 마시지 못하고 행패 부리고 싸움 걸고 다른 사람 기분까지 망치고 민폐를 끼치는 인물.  



한 친구는 백수라고 뭐라뭐라 해서 역정나게 만들어 술자리를 떠나게 만들고, 한 친구는 커밍아웃을 했는데 호모새끼라며 욕질해대고, 또 한 친구는 상고 출신이라고 무시해버리는 인간. 술기운을 빌어 농담인 듯, 실수인 듯 얘기하지만 실상은 그 자신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생각들이 술 기운에 억제하지 못하고 튀어나온 것에 불과하다. 종업원에게는 반말 찍찍 해대고 여자가 늦게까지 술 먹는다고 욕하고, 남자는~ 사내는~ 하면서 밤새 주정부리는 찌질남. 배우가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를 하는지 정말 뵈기 싫어 혼났다. 종업원이 유독 잘 생겨서 자꾸 눈길이 갔는데 알고 보니 온주완이었다. 음, 역시...;;;;;; 

커밍 아웃을 했다는 친구는 사진 왼쪽의 등판만 보이는 안길강 배우. 칠숙 아재가 저런 역할도 하셨구나.^^ 

그러고 보니 류승완 감독은 '남자'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때로 마초적인 인간도 나오지만, 그 마초의 형편없음도 대놓고 까발리는 듯.  

세번째 작품은 탈북 청소년 이야기를 다룬 <배낭을 멘 소년> 

첫 씬에서 담장을 넘지 못해서 잡혀버리는 여자가 너무 안타까웠다. 저런 극한 상황 속에서는 몸이 가볍고 빠르고 운동신경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 쪽으로는 상대적으로 약점이 더 많은 여자들인지라 더 화도 나고 속상하고 그랬다. 그 상황에선 그 여자 버리고 먼저 담장 넘어버린 남자들의 절박함도 이해하니 무작정 원망만 하기도 어려웠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만 한국 아이들의 철없고 배려 없고 개념 없는 질문들이 폭우처럼 쏟아진다. 아예 말을 못하는 척하면서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아이.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마찬가지로 탈북자 친구와 우정을 나누지만 그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오토바이를 타고 쌩쌩 달리던 그 친구가 결국엔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이야기. 북조선에서 태어나서 남한 땅에서 사망한 그 아이. 유일하게 이곳 아이들보다 잘하는 것은 오토바이라고 얘기했던 그 아이. 그리고, 노래방에서 박스 채 훔쳐낸 콜라를 결국 돌려주자고 말하던 그 여자 아이. 노래방 주인이 앞으로 평생동안 탈북자들은 모두 도둑놈이라고 얘기하고 다닐 게 두렵고 싫다고 말하던 그 아이.  

자유를 찾아서,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 도착한 이 땅이 그 아이들에게, 또 그 사람들에게 또 다른 종류의 상처를 얼마나 안겨주었을까.  

네번째 작품이 내가 참 좋아하는 장진 감독의 블랙코미디 <고마운 사람>이다. 학생들도 제일 재밌게 보았다.  



학생운동을 하다 잡혀온 서울대 학생. 그 학생을 고문하며 다른 동조자 세 명을 불라고 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 류승룡. '고문'이라는 단어가 주는 끔찍함처럼 처음엔 공포 분위기를 잠깐 내는가 하더니, 갈수록 장진 감독 특유의 코미디 근성이 튀어나온다. 사실 이 작품은 고문의 비인간성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인간적 처우를 주제로 하고 있다. 오히려 고문받는 학생한테 위로 받는 고문관의 아이러니라니.  그나저나 사진의 저 우유 무척 맛나 보이더라!(응?) 

좋은 세상이 분명 올 거라고, 그런 세상이 오면 고문관 같은 직업은 이제 사라질 거니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그의 고마운 충고라니...ㅜ.ㅜ 그러게 말이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저런 직업은 분명 필요 없을 텐데, 저런 직업이 사라져도 좋은 세상은 오지 않는다는 걸, 비정규직은 여전히 더 고되고 힘들어졌다는 걸 알고 있으니 웃으면서 영화를 보지만 참 씁쓸했다. 이때의 달라질 세상은 정규직이 먼저 연대의 손길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참 멀어보여서 말이다.  

마지막 단편은 <종로, 겨울> 2003년에 재중 동포 강제 추방 반대 시위를 벌이다가 객사한 김원섭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떼먹힌 임금 천 만원. 이틀을 내리 굶었고, 12월의 살을 에이는 추위, 그리고 이제 곧 내쳐질 거라는 겹겹의 절망이 한 남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119에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112로 신고하라는 말을 듣고, 다시 112로 전화를 걸었지만 택시 타고 집에 돌아가라는 소리만 듣고... 일상적인 장난 전화 등에 시달리는 일이 많을 그분들의 고충이 이해가 가지만, 저렇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제 때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게 기막히고, 저런 상황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게 또 먹먹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풍요로운 세상은, 사실은 얼마나 가난하고 이기적이고 또 잔인한 것일까. 누구는 한 달 전기세가 2,470만원이라는데, 누구는 이틀을 내리 굶을 만큼 가난하고 또 가난하다니... 

영화가 즐겁지 않은 것은, 지난 번에 본 '여섯 개의 시선'보다 다소 지루하게 전개된 면도 있지만, 인권 영화의 특성상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진실의 힘 때문일 것이다. 진실을 알아간다는 건 양심의 가책과 일상의 불편함을 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화창한 토요일에 보기에 적당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 좋은 날씨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울림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인권 영화 단편 모음이 3편도 있었던 것일까? 올해는 독립 영화들이 제법 각광을 받기는 했는데, 그것이 반짝 관심이 아니라 사회가 변화되어가는 동력으로서 작용했으면 한다. 나부터가 그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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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9-1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보다 리뷰가 더 멋쪄요!^^
태그에 적힌 배우들 이름을 보니 제가 아는 이름은 하나도 없네요..
아님 세월이 너무 흘려서 못 알아봐서 그런지도 모르겠고요.^^;;

마노아님~
트와일라잇 시리즈 말인데요.
완결편 <브레이킹 던>만 구입해서 보려고 하는데요.
어떤지 모르겠네요. 시리즈를 다 봐야하는 걸까요?^^

마노아 2009-09-19 19:40   좋아요 0 | URL
태그에 적힌 이름들은 감독들 이름이에요. 배우들은 유명한 사람은 몇명만 나오는데 태그에는 안 적었어요.^^
트와일라잇은 보시려면 순서대로 보셔야 해요. 전부 이어지는 내용이거든요.
1편을 혹시 영화로 보셨어요? 그러면 책을 2편부터 봐도 될 텐데요. 영화 2편은 12월 10일 개봉이래요. 미국에선 더 먼저 개봉하는지 동시 개봉인지 모르겠어요.
그 날이 몹시 기대되고 있답니다.^^

후애(厚愛) 2009-09-20 09:37   좋아요 0 | URL
감독 이름들이었군요.^^;;ㅎㅎ
역시 트와일라잇은 다 구입해서 봐야하는거군요.
무서울 것 같아서 영화는 못 봤어요.
그냥 책으로 읽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마노아님~
행복한 주말 잘 보내세요~~^^

마노아 2009-09-20 19:12   좋아요 0 | URL
영화 안 무서워요. 나쁜 뱀파이어가 등장하긴 했지만 우리의 멋드러진 주인공이 이기잖아요.ㅎㅎㅎ(그래야 시리즈가 이어지죠. 호호홋!)
후애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시지요?
저는 절친한 친구의 언니 둘째 딸 돌잔치에 다녀왔어요.
잠깐 다녀온 건데 구두 잘못 신어서 발이 다 까졌어요. 흑..ㅜ.ㅜ

꿈꾸는섬 2009-09-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영화들이었군요. 보고싶어요.^^ 하지만 종료군요.

마노아 2009-09-21 00:47   좋아요 0 | URL
2006년도 작품이에요. 3탄도 나왔으면 좋겠어요.^^